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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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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오늘 일찍 집에 들어와요?”
아빠는 머뭇거리며
엄마 얼굴을 쳐다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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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사흘에 한 번
회사에서 밤을 새웠어요.
아빠도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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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
은지는 엄마와 함께 회사 앞으로 와서
잠시 아빠 얼굴을 보고 가겠다고 했어요.

“이따가 우리 아이가 온다는데
나갈 수도 없고, 참…”
“저걸 어쩌나.
길 건너편에서 전화하라고 하세요.”
전기실 아저씨가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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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에 아주 작은 모습으로
엄마와 함께 은지가 보였어요.
아빠는 손을 흔들었어요.

은지가 전화를 했어요.
“아빠, 보여요!”
“뭐가? 아빠가?”
“아뇨, 아빠 말고 아빠가 쓰는 글씨가요.”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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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지키고 있는 회사 건물 벽에
‘아빠♥은지, 축 성탄”이
별처럼 아로새겨지고 있었어요.

“아빠, 사랑해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래, 아빠도
우리 은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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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좀처럼 아픈 적 없이
씩씩한 학교 생활을 하던 첫째.
주말 내내 축 쳐져있었습니다.

펄펄 열이 나고,
뭐만 먹으면 토하고,
뭐라 말하면 눈물이 뚝뚝.

동생들에게 치여
살뜰히 보살펴주지도 못한 채
엄마는 미리 선약되어 있던
약속때문에 외출도 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안부를 묻고
흰죽을 만들어 먹였습니다.
바톤터치를 하듯
목욕탕에 다녀오겠다는 남편.

아이를 챙기고 잠자리에 들 무렵
남편이 들어왔습니다.
두 손 가득 과일을 들고.

아픈 첫째가 “딸기가 먹고 싶다”고
스치듯 말하던 걸 기억했나봅니다.

아빠의 무뚝뚝한 사랑표현을
참 맛있게 먹는 아들.
그것을 바라보는 아빠.

그런 내 남편과 우리 아이 모습이
제게는 조금 이르게 도착한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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