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도깨비

[옛 이야기가 전해주는 지혜를 아이들에게] 정신없는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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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옛날에 농사꾼이
하나 살았는데 참 가난했어.
자기 땅이 없으니까
남의 집에 품이나 팔아서 먹고 살았지.

하루는 남의 집에 가서 농사일을 해 주고
품삯으로 돈 서 푼을 받았어.
그 돈을 괴춤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 도깨비란 놈이 불쑥 튀어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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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님, 나 돈 서 푼만 꾸어 주.”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꾸어 달래니?”
“아, 품판 돈 서 푼 있지 않우?”

빤하게 다 알고 그러는데 어떻해?
하릴없이 돈 서 푼을 꺼내 줬어.

“내일 꼭 갚을 테니 염려 마우.”
농사꾼은 빈손으로 털레털레 집에 돌아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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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농사꾼은 또 남의 집에 품을 팔고
저녁이 돼서 집에 돌아왔어.

“어제 꾼 돈 서 푼 가지고 왔소. 옜소, 받우.”
세어 보니 딱 서 푼이야.
그놈의 도깨비가 약속 하나는 잘 지키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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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아, 또 뭐 시커먼 것이 문 앞에 썩 나타나네.

“어제 꾼 돈 서 푼 가지고 왔소. 옜소, 받우.”
“아니, 또 무슨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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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도 돈 서 푼.
그 다음 날에도 돈 서 푼.
또 그 다음 날에도 돈 서 푼.
날이면 날마다 돈 서 푼…

나중에는 돈궤에 돈이 아주 철철 넘쳐.
농사꾼은 점점 형편이 펴게 됐어.

​저녁마다 도깨비가 돈을 들고 찾아오니
돈이고 뭐고 다 귀찮아진단 말이야.
농사꾼은 문 앞에다 말 피를 잔뜩 뿌려 놨어.
아니나다를까, 도깨비가 안 나타나.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아닌밤중에 마당에 돈벼락이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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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나 무서워하라고 문 앞에
말 피를 뿌려 놨겠다. 너도 어디 맛 좀 봐라.
옜다, 네가 제일 무서워하는 돈이다.”

한 푼, 두 푼, 서 푼, 너 푼, 닷 푼…
우르르 와르르 짜르르 콰르르.

“어이쿠, 이러다가 정말 돈에 깔려 죽겠다.
제발 그만 좀 해라.”

도깨비는 사흘 동안 밤마다 와서
마당에 돈을 던져 넣더니
그 다음부터 다시는 안 오더래.
어디로 갔냐고? 그건 나도 모르지.
또 어디 가서 돈 서 푼 꾸어 쓰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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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빚’없이 사는 분
어디 계실까요.

갚아도 티가 안나고,
갚아나가도 재미도 없고,
갚아도 갚아도 끝이 안 보이고…

어디 하늘에서 뚝, 돈이 떨어져
목돈으로 ‘옜다!’하고 갚아버리면
속이 다 시원할 것도 같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끝낼거라고 믿으며
“힘을 냅시다!”

‘빚’은 ‘빚’일뿐,
언젠가는 ‘빛’나리!

“정신없는 도깨비야,
이 아줌마한테 좀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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