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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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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테마] 봄바람 살랑사랑 불 때
읽기 좋은 감성 에세이

1. 그림자 여행

“어른이 되면 끝날 줄 알았다.
이 지겨운 ‘나의 존재 증명’ 시간이.”

-삶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통해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

2. 마음의 서재

“나와 당신을, 우리와 그들을,
사랑할 수 있는 것과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을 연결하자.”

-일상을 세밀히 바라보게 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따듯한 사랑을 유발하는 책

3.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행복한 순간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우리를 지나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심하게 지나 버린 소중한 마음들,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책

4. 그래도 괜찮은 하루

“제 마음의 바구니에는
하트가 하나도 없어요.
저도 이제 하트를 넣고 싶어요.
딱 하나면 돼요.”

-갖지 못한 것에 괴로워하기 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알려주는 책

5.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날 입니다.

“인생은 ‘지금 여기’에만 존재합니다.
내가 있는 지금 이곳에서
행복을 선택해야 합니다.”

-인생을 4계절로 나누어
‘오늘을 사는 지혜’를 전하는 책

이번 주말,
따스한 봄 햇살 맞으며 공원에서
책 한권 보는 건 어떨까요? : )

더보기
-달달한 연애를 꿈꾸는 당신에게
-당신의 마음을 읽는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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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일에 쫓기고
아이들 뒤치닥꺼리를 하고
과제 하느라 밤을 새우고
손님들을 보며 억지웃음을 짓다,

저녁 해가 질 무렵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뭔가 잃어버렸는데?’

아무리 떠올려도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그렇게 우리의 하루 하루가 흘러갑니다.

문득
나도 모르게
그 놓쳤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오래된 책에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는 순간.

시를 읽다
문득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순간.

설레임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고백하게 되는 순간.

갓 태어난 아이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오래된 친구가 새로 생긴 북카페로
나를 부르는 순간.

평소에 듣던 음악이
새로운 감동을 주는 순간.

이 ‘순간’들이 조금씩 모여들어
우리의 일상이 됩니다.

일상은 시간 속에서
가장 잘 잊혀지고
가장 빨리 지나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고 소중한 것들을
자주 놓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작은 ‘순간’들을
잡아내어 머릿 속에 떠올립니다.

그 느낌으로
온 힘을 다해
자작나무를 깎고 그 위에 색을 입히고
꿈이라는 커다란 캔버스에 얹혀 놓으면

‘박현웅’의 그림이 됩니다.

어린 시절 알사탕의 기억과
곰돌이, 무지개, 자동차, 기차, 비행기, 풍선…

이 모든 일상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우리가 놓쳤던 것들이
무엇인지 드디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그 작고 아름다운 것이
‘행복의 조각’이었다는 것을……

커다란 것만을 쫓다가
잃어버린 작은 것들을
다시 잡아오는 그물을 짜보면 어떨까요?

박현웅이 그리고 쓴 <숨은그림찾기>입니다.

빨간색 안경을 끼면
세상이 온통 빨갛지만

박현웅의 안경을 끼면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놓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맑은 냇가를 스치며
반짝거리던 햇살의 기억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p.s. ‘행복 건망증’에 걸린 분들이라면
꼭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는 따뜻한 그림 에세이. 숨은그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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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주민들 반응이 저런데,

끼니를 비스킷으로 때우고
모기와 온갖 벌레에 뜯겨가며
땡볕 아래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먹으면서 일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속상하고 야속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새삼 이 일을 시작할 때 들은 말이 생각난다.

‘죽을힘을 다해 도와주면서도
욕먹는 걸 잘 견뎌야 구호 일을 계속할 수 있다.’

구호 현장의 백전노장인
우리 회장과 지역 총책임자는
언성 한번 안 높이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난 아직 멀었나 보다.

한비야의 <1그램의 용기> 중에서

.
.
.

저렇게 힘들어 도와주는데
도움을 받고 화를 내면
앞으로는 쳐다도 안보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사실 도움은
주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받아줘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한 일인데
누군가 도움을 받았다고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본전 생각과
서운한 마음은
당연한 인간의 마음처럼 보입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때,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거래’를 한 것 아닐까요?

세상사 힘들다고
그냥 ‘남한테 피해안주고 나만 잘살자’로
결론을 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또 받고 사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리고 거래 밖의 관계를 많이 만들수록
행복지수는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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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을 때는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곁에 없을 때는
심장에 동판화를 새기듯
그리워하면 될 일이다.

사람이 시를 쓰는 이유는
마음을 숨겨둘 여백이
그곳에 많아서다.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글이나 말보다 그리움을
숨겨둘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한 사람의 일 생 안에
담아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워하면 할수록
마음의 우주가 팽창한다.

림태주, <이 미친 그리움> 중에서

.
.
.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가득 찬 것처럼 생각하는 것.

책상이 없다면
책상을 상상하고

배가 고프면
빵을 그립니다.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합니다.

작가는 그리움을 우주만큼 키워야
드디어 ‘상징’을 만들어냅니다.

그렇지만 실제는 아무것도 없다는
철저한 현실 인식을 하고 나면
그리움이 외로움으로 바뀝니다.
결국 괴로움이 됩니다.

그리움, 외로움, 괴로움…

이 3종세트를 먹고
작품은 자라납니다.

오직
작가만이
그리워하던 대상을
자신의 상징과
바꿉니다.

그러는 동안
작가는 소진됩니다.

사실,
자신을 잊는 것이지
그리움이 바뀌지도
채워지지도 않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옆에 없는 당신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다 쓰고 나면
해왔던 일이
온통 소용없어집니다.

‘당장’
‘눈 앞에’
‘당신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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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6.25를 겪고,
친오빠를 여의고,
가족 전체가 심각한 가난을 겪습니다.

미군 부대 초상화 부에서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1970년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나이 마흔,
『나목(裸木)』이라는 소설로 등단합니다.

그녀의 딸, 호원숙은 이렇게 말합니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녀는
한국에서 해방 이후
여성의 몸으로 시대를 견뎌오며
한 가정을 꾸려나가던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박완서.

어머니로,
며느리로,
아내로,
할머니로.

그녀의 삶은 한국 여성의 삶을 대변합니다.

날카롭게 벼려진 시대의식은 소설 속에서
우리 마음을 따끔거리게 하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후,

소설에서
그녀를 다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녀의 삶은 우리 역사 80년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어머니 삶과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처럼 그녀의 기록은
이 시대 여성의 발자취였습니다.

이번에 박완서의 삶이 기록된 책이
7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출간되었던
박완서의 산문집을 모았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와
너무 많은 생각이 있어서

이 책을
한마디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늘은 여성으로서의 박완서를 소개합니다.

“식구들을 위해 장을 보고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일,

매일매일 집 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아
쾌적하고 정갈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일,

아이들 공부를 돌보고
가끔 학교 출입을 하는 일, 뜨개질, 옷 만들기

―소위 살림이라 불리는
이런 일들을 나는 잘했고,
또 좋아했지만,
아무리 죽자꾸나 이런 일을 해도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허한 구석을
나는 내 내부에 갖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가족들이 기대했던 여성으로의 삶만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갈 수 없었던
그 갈급함으로 박완서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과거를 지내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여성의 삶에 대해 박완서는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습니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딸에게 보내는 책’입니다.

딸에게서 딸에게로 이어지는 책
<박완서 산문집> 7권입니다.

박완서의 삶이 기록된 책, 박완서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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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당히폭력적인 젊은이였어요.

20대에는
사람도 많이 때리고, 맞기도 하고,
분노나 울화를 참지 못했어요.

길에서, 취중에,
혹은 차를 운전하다가
옆 차 운전자와 싸워서
경찰서까지 가는 일도 많았던,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었죠.”

소설가 김영하의 자기 고백입니다.
참 솔직한 남자입니다.

특히 자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바라봅니다.

그는 20대의 반항기가
이제 외부로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소설에
그대로 살아있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직업병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소설을 읽지만
작가는 ‘우리 마음’을 읽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 생각을
딱 맞추기도 하고

다른 때는
삐딱하게 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스스로 건조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영하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독특하며 인상적입니다.

지금 시대를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낙관주의자도,
비관주의자도 아니라고 합니다.

‘비관적 현실주의자’라고 합니다.

앞으로 살기가 만만치 않을 터이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시시때때로 ‘욱!’하던 남자는
한국에서 유명한 소설가 중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소설을 쓰며
현실의 재료를 모으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버무려서
봄날 쌉싸름한 나물 무침을 내놓았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김영하 산문집 <말하다>입니다.

생각하는 방법,
세상을 견디는 방법,
소설을 쓰면서 했던 생각,
글쓰기와 책 읽기를 통한 힐링 등

김영하의 다양한 면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예술가가 되자는,
그것도 ‘당장’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책을 끝까지 읽는 동안 머리에 계속 남았습니다.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말하기

*김영하 작가를 만나시려면  ‘3월 21일 오후 3시’
교보문고 광화문점 구서재로 가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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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이근후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뜨거운 청춘의 시절.
4.19와 5.16 반대 시위로
감옥생활까지 합니다.
취직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사실 죽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습니다.

겨우 취직을 하고
자식 넷을 키우고
빚도 겨우 갚았습니다.

그리고 이화여대에서 50년간
교수로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 생활을 합니다.

국내 최초의 개방형 정신 병동 설치.
국내 최초로 사이코 드라마 도입.
한국정신치료학회 설립.

이 만만치 않은 경력에도
그에게 안정이란 없습니다.

30년간의 네팔 봉사활동.
40년간의 광명보육원 아이들을 돌봅니다.

퇴임 후에는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를
아내와 함께 설립합니다.
청소년, 부모, 노년 상담을 합니다.

저렇게 살았다면 당연히 쉬어야 할 텐데요.
그런데 76세의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학과를 졸업합니다.

‘일흔 넘어 한 공부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정말 배부른 남자입니다.

근데 그는 당뇨, 고혈압, 통풍, 허리 디스크 등
7가지 병을 앓고 있습니다.

게다 왼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최고는 이 대목인데요.

3대 13명이 한 집에 모여 삽니다.
이게 가능하냐고요?

가족 간 상호독립성을 보장하고
불간섭주의를 선언합니다.

뭘 하든 잔소리가 없는 가족을 탄생시켰습니다.

공부하고 글 쓰고 지인들에게 메일도 보냅니다.

‘이 나이에 내가 뭘 해’라는 생각이 들 때

이 남자는 대답합니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
베스트셀러<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가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56장의 편지입니다.

p.s. 아는 사장님 한 분이 이 책을 다 읽고
건물의 경비를 서는 분께 이 책을 선물했더니
일주일 후에 커피를 한 잔 타서 가져다주면서 말하셨답니다.

“다 읽고 아들 부부한테 줬어. 나만 읽어서는 안 되겠더라구.”

부모가 다 읽고 자녀에게 주고
자녀가 다 읽고 부모에게 주는 책입니다.

이 나이에 내가 뭘 해라는 생각이 들 때,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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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힘들어. 생각보다 진짜 짜증나.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하는거야.
아빠나 엄마나 일하는 건 똑같은데!”

유치원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업무 때문에 당장 뛰어갈 수 없을 때
워킹맘은 가장 힘듭니다.

그리고 ‘일말의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인
남편 마저 퇴근이 늦다며
오히려 아내의 이른 퇴근만을 종용할 때
정말 서럽고 슬프지요.

이 시대의 워킹맘이라면 한 번쯤
아니, 두 세번 쯤은 경험했을 일.
누구에게 털어놓아도 해결되지 못할 일.

“누구든 열정에 불타는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30분 동안,
또 어떤 사람은 30일 동안,
그러나 인생에 성공하는 사람은
30년 동안 열정을 가진다.”

-에드워드 버틀러

여기, 미국으로 유학 간 남편을 대신해
홀로 두 딸을 키운 워킹맘이 있습니다.
스스로 불량엄마로 살았다고 고백하면서도
30년 동안 공직에 몸 담다 여성가족부 최초로
여성 차관의 자리까지 오른 열정의 엄마입니다.

무려 30년 동안 워킹맘으로 살아 온 그녀에게
공직사회 속 여자의 자리는 어떻게 채워졌을까요.
두 딸에게 있어 엄마의 자리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녀가 쓴 책 제목이 바로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입니다.
매일 반복되고 또 재생되는 삶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지켜낸 담대한 엄마.
그녀는 이야기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 같은 사람은 아무 데도 없다.
이 세상에 나는 나 밖에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내 맘을 아는 이가 없을 때,
일, 육아, 살림..
어느 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없다고 느껴질 때.
그녀의 이야기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사회 속에서의 여자의 자리가 어디인지,
가정 내 엄마의 자리를 어떻게 지켜야하는지
담담한 충고와 공감어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어느 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없다고 느껴질 때,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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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강권하는 미디어와 세계’에 대하여
세상을 운영하는 자들은
이 꿈을 마약처럼 권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출신에 허락된
꼭 그만큼의 현실을 살아나가야만 합니다.

물론
전과 마찬가지로
너희들도 언제든지
셀러브리티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환상이 존재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

이 마약과도 같은 낙관은,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찰나의 경우로 존재하는
일말의 어떤 아름다움들은

이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추악함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사람들은
아쉽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우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거짓 낙관 없이도 세상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허지웅의 첫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의 서문 중에서

.
.
.

20세기에 나온 시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100년 중의 반을 전쟁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낮만큼이나 어둠을 노래했기때문입니다.
조금 덜 칙칙한 시인들은 회색을 노래합니다.

꼭 전쟁이 없더라도 인간은 이 두가지를 다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꿈과 희망, 긍정, 밝음이라는 단어들만이
인간에게 주어진 다음,

사람들은 언제든 자신의 어둠을 덮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 쪽 모습으로 거리를 걷습니다.
옆을 가리든, 위를 가리든 가린 모습으로 걸어다닙니다.

‘셀러브리티’는 유명인 정도로 이해되지만
원래의 뜻은 태어날 때부터 잘난 사람들입니다.

태어나면서 밝음과 어둠을 같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밝은 부분만을 보였을 때 우리는 부러워합니다.

이것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두번째 탄생입니다.

어둠을 떨기고 밝음만을 남깁니다.

그렇지만 진실은 밝히기 싫어하는 쪽에도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을 사랑하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상처를 담고 살게 됩니다.

어둠을 드러낼 때,
어둠을 인정할 때…

그 때가 되어서야 진정,
스스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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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지 않아서’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나서 젊은 시절의 기억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추억들이

다 재산이고 보물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나는 조금 아연했다.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내 모든 사랑한 기억들을
억지로 지워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남은 그 재산과 보물들을
모두 잊어버리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게 날선 유리조각처럼
생채기만 남길지라도

언젠가 세월이 지나면
그 순간들도 닳고 둥글어져

빛나는 보석처럼
남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다.

그리고 글을 쓰고
생각을 더듬으며
분명히 나는 아팠다.

그리고 행복했다.

이별의 아픔과 상실 앞에
그동안 나는 내가 그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았음을 망각하고 있었다.

팜므팥알의 <연애의 민낯 : 순정은 짧고 궁상은 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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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홍대 앞 카페 앞에서
‘팥알’을 3년 만에 만났을 때,

잊고 싶은 기억이 한 번에 떠올랐습니다.

책을 냈다고
가방속에서 꺼내

내게 주었을 때

그 얇은 책에
그 무거운 가격을 보며

돈을 꺼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는
연애안하겠다고
한 결심처럼

절대 사지 않으려고 했던
‘팥알’의 연애 스토리 책을 사고 말았습니다.

(‘팥알’과 연애하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마시길 ㅜㅜ)

서로 못만나는 동안
다른 곳에서 누군가와
이별했다는 생각에
왠지 반가웠습니다.

근데 이게 반가워할 일인지는…

봄날에 대한 기대를 허물어버리려는 듯,
겨울을 숨겨놓은 날입니다.

이별에 대한 기억과 애잔함도
봄 속 숨겨둔 겨울처럼
날카로운 칼날처럼
피부를 스칩니다.

깊지도 얕지도 않게
생명을 끊지는 않지만
고통은 그대로 유지시킨 채 말입니다.

사람이 사계절이라면
겨울 다음에 봄이 와야 할텐데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겨울, 겨울…

그래서 봄 속 겨울보다는 덜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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