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버렸어요

[가족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고 싶은 아이들에게] 아빠를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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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갖다 버려요!
내가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치킨도 까먹는 아빠, 필요 없어요!
아빠 갖다 버려요!”

엄마가 아리를 달랬어요.
“아리야, 아빠 한 번만 봐주자.”
아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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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그래! 아빠 버리자, 버려.”
엄마가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엄마가 아빠를 버리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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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베란다 창문 닫고 와.”
“네?”
“아빠가 없으니깐 네가 대신 해야지.”
엄마는 아리에게 아빠가 하는 일을 시켰어요.

덜컹덜컹!
베란다 창문이 우르르 아리에게
덤벼들 것만 같았어요.
아리는 창문을 닫고
거실로 후다닥 뛰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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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유랑 빵 먹자.
아빠 없으니까 좋은 점도 있네.”

아빠는 김치랑 된장찌개 같은 것만 먹거든요.
엄마가 빵에다 잼을 쓱쓱 발라 줬어요.
보골보골 찌개 끓는 소리,
토토독 도마 소리 없는
아침 식사는 시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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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엄마가 다리 좀 주물러 달래요.
아리는 아빠가 했던 것처럼 열심히 주물렀어요.
“아유, 간지러워. 아빠처럼 세게 주물러봐.”
엄마가 불평을 했어요.

“아빠처럼 하고 있는데…
히힝… 싫어! 엄마 미워!”

아리가 가방을 메고 나왔어요.
눈물이 찔끔 났어요.
“내가 나갈게.
내가 나갈테니까 아빠 오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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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빙긋 웃으며 말했어요.
“그러지 말고 아빠한테 전화해.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치킨 사 갖고 오시라고 해.”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엄마랑 아빠랑 함께 먹는 치킨은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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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날.
이사의 여파로 종이박스부터
온갖 잡동사니 버릴 것들이 한가득입니다.

아이들 대충 빵으로 아침을 챙기고
옷을 입히고 잔소리하는 동시에
남편의 아침상을 준비하고
분리수거들을 버리기 좋게 정리했습니다.

여기저기 날라다니듯 바쁜 저와 달리,
밥을 먹고 출근준비를 하며
‘자기 몸 하나’만 챙기기 바쁜
남편 모습에 갑자기 뭔가가 가슴속에서 불끈!

“나가는 길에 종이박스만 버려줘요…”
아침에 기분 상하지 않도록,
감정을 숨긴 채 최대한 친절하게 말했습니다^^;

이번 주말, 삼시세끼 챙기기와
이것저것 바쁜 와중에
남편이 아이들과 놀아주지도 않는다면…

“남편을 버릴겁니다!!”
(치킨 한 마리로는 어림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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