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디가요 쑥 뜯으러 간다

[정겨운 시골냄새가 그리운 당신에게] 할머니 어디가요 쑥 뜯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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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아, 쑥아, 어디 있냐? 쑥쑥 나오거라.”

​옥이는 쑥을 부르고,
할머니는 코를 벌름거립니다.

“아이고, 쑥 냄새가 좋구나, 좋아.”

할머니 손이 바빠집니다.

​”여기도 쑥, 저기도 쑥,
온통 쑥 천지네그려.
어디서나 쑥쑥 잘 자라서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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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을 캐다 말고 옥이는 꽃을 땁니다.

​”우리 옥이 예쁜 옥이 먹을
쑥개떡 만들려면 이만큼이면 될까나?”

할머니 광주리는 벌써 쑥으로 가득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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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언니는 고소하게 지져서 쑥전을,
점심이 언니는 고슬고슬 보송보송 쑥버무리를,
별이 할아버지는 구수한 쑥 된장국을,

옥이랑 할머니는 쫀득쫀득 쑥개떡
향긋한 쑥개떡을 만들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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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뒷산으로도 갑니다.
옥이는 팔랑팔랑 나비 따라갑니다.

​”뾰족뾰족 쌉쌀한 엄나무 순은 따서 뭐하게요?”
“우리 옥이 예쁜 옥이,
맛난 반찬 귀한 반찬 해 줄란다.”

할머니 망태기에
엄나무 순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할머니는 뾰족한
엄나무 가시에 손을 몇 번이나 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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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뾰족 엄나무 순
초고추장에 무쳐 먹고 찍어 먹고
동글동글 쌈을 싸서 저분저분 씹어서
꿀꺽 삼키니 입 안에 단맛이 가득 퍼집니다.

볼이 빵빵하게 쌈을 싸 넣고 오물오물 씹느라
모처럼 할머니들 얼굴 주름이 쫙 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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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에 네 할머니가 이거 많이 해줬어.
하도 먹을 게 없으니 이것도 귀했지.
할머니는 이마저도 못먹고
새끼들 먹이려고 허리가 꼬부라져가지고…”

봄마다, 쑥버무리를 해오는,
엄마의, 단골 이야기.
봄마다, 쑥버무리를 먹으며 듣는,
엄마의 엄마 이야기.

6남매의 맏이인 우리 엄마는
할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참 많습니다.
봄만 되면
쑥버무리를 하며 할머니를 생각하고
진달래꽃 보며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봄나물들을 보며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봄마다 듣는 쑥버무리 이야기.
달콤쌉싸름한 쑥버무리의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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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만 되면 맛보는
엄마의 엄마 이야기.
그리고
엄마가 만든 할머니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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