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었어

[바삐 걸으며 일상의 여유를 놓치고 있는 그대에게]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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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따라 걸었어. 반짝반짝 걸었어.
길을 따라 걸었어. 멀리멀리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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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물었어. “얘들아, 어디 가니?”
나비가 물었어. “우리도 따라갈까?”
방긋방긋 걸었어. 팔랑팔랑 걸었어.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왔어.
살랑살랑 걸었어. 뭉게뭉게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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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으며 춤을 추며 걸었어.
방울방울 걸었어. 첨벙첨벙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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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건너
고래의 꿈 속을 지나
땅속까지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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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킁”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난다.
“킁킁킁”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어느새 우리 집 앞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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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옆에 누웠어.
엄마 냄새는 참 좋아.
눈을 감고
조용조용 느릿느릿
꿈속으로 걸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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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 걸었어-

해를 따라 걸었어. 그냥 걸었어.
길을 따라 걸었어. 그냥 걸었어.
아기띠도 없고, 유모차도 없었어.

꽃들이 물었어. “엄마, 어디 가?”
나비가 물었어. “엄마, 어디 가?”
걷고 싶어 걸었어. 그냥 걸었어.

달을 따라 걸었어. 그냥 걸었어.
별을 따라 걸었어. 그냥 걸었어.
기저귀 가방도 없고,
물티슈나 가제손수건도 없었어.

몸이 무척 가벼워서 걷기 편했어.
살랑살랑 걸었어. 뭉게뭉게 걸었어.

“킁킁킁”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난다.
“킁킁킁”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어느새 우리 집 앞이야.

아이 옆에 누웠어.
아이 냄새는 참 좋아.
엄마는 눈을 감고
조용조용 꿈속으로 걸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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