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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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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맘 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사연입니다.

2년 전 어느 날,
칼퇴근하던 남편이
전화 한 통도 없이 술 냄새를 풍기며
아침 6시에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온 남편은
아내의 걱정 한가득 뒤로 한 채,
바로 욕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내 두 눈에서는 레이저가 발사되었고
내 마음은 떨리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난 아내랍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습관처럼 했던 그 행동…
남편이 벗어놓은 양복 윗도리를
털어 옷걸이에 걸고 말았다.

아차! 싶었을 때
남편의 옷에서 작은 종이가 떨어졌다.

은행 출금 확인서.
금액 200만 원.

아까보다 더 심장이 두근거리고
두 눈은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도대체 이 큰돈을 왜 뺀 거지?
설마, 하룻밤 술값은 아니겠지?
아니, 술값이 아니라… 설마!

남편이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아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매우 예리하면서도 매우 감정적으로
우리 남편을 맹렬히 심문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앙칼진 나의 심문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앉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말없이
쓰윽, 핸드폰을 내밀었다.

당시 남편의 직업은 자동차 지점장이었다.
처음엔 호기롭게 영업을 시작했지만
불경기에 생각보다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매월 말일만 되면 얼굴은 반쪽이 되었다.

‘그 일’이 있던 그 날도
힘든 말일이 막 지난 7월의 첫날이었다.

남편의 핸드폰 속
‘받은 메시지함’을 보자마자
난 한순간에 ‘얼음!’이 되었다.

받은 메시지함 속 47개의 메시지는
동료와의 실적 비교에 대한 코멘트부터
인신공격적인 내용, 참기 힘든 욕설,
기분 나쁜 비아냥까지
삶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의
다양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메시지 내용은 마감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그 수위와 강도가 점점 강해졌다.

어제,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후배 영업사원 한 명이
남편을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차를 뽑아
남편의 실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남편은 이런 후배 사원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에
새 차 출고 비용 200만 원을 빌려주었단다.

고맙다고 한 잔,
신세를 한탄하며 한 잔,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자 또 한 잔…
그렇게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졌다는 남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따라 흘렀다.
우리는 아이가 깰까 봐
한참을 함께 흐느껴 울었다.

.
.
.

얼마 후, 우리는 큰 결심을 했다.
남편과 11살 된 딸이
뉴질랜드로 가기로 한 것이다.

남편에게 그곳에서
당분간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유시간을 가져보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내 맘 변하기 전에 얼른 가.
마누라 직장 있고, 수입 있을 때!”

남편은 많이 주저했다.
그리고 미안해하며 떠났다.

그렇게…
나는 ‘기러기 엄마’가 되었다.

남편과 딸이 떠난 지 2년.
다행스럽게도 처음에 걱정하고 염려했던
많은 일이 하나씩 잘 해결되었다.

성실한 우리 남편은
뉴질랜드에 정착한 지 3개월 만에
제법 내실 있는 무역업체에 취직했다.

12살이 된 딸도
언어장벽을 잘 넘었고,
수학경시, 배드민턴 등 각종 경기에
나가며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다.

혼자 남은 나는
틈틈이 딸과 영상통화 하느라
칼퇴근하기 바쁘고
한 달에 한 번꼴로 딸 학용품을
소포로 보내며 사랑을 함께 전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발을 내딛기 힘든 내일.

우리 가족도 그랬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불안한 내일을 향해
함께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성실히 힘을 모아 걷다 보면
생각지 못한 길이 분명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제 시작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차근차근
이민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먼 훗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마음이 어떨까.

남편과 함께
이렇게 회상하고 싶다.

“와… 그때는 정말 막막했었는데
정말 이런 날이 오긴 오네.
지금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나중에, 또 나중에도
우리 또 함께 ‘오늘’을 기억하자.”

 

써니맘 님, 가족과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

책속의 한줄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가족 #연애 #직장 #인생 #우리사는이야기

*선정되신 분들께는
– #책속의한줄 SNS 글 소개
– 도서 출간 시 우선 수록
– 도서를 선물해드립니다.

*사연 보내실 곳 : story@ladybugs.co.kr
– 사연, 사진, 필명, 연락처 필수^^
(보내주신 사연/사진은 보기 편하게 수정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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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옷을 다 벗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말합니다.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옷을 다 벗고 창피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니.

이 남자는 ‘솔직하게’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습니다.
다 벗고 말하는 사람의 사전에는
그런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대학 시절,
그는 월에 15만 원 하는 고시원을 찾아갑니다.
그에겐 몸을 눕힐 작은 방 한 칸,
그리고 등록금과 생활비가 필요합니다.

오전에 편의점, 오후에 카페 서빙,
주말에 텔레마케팅을 하며,
아침에 졸린 눈을 피 흘리듯
억지로 치켜뜨며 겨우 버텨나가지만,

산다는 것은, 너무 비쌉니다.
밤에도 돈을 벌기로 합니다.

“진짜 잘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시원 야간 총무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의연하게 포부를 밝힙니다.

그가 겪었던 야(?)하고 난감한 일들.

그래도 고시원은 학교입니다.
고시원에서 스승들을 만납니다.

빚 때문에 쫓겨 다니는 가장.
가출한 학생.
살 곳 없는 노인.
그들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아버지는 가족을 방치합니다.

엄마는 그를 키우기 위해
친가에서 뺨을 맞고
리어카를 끌기도 합니다.

엄마 무릎에 엎드려 울고 싶지만

엄마에게 4만9천 원짜리
머플러를 선물하고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를 같이 봅니다.

그는 엄마를 ‘현주씨’라고 부릅니다.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이 먹먹하지만
만나면 애인처럼 데이트 합니다.

이렇게 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이 봤던 세상도 남김없이
그 옷을 벗깁니다.

2008년 촛불집회, 용산 참사,
‘88만 원 세대’,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의 김진숙 등

그리고 옥소리, 최민수, 유해진, 김혜수를 소환합니다.
이들을 언론과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루었는지
속사정을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말한 것은
그의 교과서인 ‘영화’입니다.

<록키>, <다이하드 4.0>, <더 헌트>, <지슬> 등
영화판 글쟁이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그의 스크린은 세상을 보는 창입니다.

요즘 우리는 이 벗은 남자를 TV에서 봅니다.

그는 자신이 쓴 신문 연재 글을
블로그에 링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위험한 이야기 좀 쓰지 마세요.
허지웅씨 때문에
<마녀사냥> 없어지면 책임지실 건가요?”

그의 솔직함은 누구에게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허지웅은 왜 옷을 벗고
우리에게 공개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할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힘든 삶과 세상을
‘버티는 방법’에 대해 말을 하려고
그는 옷을 벗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그의 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나만큼 고생해봤어?’가 아니라
‘나도 그래’라고 말하는
이 남자의 책은 낯설지만 가깝습니다.

허지웅이 쓴 <버티는 삶에 관하여>입니다.

그는 스스로 말하듯
책 한 켠에 이렇게 적어놓았습니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넌덜머리가 나고 억울해서
다 집어치우고 싶을 때마다
그 문장을 소리내 입 밖으로 발음해보며
끝까지 버팁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저는 끝까지 버티며
계속해서 지겹도록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모두,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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