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소 제2화 #혼자노는아이

고민상담소 제2화 #혼자노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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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6살 여아입니다.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고 거의 혼자 놀다가 옵니다. 5살 때는 친하게 놀던 친구가 있어서 이런 걱정을 안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방학 동안 다른 친구와 단짝이 되어서 지금은 안 논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론 딱히 엄청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들이 놀자고 말하지 않으면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놀다가도 잠깐 놀고 거의 혼자 노는 듯해요. 선생님은 혼자서도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잘 지낸다고 말하는데 제 속은 썩어갑니다. 집에서는 동생, 자주 보는 사촌과는 정말 즐겁게 노는데 혼자 논다는 말을 들으니 유치원을 그만 다녀야 하는지 고민 중입니다.

이임숙 샘 :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은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 더 잘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걱정하는 마음 한 편으로 의문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혼자 노는 아이의 표정이 외롭거나 우울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지만 그게 정상이라 말하는 이유는 그래야 사회생활도 잘하고 아이도 행복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지요. 아마 사회적으로 활동적인 리더가 주목받는 시기여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답니다.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1. 아이는 내향성? 외향성?
아이가 어려도 성격적인 성향은 나타나고 있어요. 활달한 외향성의 아이라면 어떤 친구와도 잘 어울리겠죠. 하지만 내향성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걸지 못해요. 하지만 친구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면 잘 놀아요. 한두 명과는 잘 놀지만, 친구들이 많으면 오히려 조용히 혼자 떨어져 나오기도 해요. 이런 점은 내향성의 성인들과도 비슷하지요. 내향성의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어울려라. 활달하게 지내라. 나서서 발표도 잘하고 리더가 되어라’. 라는 말은 참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나중에 좀 더 크면 다 연습해서 할 수 있는데 뭐가 뭔지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무조건 혼자 노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한다면 아이는 혼란스럽기만 하겠죠.

2. 혼자 노는 것에 대한 오해
혼자 논다고 무조건 사회성 훈련을 하려고만 하기보다 혼자 잘 노는 모습을 지지해 주세요. 사실, 혼자 놀이에 대해서 오해가 있어요. 아이가 커가면 혼자 놀 줄 모르는 게 더 큰 문제가 된답니다. 진짜 중요한 공부나 연구, 혹은 생산적 활동은 모두 혼자 시간에 이루어 지지요. 어쩌면 지금 아이는 그런 걸 잘 연습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세상의 대표적인 리더들은 내향성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요. 조용히 혼자 책 읽고 생각하며 글도 쓰는 그런 활동들이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아이에게 혼자 놀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점이 싫은지? 어떤 점이 좋은지 질문해 보세요. 아이가 하는 말과 표정을 보면 아마 안심이 될 거예요. 만약 우리 아이가 친구와 놀지 못해서 속상해한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 주세요.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서 어떤 아이는 먼저 친구에게 놀자고 잘 말하지만 어떤 아이는 그게 좀 힘들 수도 있어.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 네가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라 말해주세요. 지금 당장 고치려 해도 잘 안 될 뿐 아니라 고치려고 애를 쓸수록 아이는 자신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불안감만 높아지니까요.

3. 자신감을 높여 주기 위하여
혼자 책보고 그림 그리고 노는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세요. 그리고 집에서 동생 사촌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모습도 찍어 주세요. 아이와 함께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말해주세요.
“넌 동생이랑 사촌들과도 잘 놀고, 혼자 놀기도 잘하는구나.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대단하다”.
그래도 친구에게 먼저 말 걸기를 할 줄 알기를 바라신다면 이렇게 말해 주세요.
“지금은 먼저 말 걸기가 좀 불편하니? 어떤 점이 불편해? 그럼 몇 살 정도 되면 편해질까?”

만약 아이가 백 살이라고 말하면 함께 웃으면 됩니다. 백 살 때 말을 잘 거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네요. 아이와의 시간을 걱정으로 채우기보다 유쾌함과 행복감으로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책속의한줄_고민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