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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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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을 때는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곁에 없을 때는
심장에 동판화를 새기듯
그리워하면 될 일이다.

사람이 시를 쓰는 이유는
마음을 숨겨둘 여백이
그곳에 많아서다.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글이나 말보다 그리움을
숨겨둘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한 사람의 일 생 안에
담아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워하면 할수록
마음의 우주가 팽창한다.

림태주, <이 미친 그리움> 중에서

.
.
.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가득 찬 것처럼 생각하는 것.

책상이 없다면
책상을 상상하고

배가 고프면
빵을 그립니다.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합니다.

작가는 그리움을 우주만큼 키워야
드디어 ‘상징’을 만들어냅니다.

그렇지만 실제는 아무것도 없다는
철저한 현실 인식을 하고 나면
그리움이 외로움으로 바뀝니다.
결국 괴로움이 됩니다.

그리움, 외로움, 괴로움…

이 3종세트를 먹고
작품은 자라납니다.

오직
작가만이
그리워하던 대상을
자신의 상징과
바꿉니다.

그러는 동안
작가는 소진됩니다.

사실,
자신을 잊는 것이지
그리움이 바뀌지도
채워지지도 않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옆에 없는 당신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다 쓰고 나면
해왔던 일이
온통 소용없어집니다.

‘당장’
‘눈 앞에’
‘당신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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