꾸다, 드디어 알을 낳다!

[수채화의 아름다움에 퐁당 빠지고 싶은 당신에게] 꾸다, 드디어 알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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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매일 하나씩 알을 낳아요.
두나는 이틀에 하나씩 알을 낳아요.
다나는 일주일에
정확히 다섯 개씩 알을 낳아요.
다른 암탉들은 꼬박 꼬박 알을 낳아요.

꾸다만 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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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물었어요.

​”왜?”

두나도 물었어요.
“도대체 무슨 까닭이야?”

다나도 물었어요.
“정말 왜 그러는 거니?”

꾸다가 대답했어요.

“어스름한 새벽. 폭신폭신한 이끼.
예쁜 줄무늬 붓꽃.
오랜지빛 텔어 파란 눈 고양이.
민들레 꽃술.

그리고 깊은 밤 푸른 하늘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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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다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빈 둥지로 천천히 올라갔어요.

꾸다는 날개를 푸덕거렸어요.

푸드득 푸드득
꼬꼬댁 꼬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꾸다는 다시 한 번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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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득 푸드득
꼬꼬댁 꼬꼬
끄응!

마침내 알이 나왔어요!

알은 흰색도 아니고
노란색도 아니고
푸르스름한 색도 아니었어요.
꾸다가 낳은 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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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웠어요!
해님처럼 노랗고 풀잎처럼 푸르고
튤립처럼 빨갰어요.
또 대낮처럼 밝은 파랑도 있고
밤처럼 어두운 파랑도 있었어요.

꾸다는 다시 예전처럼
농장을 어슬렁거렸어요.
예쁜 색깔을 볼 때마다
신이 나서 꼬꼬댁거렸어요.
물론 알은 많이 낳지 않았어요.

하지만 꾸다가 낳은 알은
정말 특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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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셋이라고 하면
열에 여섯은
“딸 낳으려다 잘 안됐나보네.”

아들셋이라고 하면
열에 셋넷은
“하나 더 낳아.
넷째는 분명 딸일거야.”

아들셋이라고 하면
열에 열 정도는
“엄마가 재미없겠다, 쯧쯧…”

그들에겐
각자 다른 개성을 가졌어도 아들셋.
아들같은 아들, 딸같은 아들있어도 아들셋.
나름 재미있게 키워도 아들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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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특별하고 각별하고 예쁜 아들셋.

나를, 아이들을 안타깝게 보지 마세용.
타인의 삶에 돌을 던지지 마세용.
나름 아들셋 키우는 재미가 있으니
함부로 짐작하고, 혀를 차지 마세용.

좌충우돌, 다이내믹하고
건강한 우리 세아들은
제게 특별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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