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엄마 품이 그리운 당신에게]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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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하여
즐거운 식탁을 차리셨다.

딸들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메뉴는 꼭 엄마가 정하셨고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양과
메뉴 선택으로 꾸미셨다.

초대받은 젊은 문인들과
엄마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엄마가 꾸민 식탁을
오래도록 못 잊어했다.

그것은 엄마가 평생 식구들을 위해
차려주었던 일상의 숱한 식탁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당가에 올라오는
머윗잎을 따다가 데쳐서
된장에 싸먹으며 엄마 생각을 하게 된다.

씁쓸하면서도 개운하고
흙내음에 가까운 향취에
흙으로 돌아가신 분의 생각에 잠기게 된다.

지천으로 올라오는 부춧잎을 캐어
오이소박이를 담가놓으며 부추 뿌리에서
나는 신선한 흙냄새에 생기를 되찾는다.

호원숙의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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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숙은 소설가 박완서의 딸입니다. 모든 딸들이 돌아가신 엄마를 이야기할 때 가지는 감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남자인 저는 아마 이해못할 것입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같은 일을 반복해 왔습니다.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다시 그 딸도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이런 반복이 오랜 세월 몸에 익힌 후천적인 DNA를 딸에게 줍니다. 그래, 어느 부분이 아프고 어느 부분이 애달픈지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부분도 이런 살림살이안에 있는가 봅니다.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여류 소설가의 딸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본 박완서의 모습과 아침밥을 챙겨주고 입시 때문에 마음 졸이고 연애와 결혼까지…

그렇게 여느 엄마의 삶처럼 동동거렸던 모습과 함께요. 호원숙은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딸은 딸에게, 엄마는 엄마에게, 말은 하지 않지만 언제든 서로를 존경합니다.

소설가의 가족이 갖는 특별함보다 어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든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모녀’의 이야기를 엄마를 보낸 딸의 마음으로 담담히 풀어낸 책입니다.

박완서 작품에 항상 살아있었던 ‘절제미’가 딸의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자주하는 부탁이지만… 지겹지는 않습니다.

꼭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