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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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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에세이로 돌아온 허지웅의
<나의 친애하는 적>입니다.

저자 허지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어른이 되어도
그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너무 다가가면 아픈 일이 생기고,
너무 떨어지면 외롭기 짝이 없는
관계의 어려움.

그래서 그가 떠올린 생각이
바로 ‘친애하는 적’입니다.
상대를 오롯이 존중하면서
동시에 조심하는 관계

결코 만만치 않았을
그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으로 담았습니다.

비록 약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고 버티고 싸우고 있다고
뜨겁게 토로하는 그의 이야기
<나의 친애하는 적>을 추천합니다.

 

책 자세히 보기>https://goo.gl/DKcA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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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옷을 다 벗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말합니다.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옷을 다 벗고 창피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니.

이 남자는 ‘솔직하게’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습니다.
다 벗고 말하는 사람의 사전에는
그런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대학 시절,
그는 월에 15만 원 하는 고시원을 찾아갑니다.
그에겐 몸을 눕힐 작은 방 한 칸,
그리고 등록금과 생활비가 필요합니다.

오전에 편의점, 오후에 카페 서빙,
주말에 텔레마케팅을 하며,
아침에 졸린 눈을 피 흘리듯
억지로 치켜뜨며 겨우 버텨나가지만,

산다는 것은, 너무 비쌉니다.
밤에도 돈을 벌기로 합니다.

“진짜 잘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시원 야간 총무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의연하게 포부를 밝힙니다.

그가 겪었던 야(?)하고 난감한 일들.

그래도 고시원은 학교입니다.
고시원에서 스승들을 만납니다.

빚 때문에 쫓겨 다니는 가장.
가출한 학생.
살 곳 없는 노인.
그들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아버지는 가족을 방치합니다.

엄마는 그를 키우기 위해
친가에서 뺨을 맞고
리어카를 끌기도 합니다.

엄마 무릎에 엎드려 울고 싶지만

엄마에게 4만9천 원짜리
머플러를 선물하고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를 같이 봅니다.

그는 엄마를 ‘현주씨’라고 부릅니다.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이 먹먹하지만
만나면 애인처럼 데이트 합니다.

이렇게 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이 봤던 세상도 남김없이
그 옷을 벗깁니다.

2008년 촛불집회, 용산 참사,
‘88만 원 세대’,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의 김진숙 등

그리고 옥소리, 최민수, 유해진, 김혜수를 소환합니다.
이들을 언론과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루었는지
속사정을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말한 것은
그의 교과서인 ‘영화’입니다.

<록키>, <다이하드 4.0>, <더 헌트>, <지슬> 등
영화판 글쟁이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그의 스크린은 세상을 보는 창입니다.

요즘 우리는 이 벗은 남자를 TV에서 봅니다.

그는 자신이 쓴 신문 연재 글을
블로그에 링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위험한 이야기 좀 쓰지 마세요.
허지웅씨 때문에
<마녀사냥> 없어지면 책임지실 건가요?”

그의 솔직함은 누구에게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허지웅은 왜 옷을 벗고
우리에게 공개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할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힘든 삶과 세상을
‘버티는 방법’에 대해 말을 하려고
그는 옷을 벗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그의 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나만큼 고생해봤어?’가 아니라
‘나도 그래’라고 말하는
이 남자의 책은 낯설지만 가깝습니다.

허지웅이 쓴 <버티는 삶에 관하여>입니다.

그는 스스로 말하듯
책 한 켠에 이렇게 적어놓았습니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넌덜머리가 나고 억울해서
다 집어치우고 싶을 때마다
그 문장을 소리내 입 밖으로 발음해보며
끝까지 버팁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저는 끝까지 버티며
계속해서 지겹도록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모두,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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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강권하는 미디어와 세계’에 대하여
세상을 운영하는 자들은
이 꿈을 마약처럼 권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출신에 허락된
꼭 그만큼의 현실을 살아나가야만 합니다.

물론
전과 마찬가지로
너희들도 언제든지
셀러브리티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환상이 존재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

이 마약과도 같은 낙관은,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찰나의 경우로 존재하는
일말의 어떤 아름다움들은

이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추악함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사람들은
아쉽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우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거짓 낙관 없이도 세상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허지웅의 첫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의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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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나온 시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100년 중의 반을 전쟁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낮만큼이나 어둠을 노래했기때문입니다.
조금 덜 칙칙한 시인들은 회색을 노래합니다.

꼭 전쟁이 없더라도 인간은 이 두가지를 다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꿈과 희망, 긍정, 밝음이라는 단어들만이
인간에게 주어진 다음,

사람들은 언제든 자신의 어둠을 덮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 쪽 모습으로 거리를 걷습니다.
옆을 가리든, 위를 가리든 가린 모습으로 걸어다닙니다.

‘셀러브리티’는 유명인 정도로 이해되지만
원래의 뜻은 태어날 때부터 잘난 사람들입니다.

태어나면서 밝음과 어둠을 같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밝은 부분만을 보였을 때 우리는 부러워합니다.

이것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두번째 탄생입니다.

어둠을 떨기고 밝음만을 남깁니다.

그렇지만 진실은 밝히기 싫어하는 쪽에도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을 사랑하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상처를 담고 살게 됩니다.

어둠을 드러낼 때,
어둠을 인정할 때…

그 때가 되어서야 진정,
스스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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