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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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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한줄X그라폴리오 5th
아트 콜라보 #째찌

째찌 님의 일상 속의 동화
작품 더 보기

Q1. 책한줄 구독자들에게 소개 부탁합니다. ^^
그림을 왜 그리기 시작하셨는지도요.

안녕하세요. 저는 빛과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째찌입니다.
일상 속의 동화라는 주제로 그라폴리오에서 연재를 하고 있고,
종종 들어오는 외주 일러스트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단순히 보고 따라 그리면서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그러다 만화. 애니메이션과에 들어가서
만화도 그려보고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했는데,
그 자체로도 재밌고 즐거웠지만
마음 한편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을 하면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일러스트를 접하게 됐고,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게 잘 맞는 그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로는 꾸준히 일러스트를 그려오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했으니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한 건 5년 정도 됐네요.^^

Q2. 책 한 줄 공식질문입니다.
좋아하시는 책 또는 그림을 그리는 데 영감을 받은 책이 있나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두근 두근 내 인생>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글을 보기 전까지 슬픔이라는 건
그냥 단순히 안 좋은 감정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이 글을 읽고 나서 학습이나 고정관념에 의해서 내가 세상을 너무 좁게만
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로는 세상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려 하니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고 그림을 그릴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3. 작품을 보면 일상 속의 한 장면도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환상적인 느낌으로 전해져요.
“일상을 동화로 만드는 힘 또는 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선 어렸을 때 자라온 주변 환경의 영향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제가 7~8살쯤에 부모님께서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뛰어놀면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에
산과 논밭이 있는 시골 같은 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산에 가서 밤과 도토리도 줍고, 산딸기나 앵두 같은 과일도 따 먹고
산속에 아지트를 만들어서 장난감이나 간식들을 저장해 놓고,
집게벌레나 개구리 미꾸라지 같은 것들도 잡으러 다니고,
얼어있는 논이나 언덕에서 썰매를 타기도 하고,
하루하루를 정말 다양하고 재밌는 날들로 보냈던 것 같아요.
덕분에 각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순간들이 제 기억 속에 남아서
그림을 그릴 때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성격이라서 무언가를 보면
‘아 그런가 보다’ 로 끝나지 않고 저건 왜 저럴까?
라는 질문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일상 속에서도
재밌고 동화 같은 순간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속의 한줄X그라폴리오
아트 콜라보는 9주간 계속됩니다.
다음 주에도 멋진 작품 기대해주세요!

문화 놀이터, 책속의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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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_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사랑의 역사는 그 후에나 시작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열이 나는 바람에,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 그랬듯이
그녀를 돌려보낼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자
불현듯 그녀가 바구니에 넣어져 물에 떠내려 와
그에게 보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사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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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그녀가 보인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그는 어린 소녀의 향기를 들이마신다.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숨,
그녀가 내쉬는 따뜻한 숨결을 들어마신다.

그녀의 육체는 점점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는 이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이 육체는,
다른 몸들과 달리,
무한하다.

침실 안에서
그녀의 육체는 점점 확대된다.
정해진 형태도 없다.

육체는 매 순간 생성되어,
그가 보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시야 너머로 퍼져 나가
유희와 죽음을 향해 확장된다.

이 육체는 유연하여,
마치 성숙한 여자의 육체처럼
완전한 쾌락에 빠진다.

그녀의 육체에는 속임수가 없다.
놀라움 감각을 가진 육체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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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영화 등에서 에로스에 대한 스토리는
꼭 죽음이라는 것과 같이 합니다.

욕망은 곧 죽음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욕망을 억누르는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욕망의 어법은
죽음의 어법과는 다른 질을 갖습니다.

욕망하든 욕망하지 않든 죽음은 찾아오고
죽지 않고 살아남는 욕망도 언제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도덕과 윤리는
욕망의 끝에 죽음이라는 테두리를 친 다음에야
그 의미를 갖습니다.

그 테두리를 ‘허용’이라고 부릅니다.

항상 궁금한 거지만,
그걸 허락하는 건 누구이며
왜 허용한걸까요?

그리고 사랑은
이 에로스에 대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소설 ‘연인’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소녀는
욕망을 벼려낸 결정체입니다.

육체라고 표현되지만
마음 속에서는 무한히 확장되는 ‘욕망’입니다.

수 많은 문학작품에서
이것을 파멸이라고 부릅니다.

파멸은 곧 죽음을 말합니다.

욕망과 파멸은
육체와 죽음과 맞대응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유한성이라고 부릅니다.

이 유한성이 바로 ‘허용’이지요.

이 ‘경계선’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이것을 친 사람을 찾는 것.
그것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
왜 그런 경계선이 생겼는 지 생각하는 것.

우리가 끊이지 않고 하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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