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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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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階生白露 옥계생백노
夜久侵羅襪 야구침나말

却下水晶簾 각하수정렴
玲瓏望秋月 령롱망추월

옥 계단에
흰 이슬 내려
밤 깊어
비단 버선을 적신다

돌아와
수정 발 내리고
영롱한
가을 달을 바라본다
옥계원(玉階怨)-이백(李白)

참고 : 이백시선 / 이원섭 편역 (현암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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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알콜릭 시인이

천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수 천번을
퇴고했다는 두보와 다르게
한 번에 써내려가는 시인.

그는
우리 마음 책상에
가만히 꽃 한 송이 올려놓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집에
두보 시집과
이백 시집이
한 권씩 있다면

당신은
이미
구름을 타고 땅을 볼 수 있고
봄날 새싹이 움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옥계단을
눈을 감고 떠올려 보세요.
대신 순서를 잡아야 합니다.

보름 달빛이 비추고
집은 이미 캄캄한 빛으로 바뀌었지만

달빛에 반사되는
흰 옥 계단이 어른거립니다.

너무 예뻐 발하나 올려보지만
차가운 옥 계단 위로 이슬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발틈으로 올라오는 물기가 버선을 적시고
옥계단에 기대했던 마음은 서운해집니다.

젖은 버선을 벗으러 집안으로 들어와서
수정으로 만든 발을 치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영롱한 달빛에
서운함을 잊습니다.

빛은 옥과 수정을 통해
새로운 색깔을 띄웁니다.

p.s.

지금 이백이 살아있으면
아마
백화점 명품관에 있겠지요?

옥으로 계단을 만들고
수정으로 발을 짜고
비단으로 만든 양말을 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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