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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일루즈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소설이
상상력을 촉발한다는 주장은
상상력이 사회현실의 일부를
드러내는 동시에
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어쩔 수 없이 확인시킨다.

반대로 자기계발 문화는
텍스트와 현실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다.
이런 식으로 처신하고 반응하면 된다고
어떤 처방과 행동 지침을 제공하는 게
자기계발 문화다.

이 대목에서 나는 여성을 겨냥해 쓰인
대중문학과 문화상품의 상당 부분이
본래 자기계발 양태의 논리에 따른다는
논제를 주장하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여성 잡지,
각종 자기계발서,
연애소설,
토크쇼 등은
자기계발 논리에 따르는
상상을 제공함으로써
치료나 정신건강 목적의 지침
혹은 안내를 제시하면서
개인으로 하여금 방향을 잡게 해주는
일종의 도구상자와도 같다.

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불안한가 – 하드 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즘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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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방법, 이별 후 덜 아픈 방법, 이상형의 남자랑 연애하는 방법 등이 보통 자기계발의 논리입니다. 이것을 스토리에 담아서 우리는 드라마나 잡지, 로맨스 소설을 봅니다.

미디어는 이렇게 여성을 상대로 하는 수많은 논리들을 상자에 넣습니다. 그리고 못을 박을 때 망치를 꺼내는 것처럼 이별하면 사용하는 말들을 꺼내서 보게 만듭니다. 그리고나면 치유가 되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일을 하고 일상을 유지하는 여성으로 끌어옵니다.

현실을 바꾸고 피하는 ‘상상’은 그 도구에게 힘을 제공합니다. 상상이 달리면 망치가 아니라 드릴이 됩니다. 손쉽게 ‘드르륵’하고 못을 박을 수 있습니다.

온갖 ‘말’들이 들어가있는 도구상자에서 도구를 고르는 기준이 바로 ‘공감’입니다. 모두들 슬퍼도 기뻐도 그 말을 발견하면 ‘유레카!’라고 외칩니다.

“맞아, 이거 내 이야기야!”

근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굴로 들어갔던 것처럼 사람들은 그 도구상자 안으로 들어가버립니다. 너무 매력적이거든요. 그리고 실제 사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꿀맛은 나지 않는데 온통 꿀처럼 느껴지는 말들에 갇히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안의 모든 말들은 ‘다 너를 위한 거고 이 말을 들으면 행복해지고 성공할거야’라고 외칩니다. 그러니 누가 그 말들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말들만 나오는 상상을 합니다. 이제 상상은 문장이됩니다. 상상은 말이 안되야 하는데 상상이 말이 되버립니다. 그리고 눈 앞에 현실로 나타납니다. 얼마나 달콤한지 이제 아플때마다 상자를 열지 않아도 상자 안에 있기에. 있는 그대로 내 몸안에 흘러다니게 됩니다.

‘누가 꿀단지를 나오고 싶을까요?’ 결국 곰돌이 푸우가 되어 그런 캐릭터가 되어 살게 됩니다. 그 상자를 나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결국 이 자기계발식의 언어적 상상은 해결책이 아니라 ‘중독’을 만들게 됩니다. 담배나 마약보다도 더한 중독이 됩니다.

그 ‘말’들을 버리고 상자밖으로 나오고 싶으신가요?
그러면 절 찾아주세요~~^^

p.s.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한 저자가 두 명 있습니다.
한 명은 돌아가신 ‘한나 아렌트’랑 요즘은 ‘에바 일루즈’에 푹 빠져있습니다.
정말 에바같은 여자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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