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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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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예요,

차 나를 때
절대 손님을
사람으로 안 보거든요.

내 열아홉에

어쩌다가
쟁반을 들게 됐는데
그때 살고 싶은 마음 하나도 없었어요.

아, 옛날 생각하니까 꿀꿀해지네.

뭐 지금도 역시
손님을 사람으로 안 봐요.

그런다고 돈으로 보느냐,
그것도 아니에요.

짐승으로도 안 봐요.
그냥 사람으로 안 볼 뿐이에요.

뭐라고 그래야 될까.

암튼 그냥 나는 찻잔을 나르는 거거든요.
배달 많은 날은 하루에도 사백잔을 날라요.

뭔 맘이 있겠어요.”

전성태 소설집, <두번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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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받은 바르가스 요사는 소설은
현실을 비판하고 꿈을 벼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입니다.

자동화 기계가 도입되고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비정규직은 인구의 반을 차지합니다.

일자리는 줄고 줄어갑니다.

남아있는 일자리는
10년간 19%나 줄어든 대기업 일자리와

기업을 대신하여 욕을 먹어야 하는 감정 노동자들과

자영업자에게 속하여 저임금 노동을 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청춘이며, 엄마이고, 아빠이며, 삼촌과 이모들입니다.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사람으로 볼 수 없고
감정이 사라진 생명들이
아무 느낌없이
신세 한탄도 없이

없이, 없이 살아갑니다.

우리도 아무 의식없이 자동으로
감정을 없애고 살아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다방의 커피 배달부처럼 말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웃어야 하고
정해진대로 손과 발이 움직입니다.

먹고 사는 일에서 감정을 제거하고
무의식적으로 일하는 상태.

감정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갖는 것은

아마도
‘무감정’일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 …

소설가 전성태는
현실과의 긴장감을 절대로 놓치지 않습니다.

어떤 단락을 드러내어도 시가 되는 소설가,
전성태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그 전의 어떤 소설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는 그의 노력은
바르가스 요사가 후배들에게 부탁한 소설가의 풍모를 유지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있는 그대로의 삶과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성태의 <두 번의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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