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홀로서기를 시작한 아이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0 774

img_xl (9)

​”라스, 곧장 앞으로 걷기만 하면 돼.
가는 길은 잘 알지?”

엄마가 창가에 서서 큰 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창문을 닫지 말라고 소리쳤어요.
계속 거기 서 있으라고요.

“아들, 잘할 수 있지?”

나는 뒤돌아서지 않았어요.
뒷걸음으로 걸으면 오래오래 엄마를 볼 수 있어요.

img_xl (10)

천천히 걷는데도 엄마는 점점 작아져요.
엄마는 나를 따라가야 하나 고민하는지도 몰라요.
엄마가 와 준다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거예요.

나무 사이에서 소리가 나요.
검은 개가 틀림없어요.
나는 멈춰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img_xl (11)

​​소곤이잖아!
소곤이가 깜찍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개가 나타나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계속 걸어. 그럼 쓩! 하고 사라질거야.”

​아무래도 집에 가야 할까 봐요.
그러면 학교에 늦지도 않을 테니까요.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잠깐! 그러면 안 돼, 라스.
지금까지 잘했잖아.”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어요.
재깍이잖아!
“혹시 시계가 없는 거야?”
재깍이가 물었어요.
“1부터 60까지 열 번 세면 돼.
그럼 학교에 도착할 거야.”
나는 수를 세기 시작했어요.

img_xl (12)

​​”55, 56, 57…”
무슨 소리가 들려요. 나는 가던 길을 멈췄어요.
또 소리가 나요. 저쪽이에요!
저기 큰 나무 뒤에 누군가 있어요.
어떡하죠? 몇까지 셌는지 잊어버렸어요.
“거기 누구세요? 여보세요!”
내가 소리쳤어요.

img_xl (13)

“라스, 엄마야.
​네가 너무 늦을까 봐 걱정했단다.”
엄마! 그럴 줄 알았어요.
나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img_xl (14)

“라스, 내일 다시 해볼까?”
“좋아요!”
“같이 걸어도 될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지만 학교까지 같이 가는 건 안 돼요.
혼자서 가야 하니까요.
“엄마, 저기 큰 나무까지만 같이 가요.”

img_xl (15)

: )

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지 보름째.
아침마다 유모차 양 옆에 두 녀석을 매달고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세 녀석을 데려다 주고 나면
두 다리가 후달달달…

그래도 아직은 혼자 학교에 보내는게
마음에 놓이지 않습니다.
건널목 두 개를 건너는 것도 걸리고,
학교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잘 갈까 염려도 되고.
하지만 언제까지 엄마손을 잡고 갈 순 없겠지요.

“내일부터는 혼자가는 연습 해볼까, 어때?”
“당연히… 괜찮아! 할 수 있어.
혼자 가야지, 1학년이니까.”

자신만만하게이야기 하는
아이가 기특합니다.
하지만 5분도 안되서 다시 다가오는 아들.

“엄마, 근데에~ 있잖아아~
학교 가다가 목이 마르면 어떻하지?
쉬가 마려워도 참고 학교 가야겠지?
근데에~ 엄마가 보고 싶어도 참아야겠지?”

그래, 아들.
엄마가 보고 싶어도 이젠 참아야 해.
쉬엄쉬엄 천천히 여유있게 하자.
언젠간 엄마품을 떠날 너인데
뭐가 급하다고 혼자 서는 연습을
섣부르게 시키겠니.

아들아, 혼자 걸어도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img_xl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