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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팥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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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지 않아서’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나서 젊은 시절의 기억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추억들이

다 재산이고 보물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나는 조금 아연했다.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내 모든 사랑한 기억들을
억지로 지워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남은 그 재산과 보물들을
모두 잊어버리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게 날선 유리조각처럼
생채기만 남길지라도

언젠가 세월이 지나면
그 순간들도 닳고 둥글어져

빛나는 보석처럼
남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다.

그리고 글을 쓰고
생각을 더듬으며
분명히 나는 아팠다.

그리고 행복했다.

이별의 아픔과 상실 앞에
그동안 나는 내가 그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았음을 망각하고 있었다.

팜므팥알의 <연애의 민낯 : 순정은 짧고 궁상은 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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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홍대 앞 카페 앞에서
‘팥알’을 3년 만에 만났을 때,

잊고 싶은 기억이 한 번에 떠올랐습니다.

책을 냈다고
가방속에서 꺼내

내게 주었을 때

그 얇은 책에
그 무거운 가격을 보며

돈을 꺼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는
연애안하겠다고
한 결심처럼

절대 사지 않으려고 했던
‘팥알’의 연애 스토리 책을 사고 말았습니다.

(‘팥알’과 연애하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마시길 ㅜㅜ)

서로 못만나는 동안
다른 곳에서 누군가와
이별했다는 생각에
왠지 반가웠습니다.

근데 이게 반가워할 일인지는…

봄날에 대한 기대를 허물어버리려는 듯,
겨울을 숨겨놓은 날입니다.

이별에 대한 기억과 애잔함도
봄 속 숨겨둔 겨울처럼
날카로운 칼날처럼
피부를 스칩니다.

깊지도 얕지도 않게
생명을 끊지는 않지만
고통은 그대로 유지시킨 채 말입니다.

사람이 사계절이라면
겨울 다음에 봄이 와야 할텐데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겨울, 겨울…

그래서 봄 속 겨울보다는 덜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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