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만 귀찮고, 싫지만 신경쓰이는…형제사이!

좋지만 귀찮고, 싫지만 신경쓰이는…형제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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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야마 공원에서 매미를 잡고 있는데,
내 동생 다카시가 달려왔다.
다카시 녀석,
우리를 보는 순간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앗, 저건 내 책가방이잖아!”
나는 잠자리채를 내던지고 다카시를 쫓아갔다.

공원 입구에서 다카시의 덜미를 잡았다.
한 대 쥐어박아 주었다.
다카시는 입만 삐죽 내밀고, 울지는 않았다.
한 대 더 쥐어박아 주려고, 주먹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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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해.”
노보루가 말리려고 달려왔다.
그 순간, 다카시 녀석 ‘왕’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노보루에게 매달렸다.
“책가방 좀 메 보면 어때서.”
노보루가 다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가방을 열어 본 나는 깜짝 놀랐다.
빈 캔과 과자봉지가 잔뜩 들어 있었다.
다카시가 휭 하고 도망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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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동생 다카시가 무지무지 싫다.
“넌 형이잖아. 동생한테 잘할 수 없니?”

엄마하고 아빠는,
형이니까 어쩌고저쩌고,
그런 소리밖에 할 수 없는 거야?
형이 대체 뭔데?
다카시만 태어나지 않았어도,
형 같은 것은 안 됐을 거잖아!

“난 이제 이 학년이잖아.
혼자서 목욕하면 안 돼?”
엄마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니?
다카시 봐 줘야지, 형이잖아.”
또 그 소리…

“나 먼저 들어가 있을게, 형.”
다카시 녀석, 잽싸게 목욕탕에 들어갔다.

“형아, 오늘 목욕물 엄청 뜨겁다.”
다카시가 욕조에 들어앉아서,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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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다카시도 엄마도 집에 없었다.
테이블 위에 쪽지가 있었다.

‘뭐? 다카시가 행방불명!
설마… 거짓말이겠지!’
나는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앗, 전화다…” 엄마였다.

- 다카시가 글쎄, 친동야 아저씨(광고판을 메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따라갔지 뭐니.
곧 갈 테니까 유이치, 혼자 있어도 괜찮지?
형이니까.

또 그 소리.
하지만, 웬일인지 화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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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학습 때 들고 갈 간식을 먹어 버린 다카시.
내가 아끼는 우표를 서랍장에 붙여 놓은 다카시.
하지만 다카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장난을 하는 것뿐이다.

욕조 안에서, 히죽 웃던
다카시의 얼굴이 떠올랐다.
역시 얄미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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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아, 라는 말.
개인적으로 참 정겹습니다.

둘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형아’를 외치죠.
– 형아, 노올자~
– 형아, 언제와?
– 하지마, 형아.
– 이게 뭐야, 형아?

첫째는 그런 동생을
가끔 귀찮다고 외면하고,
시끄럽다며 무시하고,
기분 좋으면 친절하게 대답하고,
짜증나면 때립니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달라지지요.
나서기대장 동생보다 힘도, 깡도 부족하지만
누군가 동생을 밀거나, 혼자 놀다가 넘어지면
얼른 뛰어가 동생손을 잡고 엄마에게 옵니다.

좋지만 귀찮고, 싫지만 신경쓰이는 형제사이.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의 호칭이 변함없었으면 합니다.

“우리 형아~!”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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