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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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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오늘은 우리 첫째가 아팠습니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얼른 열을 재보니 39도.
엄마 마음이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얼른 약을 먹이고
두 동생을 일찍 재우고
첫째 옆에 꼭 붙어 누웠습니다.

늦은 밤,
숨소리가 평온해졌을 무렵

‘내일은 좋아하는 음식을 해줘야겠다.’
마음먹으며 겨우 한숨을 돌리고
책을 폈습니다.

‘뼛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

-‘곰국 끓이던 날’중에서

까만 창밖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세 아이를 낳았지만,
아직도 엄마에게 막내인 나.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습관처럼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나 아파”

그러면 어김없이 집으로 배달되었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뽀얀 국물.

우리 친정엄마도 나와 같았겠지요.

책을 보니 ‘가족’이란 단어가
짠한 마음에 더 와 닿습니다.

대신 아프고 싶은 마음,
‘사랑한다’ 말 한마디보다
무심한 마음표현에 익숙한 사람들.

그들이 바로, 가족인 것 같습니다.

당신은 누구의 가족인가요?

어린 시절 나를 업어 키워주신 할머니.
늘 뭔가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부모님.
늘 사랑표현에 어설프고 서툰 내 남편, 내 아내.
애틋한 마음과 애잔한 마음이 드는 아이들.

당신의 기억 속의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요.

금요일 저녁,
다른 날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하는 시간입니다.

일주일 동안 잘 지냈느냐고,
많이 사랑한다고,
스치듯 말하기도 쉽지 않은 당신에게

삶 속에서 어렴풋이 느끼는
가족에 대한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한
‘가족의 시’를 권합니다.

이해인, 김용택, 정호승, 서정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말하는 가족.

가족에 관한 거의 모든 풍경을
따스한 밥상처럼 포근하게 만날 수 있는,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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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가 울린다 / 이종민

 

산을 보면
산은 너머를 가리다가
함축하기도 한다

산 속에서는 산을 볼 수 없고
산 밖에서 우리는 산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지

이름을 부르면 기대하게 된다
느낌만으로 온 세상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지워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예감

너라는 사람은 넓고
그 이름 안에서
꽃이 피고 지고
나도 한철을 지낼 수 있지만

나무 안에서 산이 계획되고
산에서 나무의 이름이 궁금한 것처럼
산은 산
내 마음 속의 산

이름에 갇힌 그 울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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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中에서

사진출처 @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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