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소 제5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

고민상담소 제5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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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저희 아들은 이제 만 5살입니다.
얼마 전 그룹 피아노 레슨을 했습니다.
집에 오면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도
열심히 하고 연습도 곧잘 했지요.
레슨 기간이 끝난 후 연주회를 했는데
우리 아들만 피아노를 못 치고 그냥 내려왔습니다. 평소에 부끄럼을 많이 타는 편이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엄마와 같이 피아노 치는 거라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일주일 후 유치원 졸업식 때는
춤 추는 것, 마지막 인사말 등 하나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연습을 아예 안 한 것도 아닙니다.
집에서 연습도 잘하고 연습할 때 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기도 하는데 무대나 앞에 나서는 것, 주목받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 합니다.
아이 성격이 그런가 보다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엄마로서 제가 우리 아들을 위해 부끄러워하는 성격을 좀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는 데 정말 그럴까요? 도움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이임숙 샘: 부끄러움 많은 아이를 위하여

아이가 부끄러움이 많아 마음이 안타까우실 것 같아요. 우선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는 보는 사람도 답답하지만 정작 본인이 더 많이 불편하고 괴롭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낯선 사람만 있으면 엄마 다리 뒤에 숨어 매달리거나, 공공장소에선 말을 못하고, 유치원 졸업식이나 학예회 같은 무대 행사에서는
아마 며칠 전부터 걱정하며 잠을 못 자거나 밥맛이 없어지기도 하지요.
이러니 정작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요?
또한, 그런 자신이 별로 멋진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답니다. 게다가 아이는 부끄러워 죽겠는데 어른들은 자꾸 뭔가를 하라고 요구하니 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 버린 듯한 느낌일 것 같아요. 일상생활은 더 많이 힘들 수 있어요.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거나 질문을 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은 빨개지고 더더욱 아무 말도 못 하게 되지요. 그러니 부끄러움은 아이가 자유롭게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아주 큰 걸림돌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선 어른들의 세심함이 필요하답니다.

첫째, 부끄러움에 대해 말하지 않기.

자꾸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부끄러워하지 않았나요?
엄마가 백번 말하는 것 보다 아이가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경험을 한번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요. 설명하는 말, 훈계하는 말들은 어른들의 생각처럼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답니다. 오히려 책을 읽거나 TV를 볼 때 마음에 드는 주인공의 대사를 큰 소리로 따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물론 아이에게 “큰 소리로 말해봐.” 가 아니라 엄마가 먼저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라며 주인공 역할을 해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는 엄마의 재미있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신나게 따라 할 거예요.
소파나 의자 등 높은 곳에 올라가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큰소리를 지르고 마음껏 웃는 경험도 매우 효과적이랍니다. 이렇게 행동으로 따라 하다 보면 익숙해 지지요. 백문이 불여일행이라는 말이 되겠네요. 한 번씩 행동으로 연습하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당당하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그렇게 몇 번 성공경험을 하면 서서히 아이는 변해간답니다.

둘째, 부끄러움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하기.

그림책 <빨간 풍선>(SANG 출판사) 에는
너무 부끄러워 커다란 빨간 풍선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아이가 나옵니다.
어른들은 이 모습을 보면 그 풍선을 빨리 치우고 당당하게 얼굴을 보여 주라고 말하고 싶지요.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빨간 풍선은 부끄러움 많은 아이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심리적 안전장치랍니다. 풍선으로 얼굴을 가려야 버스도 타고, 학교도 가고 바닷가에도 갈 수 있어요.
그런 아이에게 억지로 그 풍선을 없애라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겠죠?.
오히려 빨간 풍선을 놓치지 않도록 끈의 손잡이를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게 진짜 도움이랍니다. 언제까지 그런 게 필요하냐고 묻기 전에 우리 아이가 마음 편해져야만 부끄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엄마도 기다리는 게 훨씬 편안해지실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아이 마음이 편하도록 진짜 도움을 준 적이 있는지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서 아이를 억지로 밀어붙이기만 한 건 아닌지요?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보면서 이렇게 질문해 주세요. “넌, 어떤 거로 가리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처음엔 가면이나 얼굴 가리는 모자 등을 쓰다가 나중에 투명망토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아이 마음의 진도를 따라가면 서서히 부끄러움에서 벗어나 자신감 있는 얼굴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참,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진다는 말은 그리 신빙성이 없어요. 그렇게 보인 경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운 좋게도 심리적으로 도움되는 경험을 했거나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랍니다. 운에 맡기기보다 엄마가 좋은 방법을 활용하시는 게 훨씬 빠른 방법이지요.

셋째, 기억할 점!

중요한 건 한순간에 180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약간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시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해요.
주의할 점은 아이의 변화가 느껴질 때 너무 아는 척을 해서 아이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는 거예요. 알아차리기만 하시고 ‘원래부터 넌 그런 아이였어.’ 라는 식으로 당연한 듯 무심한 듯 모른 척해 주시는 게 더 좋아요. 아이가 약간의 변화가 느껴지실 때 농담처럼 “왕자님, 이제 부끄럼쟁이 가면을 벗으시지요. 그 속에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씩씩한 왕자님이 숨어 있는 거 다 압니다. 빨리 벗으세요.” 이렇게 말해 보세요. 이렇게 웃는 대화는 아이가 변화하는 데 큰 힘을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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