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아련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그대에게]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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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찔레와 향기 – 오규원

사내애와 기집애가 둘이 마주 보고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다
오줌 줄기가 발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서로 오줌 나오는 구멍을 보며
눈을 껌벅거린다 그래도 바람은 사내애와
기집애 사이 강물소리를 내려놓고 간다
하늘 한켠에는 낮달이 버려져 있고
들찔레 덩굴이 강아지처럼
땅을 헤집고 있는 강변
플라스틱 트럭으로 흙을 나르며 놀던

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셋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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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 어쩜 그대로니!”
“너도 하나도 안 변했다!”
“우리 정말 얼마만이니?”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무렵까지
교회 성가대에서 인연을 맺어
<독수리 오형제>처럼 뭉쳐지냈던 5명의 친구들.

유년기를 온전히 함께 했기에
첫사랑부터 사춘기까지
여러가지 추억들과
크고작은 사건을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붙어다녔건만 언젠가부터
각자의 인생에 맛들려 일년에 한 번
얼굴보기도 힘들어지다
연락이 끊긴지도 어언 20년 남짓.

어떻게 우연히도 두 명의 친구와 연락이 닿아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약속시간을 잡았습니다.

장소는 세 명의 거주지의 중간인 우리집.
바로 몇 시간 전 오늘 아침,
부지런히 집안을 정리하고
아침을 거르고 올 친구들을 위해
과일과 간단한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만나자마자 폭풍수다, 폭풍공감에
옛날 이야기부터 아이 키우는 노하우,
동네별 특징에 교육관, 살림살이 공감까지…
이야기 주제는 럭비공처럼
이리튀고 저리튀었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우리 20년 만에 만난 거 맞니.
어쩜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니.
학교에서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되었다며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헤어졌습니다.

가는 친구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니
이상하게 마음이 허하고 찡하고 슬퍼옵니다.

“네가 운전하는 모습을 볼 줄이야!”
“네가 아들셋 키우는 걸 볼 줄이야!”
“우리가 애엄마가 될 줄이야!”

아이과자에, 과일에, 휴지에, 기저귀…
어른이 된 친구들이 남기고간 흔적을 보며
우리가 진짜 어른이 되어 만났구나,
우리가 진짜 엄마가 되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옛 풍경사진을 보며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는 쨍쨍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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