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비밀

[무한한 상상자극을 우리 아이에게] 얼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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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모습이에요.
매끄러운 등성이를 따라 내려가 보니
움푹 들어간 길이 보이고,
살짝 언덕길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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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힘들어 하는 걸 보다 못한 눈이
코에게 말을 걸었어요.
“코야, 요즘 부쩍 힘들어 하는데,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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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코끝을 찡긋거리며 대답했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려.
콧물이 줄줄 나오고, 냄새는 잘 맡지도 못하고…
정말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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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커다란 눈동자를 살짝 돌리며
코에게 말했어요.

“나는 그래도 네가 부러워!”

“물론 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나기도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향을 맡을 수 있고
숲에서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실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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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듣고 있던 입이
삐죽 몸을 내밀며 말했어요.

“정말 이상하지 않니?
너희들 모두 싫다고 하면 내가 먹으려고 해도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없어지더라고.

요즘 코가 냄새를 잘 못 맡아서 그런지
나도 음식 맛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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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서로를 보며 이야기하던
눈, 코, 귀, 입은
자기가 멋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눈, 코, 귀, 입은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고 설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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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얼.굴.
아이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도,
영양크림을 착착착착 발라도,
5분만 지나면 어느새 메마른 사막.

옷 입었니, 양말 신어, 세수했니,
준비해라, 가방메라, 신발신어…
거울 앞에서도 눈은 아이에게.

보는 둥 마는 둥 스피드 착착~ 스킨로션,
너무한다싶어 예의삼아 바르는 살짝~ 비비크림,
발랐다는 거에 의의를 두는 쓰윽~ 립클로스.

‘나이 탓일까, 관리 못한 탓일까,
게으름 탓일까, 투자 안한 탓일까.’
중얼중얼 거리며 얼굴을 쳐다보니,

팔자주름.잔주름.잡티.건조.기미.
울긋불긋 뽀드락지.거무튀튀 다크서클…

거울 앞에서
절로 한숨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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