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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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야마 공원에서 매미를 잡고 있는데,
내 동생 다카시가 달려왔다.
다카시 녀석,
우리를 보는 순간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앗, 저건 내 책가방이잖아!”
나는 잠자리채를 내던지고 다카시를 쫓아갔다.

공원 입구에서 다카시의 덜미를 잡았다.
한 대 쥐어박아 주었다.
다카시는 입만 삐죽 내밀고, 울지는 않았다.
한 대 더 쥐어박아 주려고, 주먹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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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해.”
노보루가 말리려고 달려왔다.
그 순간, 다카시 녀석 ‘왕’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노보루에게 매달렸다.
“책가방 좀 메 보면 어때서.”
노보루가 다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가방을 열어 본 나는 깜짝 놀랐다.
빈 캔과 과자봉지가 잔뜩 들어 있었다.
다카시가 휭 하고 도망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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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동생 다카시가 무지무지 싫다.
“넌 형이잖아. 동생한테 잘할 수 없니?”

엄마하고 아빠는,
형이니까 어쩌고저쩌고,
그런 소리밖에 할 수 없는 거야?
형이 대체 뭔데?
다카시만 태어나지 않았어도,
형 같은 것은 안 됐을 거잖아!

“난 이제 이 학년이잖아.
혼자서 목욕하면 안 돼?”
엄마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니?
다카시 봐 줘야지, 형이잖아.”
또 그 소리…

“나 먼저 들어가 있을게, 형.”
다카시 녀석, 잽싸게 목욕탕에 들어갔다.

“형아, 오늘 목욕물 엄청 뜨겁다.”
다카시가 욕조에 들어앉아서,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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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다카시도 엄마도 집에 없었다.
테이블 위에 쪽지가 있었다.

‘뭐? 다카시가 행방불명!
설마… 거짓말이겠지!’
나는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앗, 전화다…” 엄마였다.

- 다카시가 글쎄, 친동야 아저씨(광고판을 메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따라갔지 뭐니.
곧 갈 테니까 유이치, 혼자 있어도 괜찮지?
형이니까.

또 그 소리.
하지만, 웬일인지 화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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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학습 때 들고 갈 간식을 먹어 버린 다카시.
내가 아끼는 우표를 서랍장에 붙여 놓은 다카시.
하지만 다카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장난을 하는 것뿐이다.

욕조 안에서, 히죽 웃던
다카시의 얼굴이 떠올랐다.
역시 얄미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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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아, 라는 말.
개인적으로 참 정겹습니다.

둘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형아’를 외치죠.
– 형아, 노올자~
– 형아, 언제와?
– 하지마, 형아.
– 이게 뭐야, 형아?

첫째는 그런 동생을
가끔 귀찮다고 외면하고,
시끄럽다며 무시하고,
기분 좋으면 친절하게 대답하고,
짜증나면 때립니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달라지지요.
나서기대장 동생보다 힘도, 깡도 부족하지만
누군가 동생을 밀거나, 혼자 놀다가 넘어지면
얼른 뛰어가 동생손을 잡고 엄마에게 옵니다.

좋지만 귀찮고, 싫지만 신경쓰이는 형제사이.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의 호칭이 변함없었으면 합니다.

“우리 형아~!”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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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라, 아직 실수를 한 개도 저지르지 않은 내일이 남았다는 건 멋진 일인 거죠?”

마릴라가 대답했다.

“내일도 실수를 저지르게 될 거야. 실수하지 않는 널 본 적이 없잖아, 앤.”

앤이 울적하게 끄덕였다.

“네, 저도 알아요.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는 거 아세요, 마릴라? 전 똑같은 실수를 다시 하진 않는다고요.”

“대신 새로운 실수를 늘 저지르잖니.”

“모르세요, 마릴라?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는 한계가 있다고요. 제가 그 한계점에 닿으면 더 이상 실수도 없을 거예요.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놓여요.”

루시 M.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 중에서

.
.
.

앤은 강합니다. 저런 낙관은 쉽게 나오기 어려운데 말이죠. 핑계처럼 들리지만 앞으로도 자기가 상상하고 생각한 것은 다 해보겠다는 강한 의지입니다.

하던 대로 하면 실수를 안하겠지만 절대로 그렇게 안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다 해보겠다는…

거기다 ‘실수 총량의 법칙’이라니.

우리는 ‘실수 반복의 법칙’과 ‘실수 무한의 법칙’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비밀은 사실 마릴라에게 있습니다. 엄마처럼 따뜻하게 해주는 마릴라가 있기에 가능한 말일 것입니다.

다른 이의 실수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실수를 하거나 상상도 못하는 사고를 치면 정말 미워집니다. 화도 내고 혼도 냅니다. 소설이니 저렇지 현실의 우리는 앤과 마릴라를 왔다 갔다 합니다.

앤은 실수에 대해 자책도 하고 긍정도 하며 자라납니다. 어른이 된다고 이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실 어른이 되면 앤처럼 못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실수에 대한 ‘인정’이지요. 아이에게는 책임이 덜하지만 어른이 되면 인정하는 순간 바로 책임을 져야 하기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사실대로 말만 하면 괜찮아’라는 말은 어릴 때만 통하지요. 책임을 묻기때문에 어른들은 여하한 상황에서도 실수를 인정안합니다. 그런데 이런 태도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하지 않고 문제해결에 대해 의지를 갖지 않습니다.

그냥 책임자만 쫓아내면 그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태도가 수 많은 부실과 사고를 만듭니다. 사고가 터졌을 때 책임을 지는 것은 실수를 인정한 사람이 문제 해결 과정에 있어야 진정 책임지는 것일텐데 말이죠.

실수는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것입니다. 즉 우리 모두가 ‘실수 하는 중’입니다. 우리도 언젠가 그 실수 때문에 쫓겨날지 모릅니다. 아무도 문제 해결없이 미봉책만 계속되는 현실은 혹 책임을 물어서이지 않을까요?

실수라면 그게 밝혀졌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원인 제공자인 실수한 사람이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탄의 대상이 되기 보다는…

그럴 때만 우리도 새로운 시도와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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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어떤 할머니가 산 밑에서 팥을 심고 있는데,
뒤에서 ‘어흥’하는 소리가 나.
뒤를 돌아다보니까
황소만한 호랑이가 내려다보고 있잖아.

“할멈 잡아먹으러 왔다.”
하고 호랑이가 입을 쫙 벌려.
“팥농사 다 지어서
팥죽 쑤어먹을 때까지만 기다려 다오.”
그러니까 호랑이가
산 속으로 어슬렁어슬렁 들어가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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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팥죽을
한 솥 가득 쑤어 놓고 훌쩍훌쩍 울지.
그 때 자라가 엉금엉금 기어와.
“팥죽 한 그릇 주면 내 살려 주지.”

자라는 뚝딱 먹어치우더니
부엌 물항아리 속에 숨었어.

밤톨도, 맷돌도, 쇠똥도,지게도, 멍석이도
“팥죽 한 그릇 주면 내 살려 주지.”
“팥죽 한 그릇 주면 내 살려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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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아먹으려고 나타났어.
“아이구, 추워. 아이구, 추워.”
하면서 들어오네.

“추우면 아궁이에 가서 불을 쬐렴.”
할머니가 일러 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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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호랑이가
아궁이에 쭈그리고 앉았는데,
‘퍽’하고 밤톨이 튀어나오더니
‘탁’하고 호랑이 눈을 때렸어.

이번에는 자라가 호랑이 손을 꽉 물었지.
호랑이가 펄쩍펄쩍 뛰다가
쇠똥을 밟고 ‘쿵’하고 나자빠졌지.
그랬더니
맷돌이 ‘퍽’하고 호랑이 머리 위로 떨어졌어.

그 때, 멍석이
옳다구나 하고 호랑이를 둘둘 말아 버렸어.
그리고 지게가
냉큼 져다가 강물에 풍덩 빠뜨려 버렸지.
팥죽 한 사발씩 먹고 할머니를 살려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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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떻게 됐냐고?
아직도 저기 재 너머에 살고 계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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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쑤십니다.
팔도 아픕니다.
손마디는 거칠거칠…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다시 식사시간 혹은 손님맞이.
고생많으셨어요, 이 시대의 며느님들.

팥죽 할멈을 도와준 존재들처럼
피곤하고 힘들었던 우리 며느리들을
도와줄 존재가 필요합니다.
누구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생했어. 힘들었지”하는
남편 말한마디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에휴, 근데 우리 남편들은
호랑이처럼 어리석네요.
말 한마디 건네기는 커녕…
“아구구, 나 어깨 좀 주물러줄텨?”

콱, 그냥! 막, 그냥!

그나저나~ 복 많이 받으셨지요?
가족 모두 건강하고
‘나’라서 행복한 한해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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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위대한 영혼이여

그 목소리를 내가 바람 속에서 들으니
그 숨결이 모든 세상에 생명을 주나니
내 말을 들으소서!

나는 작고 약하며
당신의 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인디언 기도문 –

히크먼의 <상실 그리고 치유> 중에서

.
.
.

‘작고 약해서’,

이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연과 위대한 영혼과 신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입니다.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거스르지 말아야 할 질서에 대해 인식하는 것입니다.

작아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자연의 힘을 깨닫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위대한 겸손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인간의 질서가 옳지 않다는 것에 대해…

억지로 애쓰지 않겠다는 자기 고백이기도 합니다.

같이 사는 것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게 사는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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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씨와 아니요 씨를 소개할게요.
둘은 둘도 없는 친구지만,
서로 달라도 너무 달라요.

그래요 씨는
어떤 말에도 “그래, 좋아.”라고 대답하고
아니요 씨는
“아니, 싫어.”라고 대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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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씨는 아니요 씨를 찾아가서
빵을 먹고 싶지 않냐고 물어요.
“아니, 별로.”
조명등을 하나 갖지 않겠냐고 물어요.
“아니, 별로.”
그럼 자동차를 타고 놀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요.
“아니, 사양할게.”

그래요 씨는 마음이 서글퍼졌어요.
어쩌면 아니요 씨는
늘 “아니, 싫어.”라는 대답뿐일까요.
아니요 씨는 심지어 수백 가지 말로
“아니요.”를 말할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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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씨는
곧장 아니요 씨의 집으로 차를 몰고 가요.
“안녕, 아니요 씨! 같이 놀러 가자고 하면
아니라고 말할 테지?”
“아닌데?”
아니요 씨가 대답해요.

길을 지나던 한 판매원이 멋진 조명등을

하나 사지 않겠냐고 물어요.
그래요 씨는 대답했지요.
“그래, 좋아요!”

날이 어두워졌어요.

어디선가
거대한 악어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와요.
그래요 씨와 아니요 씨를 보더니
둘을 먹어 치워도 되겠냐고 물어요.

늘 그래 왔듯이 그래요 씨는 대답하지요.
“그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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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배 속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새로 산 조명등을 켜요. 딸깍!

둘은 악어의 입에 조명등을 끼워 넣고
부릉부릉 차를 출발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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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씨와 아니요 씨가
악어의 목구멍 사이로재빨리 빠져 나와요.
악어가 돌아오라고 씩씩대며 화를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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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씨가 이번에는 힘껏 소리쳐요.
“아니, 싫어!”

둘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멈추지 않고 씽씽 달려요.

“정말 즐거운 모험이었지?”
그래요 씨가 아니요 씨에게 다정하게 물어요.

아니요 씨는 대답해요.
“그래, 정말 그래.”

이 그림책 자세히 보기-> http://me2.do/FIFbpkz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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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속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모르겠어”라는 말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숨길 때입니다.

정말 싫어서 싫은 건지,
좋은데 싫은 척 하는 건지.
진짜 안 아픈지,
아픈데 안 아픈 척 하는 건지.

“모르겠어”가 정말 모르겠는 건지,
아는데도 귀찮아서 모르겠다고 하는 건지.
아이의 솔직한 마음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참고 참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요.

“엄마는 네가 어떻든 상관없어.
네가 좋으면 엄마도 좋아.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해줄래?”

아이의 대답은, “모르겠다니깐, 나도.”
그 때부터의 엄마 마음은… 흠흠.

그래요,
모르겠다는 아이의 말이 답일 수도 있지요.

아니요,
정작 엄마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요.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엄마가 듣고 싶은 대답을 하지 않아서,
엄마도 모르기 때문에 아이를 닥달하는 지도요.

흐~흡! 심호흡을 해봅니다.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정말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쫓겨, 상황에 쫓겨
“네” 혹은 “아니요”의 대답을
강요하진 않는지돌아봅니다.

p.s. 요즘 첫째가 어린이집 졸업을 해서
종일 함께 있어서 좋지만 솔직히…
한편으로는 힘든 점도 없잖아 있네요.

그래요, 힘들어요. 아, 아니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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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어떤 날은
예기치 못하게
비를 맞기도 하고

어떤 날은
너무나 아름다운 날과
만나기도 하지.

너무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고 했던가.

어떤 날이 당신에게 오든,
용기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밤이다

류미나의 <우리, 행복해질 권리> 중에서

.
.
.

제가 올리는 글들이 늦어지고 약속했던 글이 안올라오니 한 분이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아프신건가요?…
걱정되고 궁금하고..
요새 너무바쁘고 힘드신거 같아서 안부차 메일보냅니다..
힘내세요~~♡♡”

약간 울컥했습니다.

프리렌서의 일이라는 게
어느날 일이 몰려들면
정신 없이 몰려듭니다.

다음 주 강의가 없어져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6일 연속 강의로 무슨 말을 하면서 ㅜㅜ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목이 쉬어서…

그리고 쓸 글들이 확 늘어나서…
눈은 빨개지고
읽을 책은 쌓여있고…

이번 주는 일단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 밖에 업데이트도 못하고 ㅜㅜ

그래도,

걱정 메일이 와서 너무 마음이 좋았습니다.

어떤 날은 비를 맞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맑기도 하겠지만…

외로움은 훨씬 덜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버틸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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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하여
즐거운 식탁을 차리셨다.

딸들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메뉴는 꼭 엄마가 정하셨고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양과
메뉴 선택으로 꾸미셨다.

초대받은 젊은 문인들과
엄마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엄마가 꾸민 식탁을
오래도록 못 잊어했다.

그것은 엄마가 평생 식구들을 위해
차려주었던 일상의 숱한 식탁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당가에 올라오는
머윗잎을 따다가 데쳐서
된장에 싸먹으며 엄마 생각을 하게 된다.

씁쓸하면서도 개운하고
흙내음에 가까운 향취에
흙으로 돌아가신 분의 생각에 잠기게 된다.

지천으로 올라오는 부춧잎을 캐어
오이소박이를 담가놓으며 부추 뿌리에서
나는 신선한 흙냄새에 생기를 되찾는다.

호원숙의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중에서

.
.
.

호원숙은 소설가 박완서의 딸입니다. 모든 딸들이 돌아가신 엄마를 이야기할 때 가지는 감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남자인 저는 아마 이해못할 것입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같은 일을 반복해 왔습니다.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다시 그 딸도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이런 반복이 오랜 세월 몸에 익힌 후천적인 DNA를 딸에게 줍니다. 그래, 어느 부분이 아프고 어느 부분이 애달픈지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부분도 이런 살림살이안에 있는가 봅니다.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여류 소설가의 딸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본 박완서의 모습과 아침밥을 챙겨주고 입시 때문에 마음 졸이고 연애와 결혼까지…

그렇게 여느 엄마의 삶처럼 동동거렸던 모습과 함께요. 호원숙은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딸은 딸에게, 엄마는 엄마에게, 말은 하지 않지만 언제든 서로를 존경합니다.

소설가의 가족이 갖는 특별함보다 어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든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모녀’의 이야기를 엄마를 보낸 딸의 마음으로 담담히 풀어낸 책입니다.

박완서 작품에 항상 살아있었던 ‘절제미’가 딸의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자주하는 부탁이지만… 지겹지는 않습니다.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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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어느 작은 성에 작은 공주가 살았어.
어느 밤, 공주는 무시무시한 소리에 잠이 깼어.
공주는 겁이 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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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성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어.
아무도 어젯밤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지.
공주는 무척 궁금했지만,
모르는 척 아침을 먹었어.

공주가 혼자서 블록쌓기를 하고 있을 때였어.
등 뒤에서 “꽝!”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어.
저쪽에서도 “꽝!”하는 소리가 들려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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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우유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창 밖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날아왔어!

꼬마 용이야!
꼬마 용이 씩씩거리며 날아들었어.
꼬마 용은 불을 마구 내뿜고, 데굴데굴 구르고,
발을 탕탕 굴러 댔어.
“하지 마. 하지 말란 말이야. 도대체 왜 그래?”
공주가 울상이 되어 물었어.

“뭐 어때?
우리 엄마 아빠도 날마다 이렇게 화내는데.
모르는 척했지만, 나도 무지무지 화가 나.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고!”
꼬마 용이 소리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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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어!
탑 안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어.
“왕자님이다!”
작은 새가 반갑게 소리쳤어.그런데…

“나 오늘부터 여기에서 살 거야!
우리 엄마 아빠가 이제 같이 못 살겠대.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난 어떡하지?”
왕자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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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사실은 나도 그래.
엄마 아빠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알지만,
나도 다 안단 말이야.”
공주도 울먹이기 시작했어.

그러자 모두들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어.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멀리멀리 세상 끝까지 울려 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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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에 엄마 아빠들이
싸움을 멈추고 바람처럼 달려왔어.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어.
공주는 어떻게 됐냐고?
당연히 왕과 왕비를 따라서 성으로 돌아갔지.

공주는 밤새도록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지.
아마 다른 친구들도 그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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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절대! 제 얘긴 아니구요^^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12층에 사는 아이둘 엄마.
어느 날 외출하러 엘레베이터를 탔답니다.
그런데 속이 거북해진 엄마가 뽀오옹~!
엘레베이터에 아이들밖에 없었으니
마음놓고 방귀를 뀌었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9층에서 한 젊은 피자배달원이 탄 겁니다.

“엄마, 이상한 냄새가 나.”
“어어~ 피자 냄새야. 피자배달 형아가
피자가 들어있던 가방을 갖고 타서 그래.”
“아닌데.. 이거 피자냄새 아닌데.
방귀 냄새 같은데?”

“무, 무슨~ (둘째에게) 너 방귀 뀌었어?”
“엄마, 괜찮아. 창피해서 그래?
방귀 뀌는 건 나쁜거 아니라고 엄마가 그랬잖아.
잘 했어, 엄마.”
“…”

그 엄마는 다른 곳으로 이사할 때까지
특정 브랜드 피자는 절대 주문시켜 먹지
못했다는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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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씩

새벽에 눈을 뜨면

다른 방에서 자던 아이가
내 얼굴을 베고
잠들어 있을 때가 있다.

난 그게 눈물 난다.

내가 거대하고
흉한 괴물이어도
이렇게 잠들어 줄 것 같아서.

아비라서.

우리가 클 수록
아빠는 더
힘들어 지시겠죠?

토닥토닥

아니, 더 시원해지겠지.

안녕하루 중에서/하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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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상큼한 사과 냄새!”
사과파이를 만든 생쥐는
맛있게 사과파이를 만들어 집 밖에 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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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 사과파이? 어디로 갔지?”
“안 돼, 내놔! 내 사과파이야! 내거란 말이야!”
-뚝!-
“뭐야, 이 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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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리가 네 꼬리니?”
생쥐가 캥거루에게 물었어요.
“말도 안 돼! 그 꼬리가 나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니?내 꼬리가 얼마나 멋진데!”

“이 꼬리가 네 꼬리니?”
생쥐가 공작에게 물었어요.
“흥, 그 징그럽게 생긴 꼬리가 내 꼬리라면
창피해서 다니지도 못할걸.
내 꼬리가 얼마나 멋진데!”
공작은 도도하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어요.

“이 꼬리가 네 꼬리니?”
생쥐가 긴꼬리원숭이게 물었어요.
“아휴, 너는 정말~! 내 꼬리가 얼마나 멋진데!”
긴꼬리원숭이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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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꼬리는 누구 꼬리지?”
생쥐는 잃어버린 사과파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찔끔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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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킁킁! 생쥐는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풀숲 사이로 끝이 잘린 꼬리가 보였어요,.
“어? 딱 맞네! 바로 이 놈이다!”
순간, 꼬리가 꿈틀거리더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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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 사과파이 달란 말이야!”
생쥐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마뱀을 쫓아 갔어요.
“미안해,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만…”
“넌 네 꼬리가 소중하지도 않아?”
“내 꼬리는 잘려도 다시 자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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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어느 날, 생쥐는 맛있는 사과파이를
아주아주 커다랗게 만들었어요.
음~, 달콤한 냄새!
“도마뱀아, 넌 많이~ 먹어!”

랄~ 랄~ 라~ 오늘은 기분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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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아이들 먹일 간식거리, 물티슈,
동요CD, 얇은 담요, 장난감 한 두개,
멀미 대비용 검정봉투…

자동차로 장거리 이동할 때 마다
아이와 관련된 짐이 어른짐을 능가합니다.
거기다 아직 기저귀 차고 있는 막내까지…
짐의 양은 말씀 안드려도 짐작가시지요?

짐 따위는 뭐~ 괜찮습니다.
가장 걱정되고 염려되는 건,
차 안에서 반나절은 지내야하는데
운전하는 남편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아이셋을 어떻게 보살필 것인가 입니다.

만화 동영상도 한계가 있고, 시력도 걱정되고요.
동요CD는 듣다듣다 어른들이 지겨워지고요.
간식먹이기도 정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그림책 들려주기 인데요,
그림책까지 볼 수 있어서 효과 있을 것 같습니다.
흐흐흐…

앞으로 아이와 장거리 가시는 분들
한번 엄마목소리로,
아이목소리로 미리 녹음해 놓으세요.
관심끌기, 시간때우기 무기들 중 하나로
유용하게 활용되지 않을까요?

이번 소개해드리는 그림책을
저와 첫째아들이 직접 녹음해보았습니다.
제 목소리가 궁금하시다면…(아힝, 부끄부끄~)
url을 누르시면 맛보기로 들으실 수 있답니다^^

★아들셋맘이 ‘열심히’ 읽은 그림책 미리듣기
http://goo.gl/HSAIcU

★여덟살 첫째가 두 동생들의 방해 속에서도
‘꿋꿋하게 끝까지’ 읽은 그림책 미리듣기
http://goo.gl/rpkc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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