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요리사

[한 편의 영화같은 그림책을 보고싶은 그대에게] 괴물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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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우거진 숲 속 다리 아래
괴물 트롤이 살아요.
트롤은 염소를 잡어먹고 살아요.

하지만 염소는 한 번도
다리 위를 지나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트롤은 생선을 잡아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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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다리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내 돌다리를 또각또각 걷는 녀석이 누구냐?”
“난 총총총 걸었는걸.”
아주 작고 검은 거미가 말했어요.

“뭐야, 염소인 줄 알았네.
어쨌든 너를 먹어야겠어.”
“안 돼! 제발 날 먹지 마!
다음 다리에 가보는 게 어때?
그 다리가 염소를 잡기에 훨씬 더 좋아.”

“그래? 그거 좋겠군.
생선은 정말 싫어.”

​​트롤은 프라이팬과 요리 책을
챙겨서 성큼성큼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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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은 배가 고팠어요.
애꾸눈 퍼시가 생선수프를 했어요.

“너무 짜.”
“가시도 많고.”
“보물만 찾으면 생선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를 쓸 수 있어.”

두목 행크가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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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다리로 간 트롤은 토끼를 만났어요.
“제발 날 잡아먹지 마.
다음 다리로 가 보는 건 어때?
염소가 또각또각 지나다녀.”

“그래? 생선은 정말 싫어.”
다시 한 번 트롤은 프라이팬과
요리책을 챙겨 성큼성큼 떠났어요.

​​해적 펙은 생선 크로켓을 만들었어요.
“끈적거려.”
“모래도 들어 있어.”
두목 행크는 아무 말도 없었어요.
구석에서 먹은 걸 토하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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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은 염소가 빠질만한 구덩이를 팠어요.
그러다 프라이팬에 딱딱한 물건이 부딪혔어요.
상자 안에는 금으로 된 반짝거리고
동그란 것이 가득했어요.
“이런 것들은 아무 쓸모없어.”
트롤은 금화를 몽땅 바다에 던졌어요.
그런 다음 상자 안에 들어가 누웠어요.

‘드디어 지겨운 생선 대신
염소를 먹을 수 있어!’
트롤은 잠이 들었어요.

​”여기 봐, 보물 상자가 있어!”
해적들은 트롤이 잠든 상자를
배로 옮겨 뚜껑을 열었어요.
트롤을 빤히 바라보는 건
화가 난 해적들이었어요.
화가 난 해적들은 트롤을 바다 위
널빤지 끝으로 몰아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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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물방울 무니 펙이 요리책을 들고 뛰어올라왔어요.
“내가 상자 안에서 이걸 발견했어!”
두목은 빙긋 웃으며 트롤을 보았어요.
“너 요리할 수 있어?”
“물론이지!”
트롤은 널빤지를 따라 되돌아 왔어요.

​”언제부터 요리를 할까?”
“지금 당장!”

트롤은 씩 웃으며 요리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를 펼쳤어요.
“근사한 염소 스튜를 만들어 줄까?”
“염소라고? 해적들은 염소는 안 먹어!
우리 해적들이 먹는 건 따로 있어!”
“그게 뭔데?”
트롤이 묻자 해적들이 대답했어요.

“맛있는 생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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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짝 놀랐습니다.
1학년이 된 첫째의 알림장에 적힌
담임선생님의 메모 한 줄.

‘건이 어머님,
건이 아침밥 꼭 챙겨먹여 보내주세요.’

얼른, 아침에 뭘 챙겨먹여 보냈던가…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초코소라빵에 우유 2컵을 뚝딱하고
등굣길에 먹는다며 사과까지 챙겨 나간 건이.

‘뭐야, 그렇게 많이 먹고 가서는
선생님께 아침을 안먹고 왔다고 한거야?’
집에 들어오는 아들을 보자마자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어, 아침에 선생님께 인사했는데
선생님이 아침밥 먹고 왔냐고 해서
안먹고 왔다고 했지.
왜냐면 난 빵을 먹고 갔었잖아.
빵은 밥이 아니잖아, 엄마.”

눈이 동그래진 엄마를 보며
다시 한번 말해주는 아들.

“그냥 선생님이 아침밥 먹었냐고 물어보셔서
아니라고 한거야, 엄마. 빵은 안물어보셨어.”

에휴, 아들 말도 맞는 말입니다.
빵은 밥이 아니니까요.

‘아침밥 꼭 챙겨먹여보내겠습니다.
관심 감사드립니다.’
라는 짧은 답장을 쓰며
엄마로서 진정한 ‘웃픈’감정을 느꼈습니다.

아이의 말도 맞고
억울한 엄마맘도 맞지요?^^;

요~ 놈,
앞으로 월화수목금토일 아침엔 밥이닷.
밥밥밥밥밥빱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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