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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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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얼마 전부터 부쩍 걱정이 생겨 마음이 심란한 24개월, 만2세 여아의 엄마입니다. 딸이 제 생각을 표현할 줄 알고 말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요즘처럼 예쁠 때가 있을까? 하며 딸 커가는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지만 외출만 했다 하면 제 마음이 상해 돌아옵니다.

구립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에요. 오빠, 언니들의 곁을 계속 오고 가며 말도 걸고 보고 있는 책을 만지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관심표현에서 힘 조절이 아직 미숙한 건지, 손바닥으로 책을 두드리는데… ‘아, 저렇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이며 한 언니는 하지마, 저리 가!를 말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오빠가 보는 책은 발바닥으로 밟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마트에서는 제가 정신 없는 사이 판매하는 소파 위에 놓인 펭귄 인형에 관심을 가지더니 지나가는 오빠들이 만지자 손을 휘저었어요. 심지어 들고 있던 인형을 오빠들을 향해 흔들어대며 위협하고 만지지 못하게 했습니다. 오빠의 부모는 기분이 상해 저희 아이를 아주 안 좋게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자기가 관심 가진 물건에 손을 대면 밀고, 때리며… 참! 우리 아이는 맞아도 울지 않습니다. 뺏겨도 울지 않고요. 안 뺏기려 하고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놀이터에 굴러다니는 자전거가 딸아이 것이 아님을 전달해도 다른 누군가 타려 하면 밀어내버립니다. 자기보다 큰 언니, 오빠들도요…

아이 성향은 제가 생각하기로 열정적인 것 같습니다. 잘 놀고 책 읽을 때는 집중도 잘 하는 편이고 혼자서도 장난감 가지고 잘 노는데..  낯가림도 전혀 없는 것처럼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낯선 장소에서도 어디든 돌아다니고요. 활발하고 예쁜 아이인데, 외출할 때마다 저는 겁이 납니다.

초보 맘이 처음 겪는 아이의 행동에 무척 심란하네요.  제 고민에 시원한 답변 부탁 드립니다! 제 고민이 지나가는 한 단계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집과밖의_행동이_다른유아
이임숙 샘: 안녕하세요?

아이가 외출에서 보이는 모습이 당황스럽고 걱정되실 것 같아요. 집에서와 밖에서의 아이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두 가지 모습을 정리해서 비교해 보면 뭔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생각 표현도 잘하고 소꿉놀이하는 모습이 예쁘기만 해요. 잘 놀고 책 읽을 때 집중도 잘하고, 혼자서도 장난감 가지고 잘 놀며, 낯가림도 없어서 처음 보는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도 잘해요. 낯선 장소에서도 잘 돌아다닐 정도로 활발하고 예쁜 아이예요.

반면, 도서관에서의 행동은 손바닥으로 남이 보는 책을 두드리고, 책을 밟기도 하고, 목소리가 크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물건에 누가 건드리면 손을 휘저으며 위협하는 행동을 하고 인형을 흔들어대며 만지지 못하게 해요. 심하면 밀고 때리기도 해요. 놀이터에서 자기 자전거가 아니어도 남이 타려고 하면 밀어버리네요. 왜 아이는 이렇게 행동이 다를까요? 몇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1.     아이가 잘 놀 때, 소꿉놀이할 때, 책에 집중할 때, 아이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시는지요?

2.     그리고 이런 행동이 지속해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얼마 전부터 부쩍 걱정이 생겼다는 말씀을 하신 걸 보니 혹시 최근에 아이가 심리적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3.     두 돌이 지나면서 조금씩 규칙과 질서, 기본적인 예절 등 인성을 가르치기 시작할 때인데 그런 가르침을 시작하고 계시는지요?

활달하고 에너지가 많은 아이라 해도 밀고 때리고 하는 행동이 이렇게 쉽게 나타나는 건 전반적으로 아이의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거나 뭔가 충족되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집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큼 칭찬과 애정표현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적 충격을 받아도 갑자기 행동이 변하며, 훈육해야 할 때 훈육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행동은 천방지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주원인이 되었을지 한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원인이었던 현재 아이의 그런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 마음에 안정감, 만족감, 여유로움이 생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단순히 문제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훈육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이럴 땐 밖에 나가서 행동을 통제하려고 애를 쓰시기보다 집에서 아이의 마음이 충족될 수 있도록 신경 쓰시는 게 효과적이랍니다. 아이가 왜 밀고 때리면서까지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할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도와주면 좋은 방법들입니다. 아이에게 해당하는 방법을 골라 시도해 보시면 분명 좋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①     아이가 혼자 잘 놀 때 가까이 다가가 많이 칭찬해 주세요. 가능하면 구체적인 것이 좋습니다. 소꿉놀이할 때 하는 말들, 인형을 돌보는 모습들 하나하나를 짚어서 말해 주세요.

“인형을 포근하게 잘 안아주네. 기특하다. 책 읽는 모습이 정말 예뻐. 예쁜 말을 참 많이 하는구나.” 이런 말을 자주 해 주시면 밖에서의 행동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②     에너지가 많은 아이는 일단 활동량이 많은 놀이가 필요합니다. 도서관처럼 정적인 공간보다 놀이터처럼 동적인 공간에서의 놀이가 더 많이 필요할 수 있지요. 어려서부터 도서관과 친숙해지는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그곳에선 조용히 책을 고르고 빌려 오는 것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굳이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에 가서 문제 발생을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③     밀고 때리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은 그런 행동을 자주 보고 경험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어요. 혹시라도 아이가 스트레스 받을 만한 상황인지, 아니면 아이를 훈육할 때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신 건 아닌지도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④     만약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그런 거라면 이제 연습이 필요합니다. 도서관에서 소란을 피우면 아이를 안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옵니다. 아이가 엄마의 말을 잘 지키면 귓속말로 칭찬해 주시고, 어기면 다시 데리고 나와 한 번 더 가르칩니다. 아이가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임을 깨달아야 하므로 훈육이 필요할 땐 단호하게 해서 아이가 약속을 잘 지키는 경험에 성공하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성공적으로 약속을 지키면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크게 칭찬해 주세요. 아빠에게도 얼마나 도서관에서 의젓하게 행동하고 약속을 잘 지켰는지 자랑하시면 됩니다. 그런 과정이 아이로 하여금 무엇이 옳고 그런지 제대로 배우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활발하고 열정적인 아이의 특성이 잘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속의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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