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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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매우 차분하고 정적인 기질인데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은 활력이 넘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성격입니다.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고, 호기심도 많고, 적극적이고, 애교도 많은 예쁜 딸인데요. 저랑 기질이 너무 맞지 않으니까 제가 너무 힘이 듭니다.

직장을 다니는 저는 일하고 돌아오면 힘들어서 밥만 대충 먹고 누워서 쉬고 싶은데 아이는 종일 놀고도 또 놀고 싶어 하니까 제가 짜증을 좀 많이 냈지요. 지금은 커서 혼자서도 잘 놀긴 하는데요. 노는 것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요. 자기주장도 강하고요.

제가 제일 힘든 건, 놀다가 잘 시간이 돼서 씻자고 하면 항상 “조금만 더, 꼭 씻어야 해?”를 반복한다는 겁니다. “그럼 5분만 더 놀아” 라고 하면 “10분” “7분”을 말하며 항상 제가 양보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고요. 제 뜻대로 안 해 주면 “엄마, 미워! 뽀뽀 금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 밖에 다른 것에 대한 대답도 “싫어”가 많습니다. 무조건 “싫다”고 대답을 하고 자기가 생각했을 때 좋은 거라고 생각되면 그 때 다시 한다고 해요. 저는 굉장히 순종적이고 애어른이라는 별명을 듣고 커서 그런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갑니다. 어떤 한 행동을 할 때도 제가 두세 번은 말을 해야 하고요. 좋은 말로 해서 듣는 경우보다 화를 내야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하나뿐인 예쁜 딸과 늘 웃으며 사랑하며 지내고 싶은데요.
자기 전에 씻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부터 ‘싫어’를 매일 반복하는 딸과 화목하게 지내는 게 너무 어렵네요.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워킹맘 으로 살기가 만만치가 않으시죠? 그래도 일과 육아 모두 잘 해내시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애쓰는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아이가 싫다고 외치기만 하면 정말 화나고 원망스런 마음이 들 겁니다.

그 마음은 저도 너무 잘 알지요. 그럴 땐 잠시 심호흡하거나 잠깐 바람 쐬고 마음 잘 진정시키시기 바라요. 다시 힘이 나면 행동이 달라지게 하려면 필수조건인 아이 마음부터 알아볼게요.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살펴볼게요.

#워킹맘의자녀 로 산다는 것

제가 워킹맘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이 일하는 ‘워킹맘을 둔 아이의 마음’을 알아보는 일이에요. 마음을 알지 못하면 아이의 행동이 변화되기는 어려워요. 자기 마음도 몰라 주는 사람을 위해 행동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겠지요.

워킹맘은 전업맘에 비해 아이를 챙기는 일이 부실할 수밖에 없어요. 아침이면 엄마도 출근준비를 해야 해서 더 바쁘게 다그치거나 챙길 걸 빠뜨리는 일이 종종 있지요. 하교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을 보며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도 만만치가 않아요. 학교 일에 열심히 참가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아이는 엄마가 저렇게 학교에 종종 오기를 바라기도 하지요. 이렇게 엄마 없이 견디는 시간 동안 아이의 마음에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쌓이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퇴근한 엄마와 만납니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요? 엄마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랄까요? 이런 아이에게 엄마가 지시하고 채근하기만 한다면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싶을까요?

②엄마의 말과 행동에 따라 아이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퇴근한 엄마의 행동은 이후 시간 아이의 행동에 치명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엄마를 배려해 주고 예쁘게 자기 할 일도 잘하는 아이로 행동하거나 아니면 억지 부리고 짜증 내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지금 아이는 후자의 행동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럴 땐 아쉽게도 아이가 먼저 변하기는 어렵답니다. 심리 기법인 현실치료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요.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당신 자신이다.’ 이 말에 따른다면 아이를 어떻게 달라지게 할까? 보다는 ‘엄마가 무엇을 다르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되지요. 결국, 엄마가 무언가를 다르게 해야 아이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③퇴근 후 10분이 저녁 시간을 바꿉니다.

퇴근하자마자 엄마는 할 일이 너무 많지요. 하지만 온종일 엄마를 그리워했을 아이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 10분은 꼭 내어주시기 바라요. 엄마 없는 시간 동안 엄마를 보고 싶지 않았는지? 엄마가 없어서 불편한 건 없었는지 물어봐 주세요. 얼굴 마주 보고 눈 마주치고 안아주면서 잠시 쉬어 보세요.

아이 마음에 쌓인 안 좋은 감정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 수 있을 거예요.
초등학교 2학년은 아직 아주 어린 나이입니다. 그저 엄마의 친절하고 포근한 말과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어린아이일 뿐이지요.
그런 아이에게 다그치는 잔소리만 한다면 아이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원망, 분노 등으로 반항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④저녁 시간 계획을 세워보세요.

이제 마음이 안정되었다면 엄마가 할 일, 아이가 할 일을 각자 말하고 서로 잘 해보자고 격려해 주면 됩니다. 단, 거창한 계획표가 아닙니다. “엄마는 이제 청소하고 저녁 준비하고 밥 먹고 30분 쉴 거야.

그다음에 너랑 30분 놀고 싶어. 넌?” 이렇게 엄마가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말한다면 아이도 엄마를 모델 삼아 비슷하게 말할 수 있어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엄마의 걱정되는 마음과 바라는 것을 말해 주세요. 얼마든지 행복한 협상이 가능할 테니까요.

⑤아이가 싫어하는 것은 억지로 하라고 하지 마세요. 대신 이렇게 말해 보세요.

“싫으면 억지로 안 해도 돼.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니까 괜찮아”.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는 그때부터 할까 말까를 고민하게 되지요. 물론 아이의 선택이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그날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다음 날 이렇게 말해주세요.
“오늘은 어떻게 하고 싶어?” 이렇게 아이의 생각을 질문하면 아이는 하루하루 더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키워가게 될 것입니다.

참,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진짜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아이가 싫다고 했던 바로 그 행동을 오히려 더 잘하려 애를 쓰게 되지요. 사람의 마음이 참 오묘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싫다고 했을 때 그 마음을 바꾸려 하면 더 완강해 지지만, 그 마음을 받아주고 다독여 주면 오히려 싫은 일을 해낼 힘이 생기니 말입니다.

제가 늘 경험하고 신기해하며 때로는 짜릿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아이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어머니께서도 꼭 경험하시기를 바랍니다.

 

#책속의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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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43개월이 되어가는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아이는 어른을 보면 인사도 잘하고 대답도 잘한답니다. 특히 할머니들을 굉장히 좋아하고요. 그런데 놀이에 있어서 지는 것을 못 참아 해요. 가위바위보를 하면 분명 졌는데 자기가 이겼다고 좋아하고요.

‘가위는 바위를 못 이겨 바위가 이긴 거야’ 라고 설명해도 자기가 이겼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카드게임에 푹 빠져있습니다. 카드에 점수가 적혀 있고 3장의 카드의 점수를 합산해서 이기고 지는 그런 게임을 하는데, 처음에는 그 카드 중 가장 점수가 높은 카드를 꼭 아이가 가지려고 해서 그렇게 하면 엄마는 하지 않겠다고, 둘 다 모르게 해야 하는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제는 그 높은 점수카드를 본인이 가지겠다는 것은 포기한 것 같은데 게임 끝에 점수를 합산해서 자기가 이기면 좋아하고, 지면 울어버리네요.

‘그래서 모든 게임에서 이길 수만은 없다고 질 수도 있다고, 다들 지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게임이니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자꾸 이기려고만 하면 친구들이 같이 놀지 않을 거라고’ 하며 설명을 했지만 아이는 ‘이기고 싶었다’고 하면서 울더라고요. 아이가 이겼을 때 제가 ‘엄마는 게임에서 져서 속상하다고’ 했더니 아이가 ‘질 수도 있는 거지’하며 저를 달래네요.

아이가 생기기 전에 다른 아이들이 졌다고 화내고 울면 좋게 보지 않았는데 제 아이가 그러니 굉장히 당황스럽고 굉장히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고 항상 이기게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또 항상 지게만 하면 아이가 상처받을 것 같고 너무 어렵네요.

#승부욕이강한아이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인사성도 밝고 자기표현도 잘하는 활달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네요. 그런데 항상 이기려고 하는 태도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어떻게든 아이의 과한 욕심을 가라앉히고 공정하고 배려하는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시지만, 마음처럼 잘 안 되실 거예요. 잘 안되는 이유가 있어요.

그건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부모에게 도움되는 심리적 지식이 있어요. 선택이론에서 말하는 4가지 심리적 욕구입니다.

①사랑과 소속의 욕구 ②즐거움의 욕구 ③자유의 욕구, ④힘과 성취의 욕구

이중 아이는 어떤 욕구가 강한 아이일까요? 어쩌면 힘과 성취의 욕구가 무척 강한 아이가 아닐까요? 지금껏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이런 욕구는 타고난 것이며 일생 변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힘과 성취의 욕구가 강한 아이는 그야말로 이겨야 사는 것 같아요. 놀이에서도 게임에서도 그 어떤 것에서도 늘 이기는 것에 가치를 두지요. 이런 아이에게 져도 된다는 걸 가르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아이 마음도 흡족하면서 동시에 엄마가 원하는 모습을 가진 아이로 키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사소한 것에서 져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야 아이도 자신을 이해하고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 갈 수 있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이가 바라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고 격려하며 공정하고 타당한 방법으로 잘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꾸 지적하고 고치려고만 하면 아이는 늘 이기지 못해 불만이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그야말로 부정한 방법으로도 이기기만 하려는 행동이 강화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어떻게 아이를 도와주면 좋을지 알아보겠습니다.

1. “진짜 이기고 싶었구나. 잘하고 싶었구나. 그런 마음을 가진 건 정말 좋은 일이야. 네가 열심히 하도록 도와줄 거야.”

이런 말로 잘하고 싶은 마음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세요. 그럼 마음을 진정하고 다음엔 어떻게 할지 생각할 수 있어요.

2. 진짜 이기는 것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알려 주세요.

‘졌지만 이긴 경기, 이겼지만 진거나 마찬가지’라는 개념이 있다는 걸 말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졌지만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모든 사람의 칭찬과 응원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했다는 사례. 반대로 이겼지만,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잘난 척하거나 편법이나 불법을 사용해서 오히려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다는 얘기도 좋아요.

3. 졌지만 잘한 점, 노력한 점을 찾아 말해 주세요.

이기고 싶은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보통 아이보다 더 많이 노력합니다. 그러니 졌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한 점이 얼마나 많은지 꼭 찾아서 들려주는 일이 중요해요.

한 달 전, 일 년 전을 비교하면서 너무 잘 자라고 있고, 무엇을 하더라도 많이 노력하기 때문에 점점 더 굉장히 잘하게 될 거라는 말을 들려주세요.

4.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싶어?”

이런 말이 필요합니다. “괜찮아 못해도 돼”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세요. 물론 그 선택도 아이가 하도록 기다려 주시는 게 좋아요. 자신이 선택해야 더 기분 좋게 배우는 일에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5. 반칙할 땐

가위바위보에서 졌는데도 이겼다고 우길 땐 그건 반칙이니 반칙패이고, 그래서 엄마가 이긴 거라고 냉정하게 설명해 주어도 괜찮아요. 처음 몇 번은 아이가 억지 부리며 울겠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게임의 규칙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올림픽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가도 반칙한 게 들통 나서 금메달을 빼앗긴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좋아요.

6.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가 정당하게 이겼을 때는 충분히 칭찬해 주세요.

진짜 멋지게 정정당당하게 이겨야 진짜 기쁘다는 걸 배우게 될 테니까요. 반칙하고 싶은 마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고 정정당당한 선택을 한 경우를 잘 찾아 격려해 준다면 아이는 멋지게 성취해 가며 자랄 거라 기대됩니다.
#책속의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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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희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아들이 학교가 싫다고 해요.
5월부터 학교에서 분노조절이 안 되어 아이도 힘들어하고 선생님, 반 친구들도 모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모래 놀이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쯤 되어가는 데 아직 효과는 없습니다. 자기가 공부를 너무 못한다며 늘 자신 없어 하고 무기력하고, 집중력도 많이 떨어지고요.

아침마다 화내지 않고 잘해보겠다고 다짐하며 등교하는 아이 모습이 짠하고 안쓰러워요. 담임선생님은 아이의 의지로는 안될 것 같다며 소아정신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으면 하시는데 엄마인 제가 아이를 도울 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분노조절이안되는아이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2학년 아이가 학교 가기를 싫어하고 학교에서는 분노 조절을 못 해 힘들어하네요. 모래 놀이치료를 시작했는데도 아직 변화가 없어 더 마음이 힘드실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점,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하고 집중력도 많이 떨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되어 학교 가기를 싫어하고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아침마다 화내지 않고 잘해보겠다고 다짐하는 아이가 한편으로는 참 대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5월부터 분노 조절이 안 된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약 어릴 때부터 충동성이 있고 화를 조절하지 못했다면 기질적인 문제를 의심해 볼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엔 괜찮았고 5월부터 그런 현상이 생겼다는 건 뭔가 속상한 사건이 있어 마음이 힘들어진 건 아닐까요? 아니면 조금씩 누적되어 오던 스트레스가 이제 더이상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되어 터져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건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이지요. 현재 아이는 어떤 사건이든 자신의 무능함과 그에 따른 좌절감으로 결론짓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힘들게 하는 주된 심리적 원인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무능감, 좌절감 등일 것 같습니다.

공부 못하는 것에 좌절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는 아이라면 급하게 부모가 도와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1. 인지적 재미를 경험하게 해 주세요.

재미에는 정서적 재미와 인지적 재미가 있습니다. 유아기에는 정서적으로 잘 놀기만 해도 만족감이 크지요. 그래서 유아기의 웃음은 심리적 건강의 필수요소입니다. 그런데 초등학생이 되고 점점 커가는 아이에겐 정서적 재미를 능가하는 인지적 재미가 필요합니다.
뭔가를 새롭게 배웠을 때의 즐거움,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 이런 것들이 인지적 즐거움의 중요한 부분들이지요.

2. 멋진 결과물을 기록으로 남겨 주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취미나 소재를 발전시켜주는 것입니다. 레고 블록을 좋아하면 레고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세요. 단순히 만들었다 허물었다 하는 것과 다른 차원으로 자신의 결과물이 축적되면 뿌듯하고 더 큰 즐거움을 맛보게 되지요. 이런 활동이 아이의 마음이 큰 힘이 되어 자신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올라가게 된답니다.

3.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방법을 알게 해 주세요.

어렵기만 한 수학을 카드놀이처럼 놀았는데 쉽게 이해하게 된다면 아이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답니다. 교과서나 학습지로 하는 공부만이 공부가 아닙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힘이 난답니다.

이런 방법들이 분노 조절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사실 화를 참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화가 나는 걸 참으라고 하기보다 화가 덜 나도록 상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된다면 아이는 화를 조절하게 될 뿐 아니라 화가 나는 상황 자체가 아주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마음에 힘이 생기고 새로운 걸 배우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는 또 다른 해결책을 쉽게 찾게 될 것입니다.

아이가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책속의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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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얼마 전부터 부쩍 걱정이 생겨 마음이 심란한 24개월, 만2세 여아의 엄마입니다. 딸이 제 생각을 표현할 줄 알고 말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요즘처럼 예쁠 때가 있을까? 하며 딸 커가는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지만 외출만 했다 하면 제 마음이 상해 돌아옵니다.

구립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에요. 오빠, 언니들의 곁을 계속 오고 가며 말도 걸고 보고 있는 책을 만지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관심표현에서 힘 조절이 아직 미숙한 건지, 손바닥으로 책을 두드리는데… ‘아, 저렇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이며 한 언니는 하지마, 저리 가!를 말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오빠가 보는 책은 발바닥으로 밟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마트에서는 제가 정신 없는 사이 판매하는 소파 위에 놓인 펭귄 인형에 관심을 가지더니 지나가는 오빠들이 만지자 손을 휘저었어요. 심지어 들고 있던 인형을 오빠들을 향해 흔들어대며 위협하고 만지지 못하게 했습니다. 오빠의 부모는 기분이 상해 저희 아이를 아주 안 좋게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자기가 관심 가진 물건에 손을 대면 밀고, 때리며… 참! 우리 아이는 맞아도 울지 않습니다. 뺏겨도 울지 않고요. 안 뺏기려 하고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놀이터에 굴러다니는 자전거가 딸아이 것이 아님을 전달해도 다른 누군가 타려 하면 밀어내버립니다. 자기보다 큰 언니, 오빠들도요…

아이 성향은 제가 생각하기로 열정적인 것 같습니다. 잘 놀고 책 읽을 때는 집중도 잘 하는 편이고 혼자서도 장난감 가지고 잘 노는데..  낯가림도 전혀 없는 것처럼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낯선 장소에서도 어디든 돌아다니고요. 활발하고 예쁜 아이인데, 외출할 때마다 저는 겁이 납니다.

초보 맘이 처음 겪는 아이의 행동에 무척 심란하네요.  제 고민에 시원한 답변 부탁 드립니다! 제 고민이 지나가는 한 단계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집과밖의_행동이_다른유아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아이가 외출에서 보이는 모습이 당황스럽고 걱정되실 것 같아요. 집에서와 밖에서의 아이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두 가지 모습을 정리해서 비교해 보면 뭔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생각 표현도 잘하고 소꿉놀이하는 모습이 예쁘기만 해요. 잘 놀고 책 읽을 때 집중도 잘하고, 혼자서도 장난감 가지고 잘 놀며, 낯가림도 없어서 처음 보는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도 잘해요. 낯선 장소에서도 잘 돌아다닐 정도로 활발하고 예쁜 아이예요.

반면, 도서관에서의 행동은 손바닥으로 남이 보는 책을 두드리고, 책을 밟기도 하고, 목소리가 크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물건에 누가 건드리면 손을 휘저으며 위협하는 행동을 하고 인형을 흔들어대며 만지지 못하게 해요. 심하면 밀고 때리기도 해요. 놀이터에서 자기 자전거가 아니어도 남이 타려고 하면 밀어버리네요. 왜 아이는 이렇게 행동이 다를까요? 몇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1.     아이가 잘 놀 때, 소꿉놀이할 때, 책에 집중할 때, 아이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시는지요?

2.     그리고 이런 행동이 지속해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얼마 전부터 부쩍 걱정이 생겼다는 말씀을 하신 걸 보니 혹시 최근에 아이가 심리적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3.     두 돌이 지나면서 조금씩 규칙과 질서, 기본적인 예절 등 인성을 가르치기 시작할 때인데 그런 가르침을 시작하고 계시는지요?

활달하고 에너지가 많은 아이라 해도 밀고 때리고 하는 행동이 이렇게 쉽게 나타나는 건 전반적으로 아이의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거나 뭔가 충족되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집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큼 칭찬과 애정표현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적 충격을 받아도 갑자기 행동이 변하며, 훈육해야 할 때 훈육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행동은 천방지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주원인이 되었을지 한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원인이었던 현재 아이의 그런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 마음에 안정감, 만족감, 여유로움이 생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단순히 문제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훈육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이럴 땐 밖에 나가서 행동을 통제하려고 애를 쓰시기보다 집에서 아이의 마음이 충족될 수 있도록 신경 쓰시는 게 효과적이랍니다. 아이가 왜 밀고 때리면서까지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할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도와주면 좋은 방법들입니다. 아이에게 해당하는 방법을 골라 시도해 보시면 분명 좋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①     아이가 혼자 잘 놀 때 가까이 다가가 많이 칭찬해 주세요. 가능하면 구체적인 것이 좋습니다. 소꿉놀이할 때 하는 말들, 인형을 돌보는 모습들 하나하나를 짚어서 말해 주세요.

“인형을 포근하게 잘 안아주네. 기특하다. 책 읽는 모습이 정말 예뻐. 예쁜 말을 참 많이 하는구나.” 이런 말을 자주 해 주시면 밖에서의 행동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②     에너지가 많은 아이는 일단 활동량이 많은 놀이가 필요합니다. 도서관처럼 정적인 공간보다 놀이터처럼 동적인 공간에서의 놀이가 더 많이 필요할 수 있지요. 어려서부터 도서관과 친숙해지는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그곳에선 조용히 책을 고르고 빌려 오는 것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굳이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에 가서 문제 발생을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③     밀고 때리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은 그런 행동을 자주 보고 경험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어요. 혹시라도 아이가 스트레스 받을 만한 상황인지, 아니면 아이를 훈육할 때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신 건 아닌지도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④     만약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그런 거라면 이제 연습이 필요합니다. 도서관에서 소란을 피우면 아이를 안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옵니다. 아이가 엄마의 말을 잘 지키면 귓속말로 칭찬해 주시고, 어기면 다시 데리고 나와 한 번 더 가르칩니다. 아이가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임을 깨달아야 하므로 훈육이 필요할 땐 단호하게 해서 아이가 약속을 잘 지키는 경험에 성공하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성공적으로 약속을 지키면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크게 칭찬해 주세요. 아빠에게도 얼마나 도서관에서 의젓하게 행동하고 약속을 잘 지켰는지 자랑하시면 됩니다. 그런 과정이 아이로 하여금 무엇이 옳고 그런지 제대로 배우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활발하고 열정적인 아이의 특성이 잘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속의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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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8살 초등 1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5~6살 때부터 인가 아들은 아주 사소한 것인데도 “괜찮아?”라고 묻습니다. 너무 자주 물어서 매사에 아주 짜증 날 정도예요. 아무것도 아닌 건데도 엄마, 아빠에게 자꾸만 물어보네요.

어떨 때는 또 그런다 싶어서 보지도 않고 뭔지도 모른 채로 “응 괜찮아”라고 했는데, 그렇게라도 답을 들어야 속 시원한 아이입니다.
무언가 확인을 받아야 속이 풀리는지 무엇이 불안해서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왜 그러냐고 네가 괜찮은 건지 그런 건 스스로 판단하라 해도 “이 정도는 괜찮으니까 묻지 마?”하고 또 질문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언제까지 이럴 건지 답답해 죽겠네요.

A.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마치 아이가 엄마 아빠의 눈치 보는 것 같네요.

뭔가 할 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물어봐야 하는 아이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 같아요. 눈치란 직관적으로 그때그때의 상황으로 미루어 남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아이는 지금 정확하게 말로 확인하지 않으면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눈치가 있어야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고 이해하여 사회적 관계도 잘 성장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렇게 상대의 마음을 말로 확인해야 한다면 어쩌면 공감능력의 발달이 느린 것으로 볼 수도 있어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쉽게 짐작이 되지 않아 매사에 물어보고 확인해야 하는 아이에게 말로 설명하는 건 도움되지 않습니다.
설명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러니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답니다.

“엄마 생각이 궁금했구나. 엄만 네가 원하는 대로 했으면 좋겠어. 넌 어떻게 하고 싶니?”

이 말은 “네가 알아서 해,”라는 말과 의미는 똑같아 보이지만 아이 마음에는 굉장히 다르게 느껴진답니다.
말의 뉘앙스와 말하는 엄마의 표정에서 아이는 더 많은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 가르치고 싶은 바로 그 것을 아이가 실제 경험하게 해 주는 방법이 가장 중요해요.
그 외 아이를 도와줄 방법을 정리해 볼게요.

①     스스로 알아서 할 것과 의견을 물어볼 것을 정해 주기.

어떤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물어보아야 하는지 정해두기만 해도 아이 마음이 좀 편해질 거예요. 조금씩 스스로 알아서 할 것들의 범위를 넓혀가도 좋을 것 같아요.

②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기.

처음엔 혼자 정해서 행동하면서도 눈치를 볼 수 있어요. 뭔가 아이가 스스로 결정해서 했다면 칭찬해 주세요. 엄마 아빠의 말과 표정이 진짜 아이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느껴지면 조금씩 스스로 결정하는 일에 익숙해진답니다.

③     아이에게 의견 물어보기

거꾸로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봐 주세요. 저녁은 뭘 먹고 싶은지, 엄마 아빠가 잠시 쉬어도 되는지, 숙제하는 동안 TV를 봐도 되는지…. 늘 지시를 받는 역할에서 반대로 자신이 허락하는 입장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신이 난답니다.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아이는 자신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합니다. 이런 경험은 아이가 더욱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커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④     함께 협상하기.

식사 메뉴나 외식장소를 정할 때. 엄마 아빠가 선물을 사주어야 할 때, 등등 의견이 다를 때 협상을 해 보세요. 특히 엄마 아빠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경우에 꼭 필요하답니다. 단, 사업관계의 협상과 달리 서로에게 도움되는 방식의 결론을 찾는다는 목표가 분명해야 하지요.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그건 ~이유로 곤란해. 다른 방법은 없을까? 엄마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때? “

이렇게 대화를 진행하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 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존중받는 느낌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지요. 아마 아이 마음속에 어른스러운 모습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⑤     함께 웃고 놀기

잘 생각해 보면 아이가 엄마 아빠가 즐겁게 웃고 논 다음에는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 적이 많을 거예요. 아이와 웃으며 함께 노는 건 아이의 심리엔 만병통치약 같은 힘이 있답니다.

우리 아이가 눈치 보지 않고, 눈치 있고 재치 있고 아이로 잘 자라기 바랍니다.

#책속의한줄

0 1207

Q. 32개월 딸아이와 9개월 된 둘째가 있어요.
남편이 7시에 출근하고 밤 11시나 되야 퇴근해서 제가 항상 지쳐있습니다.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하원 후 뽀로로 혹은 다른 애니메이션을 자기 전까지 봐요.
저는 둘째를 업고 저녁 준비하고 애들 밥 먹이고, 그러고 나면 제가 지쳐서 첫째와 놀아주지 못해요.
TV만 보여주는데 과연 괜찮은 걸까요?

A.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어린 두 아이를 돌보시느라 무척 힘드시죠? 얼마나 지치고 힘들면 TV만 보여줄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게다가 놀아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에 더 괴로우실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집에 있는 시간 내내 TV만 본다면 걱정이 됩니다.
한창 다양한 자극을 통해 감성이 발달해야 하는데 TV, 스마트 폰, 혹은 태블릿 PC 등 미디어에만 노출되어 있다면 괜찮다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요.
미디어에 과다하게 노출된 유아를 두뇌 검사와 스트레스 검사를 해보니 엄마 품에서 보다 미디어에 노출되었을 때 더 안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태는 ‘심각한 약물 중독 상태’와 유사하다고 해요. 그만큼 엄마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쳐서 못 놀아 주시는 것도 있겠지만, 혹시 무엇으로 어떻게 놀아야 할지 막막하신 건 아닌지요?
인형이나 블록 등 장난감을 준다고 아이가 잘 놀지는 못해요.
인형 놀이를 함께해 주어야 하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블록을 주어도 일일이 함께 조작을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 힘들 수 있어요.
이럴 땐 가능하면 엄마의 손이 덜 가고 직접 함께하지 않아도 되는 실제적인 놀이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해요.

첫째, 실컷 그림 그리게 해 주세요.

이면지나 신문지, 그리고 색연필이 있으면 됩니다. 물론 온통 낙서가 될 것이고, 선 하나 죽 그어 놓고 다른 종이를 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기에 실컷 가져다 쓸 수 있게 이면지나 신문지를 활용하는 게 좋아요.
아이가 그어 놓은 선을 집이나 나무로 변형시켜 그려주면 아이는 따라 하며 더 좋은 상상을 발전시킬 거예요.

종이가 어질러 지는 건 좀 참으시기 바라요. 나중에 한꺼번에 치우면 되니까요. 치울 때도 비닐봉지에 담아 뭉쳐서 공놀이로 활용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그런 원시적인 놀이를 더 좋아한답니다.
유대인들의 유치원인 키부츠 마당에 시소나 그네 대신 고물을 잔뜩 모아 놓은 건
그런 놀이가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력을 더 잘 발달시켜 주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뭔가를 그리면 이렇게 말해 보세요.

“그건 뭐야? 뭘 그렸어? 정말?
그렇구나. 잘 그렸다. 멋지다.”

이런 대화면 충분합니다.
아이는 동그라미 하나 그려 놓고 강아지라 할 수도 있고 자동차라 할 수 있어요.
그냥 아이의 상상을 따라가며 대화를 나누면 됩니다. 그럼 아이는 신이 나서 계속 그림 그리며 즐겁게 놀 수 있어요.

둘째, 퍼즐을 사 주세요.

다양한 그림의 유아용 퍼즐은 조각 수도 아이 수준에 맞게 고를 수 있어요. 32개월 이면 6조각 정도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 맞추는 방법을 보여주기만 해도 쉽게 따라 맞출 수 있어요. 비슷한 조각 수를 잘하게 되면 조각 수를 늘려 가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이랍니다.
퍼즐 놀이는 시작만 하면 자기도 모르게 몰입할 수 있는 놀이에요. 게다가 아이들의 관찰력, 집중력을 키워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셋째, 엄마 아빠 목소리로 녹음한 책을 읽어주세요.

책을 한번 읽어주실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주세요.
원래 직접 책을 읽어주면 좋지만, 힘드실 땐 엄마 목소리로 녹음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됩니다.
동화 CD를 들려주거나 세이펜 기능이 있는 그림책을 주셔도 좋아요. 하지만 아이는 엄마 아빠 목소리로 녹음한 이야기를 더 좋아합니다.
디지털 기계를 거쳤지만,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직접 상호작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심리적으로는 더 큰 도움이 된답니다.
스마트폰을 듣기용으로 활용하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아빠와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아빠 목소리로 녹음해 둔 동화를 들려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놀이에 집중하고 엄마는 그 옆에서 미소 지으며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는 그림을 상상해 보세요.
하루에 10~20분뿐이라 하더라도 이런 좋은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잘 자라는 것 같아요.
아이와 행복한 시간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책속의 한줄

0 1360

Q. 안녕하세요? 7살 여아를 둔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의 성향은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모범생입니다.
유치원에서는 꼬마 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지요. 그렇다 보니 자기 기준으로 봤을 때 장난을 많이 친다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싫다고 단정 지어버리네요.

저는 세상 사람들 얼굴 생김새가 다 다른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르다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주지만 아이는 받아들이지 않네요.
그리고 그런 친구들을 보는 게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제가 “친구들 신경 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라고 하지만 그래도 받아 들여지지 않나 봅니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 건지…친구 관계가 너무 좁아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기만의 기준에 의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제가 잘못 키운 건가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또래 성향인지 우리 아이만의 성향인지 짧은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A. 이임숙 샘: 너무 빨리 모범생이 되는 아이를 위하여

안녕하세요?
‘7살 딸’, 귀여운 짓을 할 땐 정말 예쁘고, 미운 짓을 할 땐 너무나도 밉기만 한 그런 때인 것 같아요. 그런데 ‘7살짜리 모범생’이라는 말은 앞뒤가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아요. ‘미운 일곱 살’이어야 할 나이에 ‘선생님 같은 모범생’이라니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해집니다. 마치 고지식한 어른 같은 느낌으로 친구들을 평가하고 지적하고 있네요.

사실 뭔가 아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는 아이 마음을 살펴보는 게 맞아요. 아이들은 아이답게 좌충우돌하며 떼도 쓰고 투정도 부리고 변덕도 부리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렇지 않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첫째, 예민한 아이라 본인 자신도 규칙을 어기거나 말썽을 부리는 것이 너무 싫어서 친구들의 그런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자라면서 엄마, 아빠에게서 받은 영향이 또래와의 관계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주신 내용에서는 아이의 기질을 짐작하기가 어려우니 두 번째 경우에 대해서만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1.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끼친 영향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성격도 다 달라. 그런 사람도 인정해 주어야 해.”
“친구들 신경 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라는 ‘엄마의 말’에서 평소 논리적인 설명을 잘하신다는 짐작이 됩니다. 정말 좋은 강점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엄마의 이런 강점이 초등학생 이후의 아이들에게는 무척 좋은 배움이 되겠지만, 유아기의 아이에게는 어려울 수 있어요. 어린아이들은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처음엔 앵무새처럼 말만 배우다 서서히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지요. 정작 배우는 건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엄마의 태도와 표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니 엄마가 생각해 볼 점들은 이런 말씀을 하실 때 아이에게 전달되는 느낌과 그래서 아이가 갖게 되는 생각들에 관한 것입니다. 아마도 누군가 잘못하면 말로 지적해야 한다거나, 싫어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은 아닐까요?

2. 다양성을 인정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다양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공감하는 유쾌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장난을 많이 치는 친구가 싫다고 말한다면 다양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말보다 그냥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라고 무심한 듯 가볍게 넘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이렇게 똑 부러진 말을 할 때마다 어른들의 칭찬을 받았고, 그래서 더 강화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땐 무심한 반응이 그 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아이의 고정관념을 바꾸어 주려면 평소 아이가 장난치고 놀 때 이렇게 말하는 게 좋습니다.

“엄만 네가 장난칠 때 정말 사랑스러워.”
“짓궂은 표정이 완전 매력적이야.”
“어, 심술이가 얼굴에 붙었어!”

아이가 실수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엄만 네가 때로 잘못하고 실수해도 널 사랑해, 진짜 진짜 사랑해 “
이렇게 먼저 말해 주세요. 그리고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 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봐 주세요. 아마 서서히 아이의 고정관념은 어느새 사라지게 될 거예요.
참, 도서관에서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그림책을 검색해 보면. 많은 그림책이 있을 거예요. 수시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친구를 지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엄격한 기준들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 7살은 ‘실수해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다’며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답니다. 자신에게 여유로워질 때 타인에게도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지요. 무엇보다
엄마가 들려주는 ‘괜찮아’라는 말이 아이의 마음을 풀어줄 것 같아요.

3. 기억할 점!

어쩌면 지금 아이가 또박또박 말로 표현하는 내용들은 예전에 엄마가 했던 말일 수 있어요. 결국 아이는 어디선가 배운 말들을 자기 상황에서 응용해서 표현하게 되니까요. 제가 너무 따져 말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이번 상담은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네요.

요즘 많은 관심을 가지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아들러의 말을 통해 우리 모두 한 번 더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 5세를 전후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일관된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자신의 삶의 의미, 평생 추구할 목표,
삶과 사람에 대한 태도와 접근 방식,
정서적 특징 등이 이때 모두 결정된다.

열등감과 우월함에 관한 모든 문제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가정에서 보낸 삶에서 비롯된다. 학교에 가서 나타나는 교우 관계와 선생님과의 관계는, 이전에 형성된 관계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학교에 가서 문제가 생기는 아이는 없다.
다만 이전에 갖고 있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항상나를가로막는나에게
(카시오페아) 중에서

책속의 한줄_고민상담소

0 1890

Q. 안녕하세요? 저희 아들은 이제 만 5살입니다.
얼마 전 그룹 피아노 레슨을 했습니다.
집에 오면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도
열심히 하고 연습도 곧잘 했지요.
레슨 기간이 끝난 후 연주회를 했는데
우리 아들만 피아노를 못 치고 그냥 내려왔습니다. 평소에 부끄럼을 많이 타는 편이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엄마와 같이 피아노 치는 거라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일주일 후 유치원 졸업식 때는
춤 추는 것, 마지막 인사말 등 하나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연습을 아예 안 한 것도 아닙니다.
집에서 연습도 잘하고 연습할 때 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기도 하는데 무대나 앞에 나서는 것, 주목받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 합니다.
아이 성격이 그런가 보다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엄마로서 제가 우리 아들을 위해 부끄러워하는 성격을 좀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는 데 정말 그럴까요? 도움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이임숙 샘: 부끄러움 많은 아이를 위하여

아이가 부끄러움이 많아 마음이 안타까우실 것 같아요. 우선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는 보는 사람도 답답하지만 정작 본인이 더 많이 불편하고 괴롭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낯선 사람만 있으면 엄마 다리 뒤에 숨어 매달리거나, 공공장소에선 말을 못하고, 유치원 졸업식이나 학예회 같은 무대 행사에서는
아마 며칠 전부터 걱정하며 잠을 못 자거나 밥맛이 없어지기도 하지요.
이러니 정작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요?
또한, 그런 자신이 별로 멋진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답니다. 게다가 아이는 부끄러워 죽겠는데 어른들은 자꾸 뭔가를 하라고 요구하니 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 버린 듯한 느낌일 것 같아요. 일상생활은 더 많이 힘들 수 있어요.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거나 질문을 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은 빨개지고 더더욱 아무 말도 못 하게 되지요. 그러니 부끄러움은 아이가 자유롭게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아주 큰 걸림돌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선 어른들의 세심함이 필요하답니다.

첫째, 부끄러움에 대해 말하지 않기.

자꾸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부끄러워하지 않았나요?
엄마가 백번 말하는 것 보다 아이가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경험을 한번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요. 설명하는 말, 훈계하는 말들은 어른들의 생각처럼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답니다. 오히려 책을 읽거나 TV를 볼 때 마음에 드는 주인공의 대사를 큰 소리로 따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물론 아이에게 “큰 소리로 말해봐.” 가 아니라 엄마가 먼저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라며 주인공 역할을 해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는 엄마의 재미있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신나게 따라 할 거예요.
소파나 의자 등 높은 곳에 올라가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큰소리를 지르고 마음껏 웃는 경험도 매우 효과적이랍니다. 이렇게 행동으로 따라 하다 보면 익숙해 지지요. 백문이 불여일행이라는 말이 되겠네요. 한 번씩 행동으로 연습하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당당하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그렇게 몇 번 성공경험을 하면 서서히 아이는 변해간답니다.

둘째, 부끄러움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하기.

그림책 <빨간 풍선>(SANG 출판사) 에는
너무 부끄러워 커다란 빨간 풍선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아이가 나옵니다.
어른들은 이 모습을 보면 그 풍선을 빨리 치우고 당당하게 얼굴을 보여 주라고 말하고 싶지요.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빨간 풍선은 부끄러움 많은 아이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심리적 안전장치랍니다. 풍선으로 얼굴을 가려야 버스도 타고, 학교도 가고 바닷가에도 갈 수 있어요.
그런 아이에게 억지로 그 풍선을 없애라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겠죠?.
오히려 빨간 풍선을 놓치지 않도록 끈의 손잡이를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게 진짜 도움이랍니다. 언제까지 그런 게 필요하냐고 묻기 전에 우리 아이가 마음 편해져야만 부끄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엄마도 기다리는 게 훨씬 편안해지실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아이 마음이 편하도록 진짜 도움을 준 적이 있는지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서 아이를 억지로 밀어붙이기만 한 건 아닌지요?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보면서 이렇게 질문해 주세요. “넌, 어떤 거로 가리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처음엔 가면이나 얼굴 가리는 모자 등을 쓰다가 나중에 투명망토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아이 마음의 진도를 따라가면 서서히 부끄러움에서 벗어나 자신감 있는 얼굴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참,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진다는 말은 그리 신빙성이 없어요. 그렇게 보인 경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운 좋게도 심리적으로 도움되는 경험을 했거나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랍니다. 운에 맡기기보다 엄마가 좋은 방법을 활용하시는 게 훨씬 빠른 방법이지요.

셋째, 기억할 점!

중요한 건 한순간에 180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약간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시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해요.
주의할 점은 아이의 변화가 느껴질 때 너무 아는 척을 해서 아이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는 거예요. 알아차리기만 하시고 ‘원래부터 넌 그런 아이였어.’ 라는 식으로 당연한 듯 무심한 듯 모른 척해 주시는 게 더 좋아요. 아이가 약간의 변화가 느껴지실 때 농담처럼 “왕자님, 이제 부끄럼쟁이 가면을 벗으시지요. 그 속에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씩씩한 왕자님이 숨어 있는 거 다 압니다. 빨리 벗으세요.” 이렇게 말해 보세요. 이렇게 웃는 대화는 아이가 변화하는 데 큰 힘을 준답니다.

책속의한줄_고민상담소

0 1114

#전_제아들을_사랑한답니다

Q. 안녕하세요? 6살 아들을 둔 엄마예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스킨십하며 나름 표현을 해도, 아들은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며 제 마음을 쿵 하게 하네요…
무엇이 문제일까? 내 표현이 서툰가? 이래저래 생각해봐도 도무지 모르겠어요.
물론 훈계를 할 때도 있지요. 제가 웃다가 찡그렸다 하니 아들이 갈피를 못 잡겠답니다. 명쾌한 답변 좀 부탁합니다…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엄마 마음이 전혀 전달되지 않으니 정말 답답하시죠.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아이가 저런 말을 하면 이런 생각만 들 것 같아요. ‘도대체 우리 아이는 왜 이러지?’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시작하면 아이가 원망스러운 생각만 들 수 있어요. 원망으로 시작된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가진 못하는 것 같아요. 이젠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해요. ‘아이가 저렇게 말하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말이 조금만 달라도 생각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답니다. 전 엄마가 노력해도 아이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땐 늘 이렇게 생각해요. ‘제대로 한다고 하지만 아이에겐 그게 오히려 상처가 되는 건 아닐까?’ 이런 방향으로 차근차근 생각하다 보면 사랑하는 우리 아이와 잘 통할 수 있는 방법을 분명히 찾게 된답니다. 이제 힘든 마음 잠시 진정시키고 저와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해요.

첫째, 아이가 느끼기에 진짜였을까요? 가짜였을까요?

스킨십과 애정표현을 하기는 했지만 그 방식이 아이의 마음까지 가 닿지 못한 건 아닐까요? 아이는 엄마의 애정표현에서 진심을 느끼지 못했거나 스킨십을 해도 아이 마음에 충족감이 들지 않은 것 같아요., 아니면 더 많이 바라기 때문에 아기처럼 저렇게 투정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어요. 우선 애정표현과 스킨십이 아이 마음으로 느끼기에 엄마의 진심을 느낄 수 있고, 엄마의 사랑이 아이 마음에 충분히 채워지기 위해선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 주는 게 중요해요. 우리 아이는 어떤 방식을 좋아하나요? 흔히 남들이 좋다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 데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거랍니다.

“엄마가 어떻게 안아주는 게 제일 좋아? 언제 안아주는 게 좋아?.
아이마다 답은 다르답니다. 어떤 아이는 잠잘 때 엄마가 꼭 안아주기를 바라고 또 어떤 아이는 유치원 가기 전과 다녀와서 바로 안아달라는 아이도 있지요. 스킨십 방법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아이는 업어줄 때가 가장 행복하고 또 어떤 아이는 엄마 무르팍에 안아 백허그 받는 걸 가장 좋아하기도 하지요. 아이에게 물어보고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 주세요. 만약 아이가 하루에 열 번을 원한다면 보너스로 한 번쯤 더 해주면 확실한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참, 그리고 훈육 방법이 아이와 맞지 않아 오히려 상처를 더 키운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훈육이 잘 마무리되면 오히려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한 단계 성숙해지는 좋은 변화를 하게 된답니다. 이렇게 물어보세요. “네가 잘못할 때 엄마가 어떻게 혼내야 할까? 어떤 방식으로 혼내야 네가 잘못을 깨닫고 행동을 고칠 수 있을까?” 아이가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아주 좋은 대화법이랍니다.

둘째, 6살 아이가 엄마에게 듣고 싶은 건 뭘까요?

6살 아이에게 엄마가 놓치고 있었던 게 뭐가 있을지 궁금증을 한번 가져보기로 해요. 6살은 몸과 마음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예요. 이 시기 아이들의 발달과업은 바로 ‘주도성’이랍니다. “안돼, 싫어, 내가 할 거야. 내 꺼야. 나 잘했지?” 이런 말 자주 하지 않나요?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우기고 떼쓰지 않나요? 이런 행동이 엄마를 힘들게 하지만 사실 발달 적으로 본다면 아주 정상적인 행동이지요. 가만히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관찰해 보세요. 아이는 날마다 뭔가를 계획하고 목표도 세워요. 그런데 뭐든 ‘내가 할게요.’ 라며 나서는 아이가 사실은 제대로 하는 건 없고 실수만 할 거예요. 그럴 때 엄마의 반응이 아이의 마음의 방향이 달라지게 하지요. ‘난 좋은 사람이야 난 잘하는 아이야. 더 잘할 수 있어.’ 아니면 ‘난 아무것도 못 해.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엄만 날 사랑하지 않을 거야.’

우리 아이가 후자 쪽의 생각만 하고 산다면 도저히 예쁜 행동을 하긴 어렵겠죠? 이젠 순서를 바꾸어 말해 주세요.
“ 엄마를 도와주려고 그러는구나. 고마워. 정말 좋은 생각이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멋지다 잘한다. “ 가르치고 훈계하는 말은 그다음에 하시면 된답니다. 엄마가 이렇게 말해주면 신기하게도 다른 문제 행동이 확 줄어드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꼭 이대로 해 보시고 뒷이야기 올려주세요. 아이가 꼭꼭 숨겨 놓았던 멋진 모습을 어떤 식으로 보여 줄지 저도 궁금하니까요. ^^

#책속의한줄_고민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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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월_첫째아이가_아침마다_울어요

Q. 첫째 아기는 19개월, 둘째는 태어난 지 50일이 안 되었어요. 조리원에서 지내는 열흘 동안은 첫째를 아빠와 조부모님께서 봐주셨죠. 조리원을 나오면서 첫째, 둘째 데리고 친정에 와있습니다. 엄마가 잠깐 사라졌다가 둘째와 함께 나타남과 동시에, 낯선 환경에 아빠도 친할머니도 없이 와 있어야 해서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 하는 것 같아요. 밤에 잠을 8시간은 푹 자던 아이가 5~6시간 자고 일어나서 동네 떠나가라고 서럽게 울어요. 두 팔 벌린 체로 울어서 안아주면 진정되긴 하지만 내려놓질 못하게 해요. 아무래도 엄마가 없어 졌단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까요?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갓난 아기와 이제 19개월 된 아기, 두 아기를 데리고 얼마나 고군분투 하고 계실지 짐작이 됩니다. 게다가 큰아이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울기만 하니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과 힘듦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빨리 아이 마음을 달래주고 안정시킬 열쇠를 찾기 위해서 아이 마음으로 들어가 볼게요.

첫째. 아이 마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큰 아이 입장에서 한번 마음을 짐작해 보면 아이 마음을 달래줄 길을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어요. 아이는 엄마와 갑자기 떨어진 경험과 동생의 출현, 낯선 환경으로 너무너무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거예요. 엄마가 사라진 동안 아이가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감은 아이 무의식에서 잠도 푹 들지 못하게 계속 활동 중인 것 같아요. 게다가 낯선 환경과, 엄마를 차지 하고 있는 동생은 아이에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겠지요. 이런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아이 마음을 온통 차지하게 되면 울고 떼쓰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이때 엄마는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주게 되지요. 그런데 엄마의 이런 행동의 효과는 안타깝게도 아이를 잠깐 진정시키는 효과는 주지만 아이의 불안과 혼란이 사라지게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불안이 가득 찼을 때의 엄마의 안아주기와 달래주기는 그 불안을 진정시키는 효과만 주는 것이었고, 진짜 불안이 사라지게 할 방법이 따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엄마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하면 아이가 불안하지 않을까?’ 혹은 어떻게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지요.

둘째. 아이가 불안하지 않으려면

큰아이가 별 투정을 부리지 않을 때, 편안한 상태일 때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 주시나요? 사실 아이를 돌보는 첫 번째 좋은 방법은 문제가 나타났을 때가 아니라 별문제 없을 때 그 핵심 열쇠가 있어요.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은 너무 힘이 들기에 아마 큰 아이가 조용히 괜찮을 땐 대부분 엄마의 관심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 입장에선 조용히 혼자서 잘 놀았는데도 엄마가 관심을 보여주지 않고 동생만 돌보고 있으니 슬프고 외롭고 화가 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마음이 아이의 잠을 방해하고, 깨어있을 때조차도 불안해서 엄마와 떨어지기 어렵게 된답니다. 그러니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가 괜찮을 때,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종종 아이 이름을 불러 주세요. 불러서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진심을 담아서. 아이는 엄마의 진심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려요. 그러니 의무감으로만 한다면 아무리 말해도 아이 마음에 가닿지 못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도 있어요. 아이를 불러서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뽀뽀해 주세요. 엄마 안아주세요.” 라 요청해 보세요. 엄마가 아이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전하는 말은 엄마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답니다. 꼭 한번 해 보시기 바래요. 아이 얼굴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이미 아이가 속상함을 표현할 때 보다, 가만히 있을 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신다면 훨씬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참, 동생 우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 때 큰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물론 잘 못 하겠지만 잘한다고 칭찬하고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동생에 대한 질투감도 훨씬 줄어들 테니까요.

지금 시기가 엄마의 몸은 가장 힘든 시간이지만, 사랑스러운 아이들 모습에 마음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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