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매번 똑같은 그림책에 지친 당신에게]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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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수영이라면 언제나 잘했어.
배운 적도 없는데…

아빠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가고,
엄마는 집안일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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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이따금 며칠씩 집을 비웠어.
그런 날 밤이면 엄마랑 나는
바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

바다 수도승, 바다 트롤, 앵무조개 신사,
바다물총, 달고기 왕, 뽀뽀 뱀장어…

​놀라웠어.
엄마는 어떻게 그런 것들을 다 알까?
엄마는 한 번도
바다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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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거실 소파를 들어 올려 보니,
담요 사이에 아빠가 돌돌 말아
숨겨 놓은 것이 있었어.
윤기가 흐르는 바다표범 가죽이었어.

물론 엄마는 바다표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어.
바다표범은 육지에 올라와 가죽을 벗고
인간이 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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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가죽을 발견했어요.
아빠는 바다표범이에요. 셀키예요!”
“무슨 소릴 하는 거니?”
“정말이라니까요. 가죽을 발견했어요.
소파에서요!”
“이제 그만 자거라.” 엄마가 말했어.

다음 날 아침 엄마가 보이지 않았어.
“엄마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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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집 안으로 달려가 소파 밑을 보았어.
가죽이 없었어!
아직도 아빠랑 난 엄마 없이 둘이서만 살아.

아무래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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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크면 뱃사람이 될거야.
아니면 바다표범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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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커서 뭐가 될 거야?”
-난 간호사.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넌 커서 뭐가 될 거야?”
-난 화가. 예쁜 그림을 그리고 싶어.

“넌 커서 뭐가 될 거야?”
-난 라디오 작가. 늦은밤에
내 이야기를 소근소근 들려주고 싶어.

“넌 커서 뭐가 될 거야?”
-난 배우.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

꿈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꿈이 너무 많아 고르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내가,
어느덧 어른이 되었고,
이렇게 엄마가 되었다.

“엄마, 엄마는 커서 뭐가 될 거야?”
-엄마는… 흠, 엄마는 뭐가 될까…

“엄마, 나는 아픈 사람 고쳐주는
의사가 될 거야. 엄마는 뭐가 될건데?”
-엄마는 벌써 뭐가 되어있어.
엄마 지금 일하잖아. 그치? 그게 된거야.

“아니, 엄마. 지금 말고~
앞으로 엄마 뭐가 될거냐고.”
-아, 그러니까 그게…

“엄마는 왜 그것도 몰라.
엄마는 당연히 우리 엄마지!
엄마는 앞으로 계속 우리 엄마쥐~이?”

네 말이 맞다.
엄마는 앞으로 계속
우리 아들의 엄마가 될거야.

‘알려줘서 고마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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