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시절 모두 앤이었다.”

“우리는 어느 시절 모두 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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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라, 아직 실수를 한 개도 저지르지 않은 내일이 남았다는 건 멋진 일인 거죠?”

마릴라가 대답했다.

“내일도 실수를 저지르게 될 거야. 실수하지 않는 널 본 적이 없잖아, 앤.”

앤이 울적하게 끄덕였다.

“네, 저도 알아요.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는 거 아세요, 마릴라? 전 똑같은 실수를 다시 하진 않는다고요.”

“대신 새로운 실수를 늘 저지르잖니.”

“모르세요, 마릴라?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는 한계가 있다고요. 제가 그 한계점에 닿으면 더 이상 실수도 없을 거예요.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놓여요.”

루시 M.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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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강합니다. 저런 낙관은 쉽게 나오기 어려운데 말이죠. 핑계처럼 들리지만 앞으로도 자기가 상상하고 생각한 것은 다 해보겠다는 강한 의지입니다.

하던 대로 하면 실수를 안하겠지만 절대로 그렇게 안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다 해보겠다는…

거기다 ‘실수 총량의 법칙’이라니.

우리는 ‘실수 반복의 법칙’과 ‘실수 무한의 법칙’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비밀은 사실 마릴라에게 있습니다. 엄마처럼 따뜻하게 해주는 마릴라가 있기에 가능한 말일 것입니다.

다른 이의 실수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실수를 하거나 상상도 못하는 사고를 치면 정말 미워집니다. 화도 내고 혼도 냅니다. 소설이니 저렇지 현실의 우리는 앤과 마릴라를 왔다 갔다 합니다.

앤은 실수에 대해 자책도 하고 긍정도 하며 자라납니다. 어른이 된다고 이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실 어른이 되면 앤처럼 못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실수에 대한 ‘인정’이지요. 아이에게는 책임이 덜하지만 어른이 되면 인정하는 순간 바로 책임을 져야 하기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사실대로 말만 하면 괜찮아’라는 말은 어릴 때만 통하지요. 책임을 묻기때문에 어른들은 여하한 상황에서도 실수를 인정안합니다. 그런데 이런 태도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하지 않고 문제해결에 대해 의지를 갖지 않습니다.

그냥 책임자만 쫓아내면 그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태도가 수 많은 부실과 사고를 만듭니다. 사고가 터졌을 때 책임을 지는 것은 실수를 인정한 사람이 문제 해결 과정에 있어야 진정 책임지는 것일텐데 말이죠.

실수는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것입니다. 즉 우리 모두가 ‘실수 하는 중’입니다. 우리도 언젠가 그 실수 때문에 쫓겨날지 모릅니다. 아무도 문제 해결없이 미봉책만 계속되는 현실은 혹 책임을 물어서이지 않을까요?

실수라면 그게 밝혀졌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원인 제공자인 실수한 사람이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탄의 대상이 되기 보다는…

그럴 때만 우리도 새로운 시도와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