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저씨를 몰라요

[위험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에게] 난 아저씨를 몰라요

img_l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어요.
세련이는 발로 빗물을 튀기며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그때 한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며
세련이를 불렀어요.

“세련이 맞지? 난 네 아빠 친구란다.
아저씨가 차로 집까지 데려다 줄게.”
“아빠 친구라고요?

img_l (1)

세련이가 놀란 눈으로 말했어요.
세련이는 처음보는 아저씨였거든요.
“네가 어렸을 때라 기억하지 못할 거야.”

“아저씨, 죄송한데 휴대 전화 좀 빌려 주실래요?
아빠한테 전화해서 여쭤 보려고요.”

“어떡하지? 휴대 전화를 집에 두고 왔는데…
비도 오는데 그냥 아저씨 차 타고 가자꾸나.”

​세련이는 아무래도
아저씨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아저씨는 정말 아빠 친구가 맞을까요?

img_l (2)

‘선생님이 아무나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아저씨랑 같이 집에 가자. 어서 차에 타!”

왠지 아저씨가 수상해 보여요.
“아저씨! 우리 아빠 이름이 뭐예요?”
아저씨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어요.

“그럼 우리 아빠 전화번호는요?”
“어, 그게…”
아저씨는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어요.

“저는 그냥 걸어갈래요.”
“그래, 알았다. 그럼 같이 걸어가자꾸나.”
아저씨는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세련이를 따라왔어요.

img_l (3)

마침 길 건너편에 아줌마가 보였어요.
“어, 엄마네. 아저씨, 우리 엄마예요!”
세련이는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아줌마를 향해 달렸어요.

아줌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어요.
“쉿! 아줌마, 도와주세요.
길 건너 아저씨가 우리 아빠 친구라는데
거짓말 같아요.”

​​순간 아저씨가 황급히 길가에 세워 둔
아저씨 차에 올라탔지요.
붕, 부웅!
아저씨는 차를 몰고 도망치듯 멀어져 갔어요.

img_l (4)

세련이는 부모님께
오늘 만난 낯선 아저씨 이야기를 했어요.
엄마, 아빠도 무척 놀라셨나 봐요.

“앞으로도 낯선 사람이 엄마나 아빠 이야기를
하면서같이 가자고 하더라도 절대로
따라가면 안 돼.인상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도 항상 조심해야 해.”

그날 밤,
아빠는 경찰에 오늘 일을 신고하셨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에요.

img_l (5)

: )

이사를 앞두고 이곳저곳 포장이사 견적을
내어 보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집에 낯선 아저씨들이 자주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큰 아이가
눈이 동그랗게 되어엄마 뒤로 숨더군요.

그리고 아저씨가 돌아가면, 물었습니다.
“엄마, 저 아저씨는 착한 아저씨야?
엄마 친구지. 엄마랑 아니까 착한 아저씨네?”

착한 아저씨 vs 나쁜 아저씨.
엄마 친구 vs 엄마 친구 아닌 사람.

아이에게 안전을 위해 주의를 준 것이
어른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 건 아닌가
염려가 되면서도
어떻게 교육해야할 지 고민되었습니다.

세상이 흉흉합니다.
그 속에서 어떻게든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 점점 넓히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겠지요.

학교 앞에서 신입생들에게
이 그림책을 나눠주더군요.
그림책 선물에 반갑게 받아들었습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다시 한번아이와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img_l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