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랑 왜 달라?

[다양화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우리 아이에게] 나는 아빠랑 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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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늘 궁금해 하며 물어요.
“둔둔! 너는 왜 아빠하고 달라?”

아빠는 햇빛에 나오면 눈이 아프대요.
그래서 까만 안경을 끼고 데리러 와요.
짧은 팔, 어두운 눈, 꼬불꼬불 머리카락.
아무리 봐도 둔둔과 닮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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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랑 왜 달라?”

“아빠는 두더지고 둔둔은 원숭이잖아.
그래도 둔둔은 아빠 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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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원숭이 친구들은 모두
높다란 나무 위에서 살아요.
하지만 둔둔은
나무에 올라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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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된 둔둔은 생각에 빠졌어요.

‘난 정말 원숭이일까?
땅 속에 살고 나무도 못 타고.’
아빠는 두더지, 둔둔은 원숭이.
아빠를 닮지 않은 큰 귀, 긴 팔, 빨간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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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커다랗고 힘센 바람이 무섭게 불어왔어요.
꼬마 두더지들은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다가
홱 날아가고 말았어요.

“우리 좀 살려줘!”
꼬마 두더지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어요.
“잠깐만 기다려!”
둔둔은 친구들이 내려오도록
빨리빨리 도와주었어요.

“둔둔, 우리 장난감도 내려줘.”
둔둔은 잠시 고민했어요.
둔둔은 용기를 내어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주인에게 돌려줄 물건들을
하나하나 모았지요.
“나도 둔둔처럼 팔이 길었음 좋겠다.”
둔둔은 기분이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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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땅 속 집에서 둔둔은
두저비 아빠와 둘이 살아요.
둔둔은 세상에서
땅굴을 제일 잘 파는 원숭이랍니다.

바로 아빠를 닮아서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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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가 줄넘기를 잘 못합니다.
줄넘기를 가르치던 아빠가 하는 말,
“으이그, 운동신경 없는 엄마를 닮아가지고!”

아이가 잘 삐칩니다.
아이를 달래다 짜증난 아빠가 하는 말,
“으이그, 잘 삐치는 것도 엄마 닮았네!”

아이가 눈을 반쯤 뜨고 잡니다.
아이의 눈을 감겨주며 아빠가 하는 말,
“눈 뜨고 자는 것도 엄마 닮았다니깐~”

서투르고 이상한 건 엄마 닮아서!
잘 되고 잘난 건 아빠 닮아서?
정말 이상한 논리가 아닐 수 없습니닷 >.<

저녁 식사 후, 과일을 먹고 나서도
“뭐 먹을 거 없어?”하는 아이들.
싹싹 긁은 바삭바삭 누룽지를 대령합니다.
슬그머니 아빠도 합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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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세아들이 누룽지를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앉아 사이좋게? 나누어 먹습니다.

바로 그 때,
남편에게 한 마디를 날렸습니다.

“으이그! 촌스럽게 누룽지를 좋아하기는.
따악~ 촌스런 아빠를 꼭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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