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남편

[가족을 짊어진 이 시대 남편들에게] 우리 모두의 남편

2 872

든든했던 내 남편의 등이
한없이 초라하고 메말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널찍했던 내 남편의 등이
왠지 짠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로서 마음이 한없이 울렁입니다.

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은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할 때
우리는 진정 부부가 된 것이겠지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다고
느낄 때 오는 고독감은
가난 중의 가난이다.”

-테레사 수녀-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나이가 많지 않아도
일찍부터 쓸쓸함에 몸부림치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혼자서만 고독감에 휘둘릴 뿐,
겉으론 묵묵히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저 묵묵히.
아내로서, 여자로서 그리고 동반자로서

그들이 외로운 이유를 응시해봅니다.
그들의 다양한 외로움을 직접 느껴봅니다.

여기, 그 외로움과 드러내지 못한
혼자만의 고민을 담담하게 이야기한
누군가의 남편들이 있습니다.

사회 속에서 점점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기가 버겁고
가족 내에서조차 인정받고 존중받기보다

‘돈 벌어오는 기계’나 ‘그냥 거기 있는 존재’로
전락해버린…
하지만 제 입으로
외롭다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남편들.

“그는 심장이 두 개인 사람이었다.
인생의 전반기는
자신의 일상을 책임진 심장으로
강인하고 성실하게 살아왔으며

꿈을 품은 다른 심장은
숨을 죽인 채
외로움과 쓸쓸함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본문 중에서-

남편의 쓸쓸한 뒷모습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게, 그냥 그렇구나…
외면한 적 없으신가요.

남편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지만
괜찮겠지, 별일 아닐 거야…
하며 스쳐 간 적 없으신가요.

내 남편의 말 없는 뒷모습을
놓치지 마세요.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 그들.

마음속으로 순간순간마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그들.

표현하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믿고
말하지 않는 게 내 몫이라 믿는 그들.

그들이 바로,
내 남편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남편>입니다.

나는 깊은 바다 속 한 마리 게로 살고 싶다, 우리 모두의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