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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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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테마] 소설속 아름다운 첫문장

첫인상이 좋은 사람에게 끌리듯,
첫문장이 좋은 책에 끌립니다.

깊고 서늘한,
아름다운 첫 문장을 음미해보세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중에서

여러분의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되나요.
부디 눈부시게 아름다운 문장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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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짐하는 당신에게 
오래 가는 연애의 비밀!

28_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사랑의 역사는 그 후에나 시작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열이 나는 바람에,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 그랬듯이
그녀를 돌려보낼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자
불현듯 그녀가 바구니에 넣어져 물에 떠내려 와
그에게 보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사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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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그녀가 보인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그는 어린 소녀의 향기를 들이마신다.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숨,
그녀가 내쉬는 따뜻한 숨결을 들어마신다.

그녀의 육체는 점점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는 이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이 육체는,
다른 몸들과 달리,
무한하다.

침실 안에서
그녀의 육체는 점점 확대된다.
정해진 형태도 없다.

육체는 매 순간 생성되어,
그가 보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시야 너머로 퍼져 나가
유희와 죽음을 향해 확장된다.

이 육체는 유연하여,
마치 성숙한 여자의 육체처럼
완전한 쾌락에 빠진다.

그녀의 육체에는 속임수가 없다.
놀라움 감각을 가진 육체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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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화 등에서 에로스에 대한 스토리는
꼭 죽음이라는 것과 같이 합니다.

욕망은 곧 죽음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욕망을 억누르는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욕망의 어법은
죽음의 어법과는 다른 질을 갖습니다.

욕망하든 욕망하지 않든 죽음은 찾아오고
죽지 않고 살아남는 욕망도 언제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도덕과 윤리는
욕망의 끝에 죽음이라는 테두리를 친 다음에야
그 의미를 갖습니다.

그 테두리를 ‘허용’이라고 부릅니다.

항상 궁금한 거지만,
그걸 허락하는 건 누구이며
왜 허용한걸까요?

그리고 사랑은
이 에로스에 대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소설 ‘연인’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소녀는
욕망을 벼려낸 결정체입니다.

육체라고 표현되지만
마음 속에서는 무한히 확장되는 ‘욕망’입니다.

수 많은 문학작품에서
이것을 파멸이라고 부릅니다.

파멸은 곧 죽음을 말합니다.

욕망과 파멸은
육체와 죽음과 맞대응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유한성이라고 부릅니다.

이 유한성이 바로 ‘허용’이지요.

이 ‘경계선’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이것을 친 사람을 찾는 것.
그것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
왜 그런 경계선이 생겼는 지 생각하는 것.

우리가 끊이지 않고 하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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