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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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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내린 함박눈이
온 동네에 수북이 쌓였어요.

“하늘을 날던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가 느티나무 언덕에서
멈춰 버렸어. 우리가 구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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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짱과 눈사람 친구들은
느티나무 언덕으로 향했어요.

아짱은 눈사람 산을 올라갔어요.
썰매에 걸린 나뭇가지를 빼내자,
쿠쿵 하고 썰매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지금이에요, 산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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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는 붕 날아올라
나무를 한 바퀴 빙 돌더니,
땅으로 내려왔어요.

“이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줄 수 있겠구나.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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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가
작은 달님처럼 생긴 아이스크림을
모두에게 나눠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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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어요.

“나도 산타 할아버지에게
빨간 모자를 선물 받았어.
우리 둘이 똑같네.”
아짱이 눈사람에게 말했어요.

​그러자 조금씩 녹기 시작한
눈사람 얼굴이 살며시
미소 짓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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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기다렸던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나무 위에도, 길 위에도,
차 위에도, 머리 위에도,
하얗게 쌓이는 눈을 아이들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도로가 미끄러워지니까,
녹으면 질퍽거려지니까,
쌓인 눈을 치워야하니까,
출퇴근길이 귀찮아지니까,

눈을 반기지 않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추워도, 귀찮아도,
그저 반갑게 눈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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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이 가기 전,
꼭 함께 눈을 만져보고 싶었는데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겨울같은 겨울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작은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보여주려 했는데 벌써,
집 앞에 멋진 울라프 눈사람을
만들어놓으신 동네맘이 계시네요.

얼굴모를 그 분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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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은 책을 참 많이 읽어요.
새 책이 들어오면 하나하나 살펴보아
책의 내용을 잘 알고 있지요.

“지로 왔니?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제가 잘못을 해서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었어요… 그래서 너무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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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이 책을 읽어보렴.”
점장님은 지로에게 <덜렁이 발명가 로드니>
라는 책을 추천했어요.

“저도 나중에 점장님처럼
대단한 서점 직원이 되고 싶어요.”
고나로가 말하자, 점장님이 대답했어요.

“아니지,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책이 대단한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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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동화는 누리의 일이에요.
아이들은 누리의 이야기를 기다렸어요.

“레드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보물을 찾으려고 여행을 떠났어요.
레드의 눈 앞에 커다란 바다가
매우 넓어서 끝없는 강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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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바다를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바다에는 물이 굉장히 많은가 봐!’

“레드는 모자 배를 타고
바다 저 멀리로 나아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높은 파도가…”

그때 갑자기 방 안이 깜깜해졌어요.
정전이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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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으악 깜깜해!”
아이들은 놀라서 우왕자왕했어요.

누리는 다음 장면을 떠올리면서
구연동화를 다시 시작했어요.

울던 아이도 이야기가 듣고 싶어
금방 울음을 그쳤어요.
아이들은 조금씩 침착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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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하고 무서웠던 일은
이제 까맣게 잊고 말았어요.
방에 전기가 다시 들어왔어요.

“보물을 찾은 레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이야기는 끝났는데,
아이들은 아직도 책 속에 있었어요.

​”책은 역시 굉장해요!
정말 마법의 힘이 있나봐요!”

누리는 책이 가진 힘이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점장님과 고나로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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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가 기분이 안좋을 땐
평소 낄낄대며 읽는 학습만화 몇 권을
일부러 집 안 여기저기에 둡니다.

아이가 뭔가에 삐쳐 있을 땐
엄마가 등장하는 정적인 그림책을
일부러 눈에 띄게 두고

아이가 공부 때문에 고민할 땐
휑~ 하니 글자없는 그림책을
슬쩍 들이밀어보기도 합니다.

먹힐 때도 있고,
좀처럼 안먹힐 때도 있지요.

하지만 이제 아이도
책을 통해 마음을 전하고픈
엄마의 마음을 눈치챈 걸까요.

“엄마, 이거 왜 여기있어?”하며
은근슬쩍 말을 걸기도 합니다.

그냥 큰 욕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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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그리고 엄마들에게,
‘힘 내’라는 말 대신
책을 통해 힘을 주고 싶을 뿐입니다.

책이 가진 힘을 믿었던
그림책 속 도토리 마을의
멋진 친구들처럼!

(초판 한정 부록, 귀여운 활동북 득템!^^
옛날 종이인형 놀이하듯 놀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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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더니, 엄마가 말했어.
“아직 더 자도 돼.
오늘 갑자기 유치원이 쉬게 됐대.”

“어제 한밤중부터 눈이 펑펑 내렸거든.
그래서 유치원 버스가 못 다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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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멀리 출장을 가셨어.
오늘 돌아오시기로 했는데, 못 오신대.
눈이 그치지 않으면
집으로 오실 수 없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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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베란다로 나갔어.
지나가는 자동차도, 사람들도 없어.
사각사각 눈 내리는 소리만 들릴 뿐.

저녁을 먹고, 이를 닦고 있을 때였어.
오?!
눈이 내리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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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엄마는 새하얀 눈 위를 걸으며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겼어.

엄청 큰 눈덩이도 만들었지.

한참을 하다 보니 손이 시리고,
콧물도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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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했어.
“어머, 안 되겠다. 이제 집에 가자.
내일 또 하자…”

이제 곧 아빠도 돌아오실 거야.
눈이 그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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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입니다.
하지만 눈 구경이 무척 힘든
이상한 겨울입니다.

뚜벅이 엄마이지만,
아무리 유모차 등하원이 힘들어져도
대중교통 단골 이용객이지만,
아무리 일하러 나가기가 힘들어져도

한번쯤은,
발목까지 눈이 쌓이길 바래봅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눈이 내리면…

집 앞 아파트 현관 계단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기로 약속했는데.
눈덩이를 냉동실에 살짝 얼려
목욕할 때 만져보기로 약속했는데.

눈이 내리면…

삼형제 이불로 꽁꽁 싸맨 채
베란다로 나가 따끈한 코코아 한잔씩 들고
펑펑 눈 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겨울입니다.
아이의 마음으로
눈이 기다려지는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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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루의 방으로 손님이 찾아왔어요.
날씨가 좋아서 놀러 왔대요.
누가 왔을까요?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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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누굴까?

알았다!
하루가 좋아하는 토끼 베개구나?
토끼가 숨바꼭질 하자고 찾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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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아니에요.
이건 동~ 그랗고,
빠~~ 알간 거예요.

알았다! 무당벌레구나?
무당벌레가 땅따먹기 놀이하자고
구슬을 가져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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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틀렸어요.
이건 무당벌레보다
훨~~ 씬 커요.

아! 꽃님인가?
퐁퐁달리아 꽃님일지도 모르겠구나.
소꿉놀이 하고 싶어서 찾아왔구나?

아니에요.
이건 꽃님보다 훨~~ 씬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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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풍선!
하루랑 술래잡기하려고
하늘에서 찾아왔구나?

엄마, 아직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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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해님이구나!

맞았어요!
해님이 하루랑 놀고 싶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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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째 임신했을 때가
무척 까마득합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좋은 시간인지도 잘 모른채
그냥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임산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둘째 때부터는
임산부 시간을 즐길래야
즐길 수 없는…^^;
아시죠?ㅋㅋ

정기검진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저기 임산부들이
산모수첩을 들고 있더라구요.

가만히 보니~
첫째 출산을 앞둔
초보 임산부인지, 아닌지가
한눈에 구분지어 보이더군요.

엄마들이라면, 아시죠?

“엄마들,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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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있잖아,
엄마가 정말 좋아.

엄마는
“얼른 일어나! 또 늦잠이야.”
라고 말해. 하지만

“잘 잤니?” 하면서
다정하게 꼭 안아 주면
난 있지,
그런 엄마가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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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녀왔습니다.” 했을 때도
엄마는
“흙투성이로 오면 어떡해!
빨래하기 힘들게!”
라고 말해. 하지만

“하하, 흙투성이가 됐네.
재미있었어?
실컷 놀아서 좋았겠네.”
하고 말해 주면

난 있지,
그런 엄마가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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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만 좀 하고 얼른 목욕해!
맨날 게임이랑 만화야!”
라고 말해. 하지만

“오늘은 같이 목욕하면서
이야기할까?” 하고 말해주면
난 있지,
그런 엄마가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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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 자.”

엄마도 있잖아,
네가 정말 좋아.
그런데…
자꾸 혼내기만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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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엄마라도
좋아한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

태어나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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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있잖아, 네가
정말, 정말, 정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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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남편과
처음 시댁에 내려가
맞이했던 명절, 전날 밤.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시댁 어른께 인사 잘해라.
-아침엔 일찍 일어나야한다.
-눈치껏 잘 도와드려라.

엄마는 몇 번이나
강조하고 말씀하셨지요.

‘지금 엄마는 뭘 할까’
‘막내딸 없이 허전하지 않을까’

어두운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주르륵 흘렀던 눈물.

그랬던 제가 이제는
세아이를 단도리 합니다.

-시골 어른들께 인사 잘해야해.
-아침에 일찍 깨워도 짜증내면 안돼.
-할머니, 할아버지 힘들게 하면 안돼.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엄마가 되어갈수록
우리 엄마가 참 좋습니다.

명절날, 함께 할 수 없지만
명절날, 가장 많이 생각나는
우리 엄마.

엄마가 있어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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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이 씨앗으로 가득 찼구나.
좋아, 어서 출발하자!”
초록이 아빠가 씨앗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며 말했어요.

“좋아, 여기에 씨앗을 심자.”
초록이 아빠가 씨앗 가방
덮개를 열었어요.
모두들 씨앗을 손에 꼭 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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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도블록이나
돌담 사이사이에 씨앗을
단단히 심었어요.

“예쁜 꽃이 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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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가끔씩 커다란 신발이
머리 위로 훅 덮쳐 와요.
하지만 이번에도 잘 피해서
우쭐우쭐~.

“여기에도 예쁜 꽃이
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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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씨앗 하나는
전봇대 밑에다 심었어요.

해가 슬슬 질 무렵,
초록이 오빠가 말했어요.

“여기, 전에 온 적이 있어요!”
맞아요, 이 계단 꼭대기에
씨앗을 심은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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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을까?”
모두들 두근두근하면서
계단을 올라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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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꽃이 정말 많이 피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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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엄마는 나팔꽃이 참 좋더라.
이게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금방 꽃잎을 오무리거든.
옛날 시골에 살 때
아침일찍 나무하러 산에 오르는 길에
이슬맺힌 나팔꽃을 참 많이 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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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활짝 핀 나팔꽃을 보면
참 정겨운 마음이 듭니다.

얼굴을 쑥 내밀고 살랑살랑
바람결에 몸을 흔드는
코스모스도 예쁘지만,

활짝 웃다가도 금새 고개 숙이는
수줍은 나팔꽃에 더 눈이 갑니다.

찰칵,
사진을 찍었습니다.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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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멍멍 씨네 빵 공장.
말썽쟁이 야옹이들이 엿보고 있네요.

-빵, 저렇게 만드는구나.
-쉽잖아.
-쉬워.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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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퍽퍽. 우유 콸콸.
달걀 톡톡. 설탕 팍팍.
소금 솔솔. 야옹야옹.

-베이킹파우더래.
-빵이 부풀게 해 준대.
-몽땅 넣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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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
야옹야옹.

-빵 굽는 화덕에 넣어.
좋아, 다 됐어!
-아주 쉬운데.
아주 쉬워.
-야옹 야옹 야옹.

​-화덕이
통째로 부푼다!
-위험해!

덜커덩 덜커덩
치—–익.

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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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말이야.
한밤중에 남의 공장에 숨어들어서
이런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
“아니요, 안 돼요.”
“야옹.”
“그럼 나쁜 짓 한 줄은 아는 거야?”
“알아요.”
“야옹야옹.”

“좋아. 그러면 지금부터
일을 좀 해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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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서 오세요. 빨리들 오세요.
빵 공장에서 빵 축제를 엽니다!

“빵이 다 팔려서 다행이네요.
그럼 우린 이만 가 볼게요.”
“야옹야옹.”

“잠깐 거기 서!
아직 할 일이 남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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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질만 하면 난리입니다.
청소기만 돌리면 쫓아옵니다.

엄마의 장난감 같나 봅니다.
엄마가 노는 것처럼 보이나 봅니다.

“안돼, 하지마, 지지야!”

엄마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도 똑같이 하겠다고
덤비는 막내 때문에
마음 먹었던 집청소는…

​매번 ‘물티슈질’로
대충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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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만 시작하면
엉덩이가 들썩들썩.

청소하는 것조차
막둥이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세번째 아들과 마주한 엄마에겐
쉬운 게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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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그머니 보석 상자가 열려요.
보석 상자 속에는
작은 고양이가 있지요.

바로 보석 고양이 핑크예요.
핑크는 보석 상자에서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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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쭈억 켜고
부드러운 털을 다듬어요.

털에서 반짝반짝 윤기가 나면
가장 아끼는 목걸이를 해요.

핑크는 예쁜 거울들이 가득 걸린
벽 앞에 섰어요.
거울을 통해 어드든 갈 수 있거든요.
“오늘은 어디를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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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넓적한 나무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사르르~

고양이 한 쌍이 북적대는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한창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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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신랑 고양이가 신부 고양이에게
풀잎 반지를 끼워 주며 맹세했어요.

“사실은 반지를 주고 싶었는데…”

‘그래, 반지! 반지를 만들자!’
핑크는 결심했어요.

핑크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조심조심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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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반지 모양으로 연결만 하면 돼.’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어렵네… 그래도 꼭 만들어야지!’
핑크는 보석 알들을 하나씩
정성껏 연결했어요.

드디어 예쁜 반지가 만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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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정성껏 만든 반지를
신랑 신부에게 선물했어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빌게!”
“정말 고마워!”
신랑 신부는 무척 기뻐했어요.
핑크는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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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가 없어도 온몸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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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반지.
다들 어딘가에 잘 보관하고 계시지요?
저도요…^^

아이들 돌볼 때
두꺼운 반지가 걸리적거려
잠깐동안만 빼놓는다는 게
벌써 보관만 한지 몇 년 째.

아, 결혼반지는
정말 결혼할 때만 끼는구나…
뒤늦은 깨달음에 쓴웃음이 납니다.

너무 오랜시간 외로웠던
왼쪽 손 네번째 손가락.
2년 전에 얇은 실반지 하나
남편한테 졸라서 끼웠는데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죠.

아이들이 더 크면
큼직한 알 하나 콕! 박힌 거 하나…
사달라고 졸라볼까요?^^

결혼반지 할 땐 몰랐어요.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끼게 될 줄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외롭게 할 줄은.

우리집 서랍 깊숙한 곳,
살그머니 작은 주머니가 열려요.
주머니 안엔 똑같이 생긴 반지 두 개가
서로 의지하며 외롭게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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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쥐는 마을에 있는
빵집에서 일했어요.
매일 바쁘게 일했지만,
누구와도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큰 곰은 숲에서 일했어요.
항상 혼자서 일을 하느라 누구와도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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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 곰은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어요.
“아! 난 혼자야.”

작은 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었어요.
“아~ 난 혼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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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집 앞에서
곰과 쥐는 서로 눈이 마주쳤어요.
“아~ 안녕!”
“안녕.”
“음… 여~ 여기는 내 집이야…
난 항상 혼자서 차를 마시는데,
괜찮으면… 함께 차를 마시지 않을래?”
“우훗~~ 그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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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곰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마을에 대해… 숲에 대해…
옛날 일에 대해…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다시 만나기로 한 일요일이 되었어요,
그런데 아침부터 억수 같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세게 불었어요.
“폭풍우다! 쥐의 집이 강 옆이라고 했는데,
물이 넘치면 큰일인걸, 구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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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이 큰 곰은 쥐의 작은집을
번쩍 들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폭풍우를 헤치고 달렸어요.

곰은 쥐의 작은 집을 자신의 큰집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어요.

“쥐야, 이젠 밖으로 나와도 돼.”
“고마워, 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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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과 작은집은 이렇게
서로 이웃이 되었어요.
매일 아침 곰과 쥐는

​”잘 잤니?”
“응, 좋은 아침이야!”

서로 인사를 하며 마을로 숲으로
일하러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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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과 작은집은 이렇게
서로 이웃이 되었어요.
매일 아침 곰과 쥐는

​”잘 잤니?”
“응, 좋은 아침이야!”

서로 인사를 하며 마을로 숲으로
일하러 갔어요.

​TV를 보았습니다.
낯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배우 초짜시절, 번번히 떨어지는
오디션을 원망하며 술마시고^^
볼 꼴, 못볼 꼴 함께한 사이였습니다.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반가운 얼굴이 보입니다.

대학로에서 함께 밤새워 소품을 만들고, 연

극연습하며동고동락했던 친구였습니다.

영화를 보았습니다.
엔딩컷에 보고픈 이름이 보입니다.

앞으로 ‘대작가’가 되보자며
함께 글 쓰며 격려하고, 농담나누던
선배님과 후배님 이름입니다.

출발은 같이 했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그들 그리고 나.

이제는 서로 다른 집에 사는
그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때 우리가 꿈꿨던 시간에 대해…
옛날 추억에 대해… 그동안 지낸 이야기…
그리고, 각자의 앞으로의 길에 대해…

근데…
저를 기억이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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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침은 폴짝 뛰어서
시계를 탈출했어요.

그리고 분침은 젓가락들 사이로
숨어들었어요. 젓가락들이 수군수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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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녀석이네. 근데 넌 왜 혼자야?”
“나머지 하나는 어디 갔냐?”
“짝이 안 맞는 젓가락은 버려질 텐데.”
“아, 불쌍해…”

“그런 거구나.”
창문을 발견한 분침은
얼른 밖으로 뛰어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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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분침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대로 흉내를 내 봤어요.

간판.풍향계.울타리.화장실.도로 표지판…

분침은 슬쩍 교실을 살펴봤어요.
마침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시계 읽는 법을 알려주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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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는 매일 일곱 시에 일어나
이불에서 나온대요.
짧은 바늘이 <7>을, 긴 바늘이 <12>를
가리키면 일곱 시예요.”

“그리고 여덟 시 반이 되면
어린이집에 간대요.
짧은 바늘이 <8>과 <9>사이에 있고,
긴 바늘이 <6>에 있으면 여덟 시 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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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침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어요.
‘나도 몰랐던 얘기야.
시계를 읽는 방법이라니…
내가 하는 일인데 모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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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분침도 박자에 맞춰서
째깍째깍 돌기 시작했어요.
시침과 초침도 기쁘게 반겨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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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 갔었어!
-엄마, 어딨어?
-엄마, 어디가?
-엄마, 어디 가면 안되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갔다 와도,
택배를 받으러 경비실에 잠깐 들렸다 와도,
이불 먼지를 털러 잠시잠깐 나갔다 와도,
아이들이 마치 엄마가 ‘머~얼~리~’
떠난 것 마냥난리를 칠 때가 있습니다.

아주 가끔은
‘엄마의 자리’를 고집하는
아이들의 말에 갑갑함을 느낍니다.

엄마가 된 후,
저녁 6시 이후 집 밖을 혼자서
나가본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지요.

신데렐라처럼 매일 5시만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
하던 일을 급히 마무리하거나,
만나고 있던 사람과 급하게 인사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잃어버린 것처럼
엄마인 저도 투명한 공허함만을 느끼지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엄마,
‘한번쯤은 일탈을’ 하고 싶은 엄마.

그냥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가끔 밤공기도 마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봄인가 봅니다.
봄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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