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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베스트셀러 책속의 한줄
35번째 시간,

베스트셀러 차트에
빠르게 인기 급상승 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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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입니다.

요거요거
책 제목부터 제 스타일이지 말입니다.

신문에 연재된 ‘이기호의 짧은 소설’ 40편을
새롭게 가다듬은 이 소설책은

이야기 한 편 한 편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눈물 콧물 쏙 빼놓는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특히, 소설 특유의 긴 호흡이 아닌
짧은 호흡이지만
긴 여운이 남아
책을 계속 부여잡게 하네요^,^

웃음과 눈물의 절묘한 이야기가 담긴
위로의 한둘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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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내 옆을 지켜준 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
나는 묵묵히 계속 삽질만 했다.
내가 파고 있는 어두운 구덩이가 어쩐지 꼭 내 마음만 같았다.

「우리에겐 일 년 누군가에겐 칠 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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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형사는 남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노트북 전원을 켰다.
봄이니까. 봄이니까.
최 형사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창밖에선 또 한 번 난분분,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벚꽃 흩날리는 이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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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낭 속에서 그는 가만히 별을 바라보았다.
별은 좋겠다, 카드 값 걱정 안 해서…….
그는 괜스레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달빛은 은은했고, 주위는 놀랄 만큼 조용했다.
휴대전화 배터리는 다 떨어진 지 오래였다.
그는 아내가 보낸 마지막 문자를 떠올렸다.
“그만 돌아와,
다음 달부터 잘하면 되지.
내일 막내 체험학습 가야 한단 말이야.”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이번엔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또 혼잣말을 했다.
달은 좋겠다, 다음 달에도 그냥 달이어서…….
그는 그러고선 침낭 속에서 허리를 잔뜩 웅크렸다.
서서히, 잠이 올 것 같았다.

「도망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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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어머님께 얼마만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불 켜지는 순간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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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적어도 스무 번은 아버지 생각을 했지요.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또 아무도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겠구나.
모두 건강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저는 그냥 이렇게 계속 담배를 피우면서
하루 스무 번씩 누군가를 헛되게 그리워하면서 살아갈 작정입니다.
그게 아마 인류 최후의 흡연자가 해야 할 몫이겠지요.

「최후의 흡연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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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예요,

차 나를 때
절대 손님을
사람으로 안 보거든요.

내 열아홉에

어쩌다가
쟁반을 들게 됐는데
그때 살고 싶은 마음 하나도 없었어요.

아, 옛날 생각하니까 꿀꿀해지네.

뭐 지금도 역시
손님을 사람으로 안 봐요.

그런다고 돈으로 보느냐,
그것도 아니에요.

짐승으로도 안 봐요.
그냥 사람으로 안 볼 뿐이에요.

뭐라고 그래야 될까.

암튼 그냥 나는 찻잔을 나르는 거거든요.
배달 많은 날은 하루에도 사백잔을 날라요.

뭔 맘이 있겠어요.”

전성태 소설집, <두번의 자화상>

.
.
.

노벨상을 받은 바르가스 요사는 소설은
현실을 비판하고 꿈을 벼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입니다.

자동화 기계가 도입되고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비정규직은 인구의 반을 차지합니다.

일자리는 줄고 줄어갑니다.

남아있는 일자리는
10년간 19%나 줄어든 대기업 일자리와

기업을 대신하여 욕을 먹어야 하는 감정 노동자들과

자영업자에게 속하여 저임금 노동을 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청춘이며, 엄마이고, 아빠이며, 삼촌과 이모들입니다.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사람으로 볼 수 없고
감정이 사라진 생명들이
아무 느낌없이
신세 한탄도 없이

없이, 없이 살아갑니다.

우리도 아무 의식없이 자동으로
감정을 없애고 살아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다방의 커피 배달부처럼 말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웃어야 하고
정해진대로 손과 발이 움직입니다.

먹고 사는 일에서 감정을 제거하고
무의식적으로 일하는 상태.

감정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갖는 것은

아마도
‘무감정’일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 …

소설가 전성태는
현실과의 긴장감을 절대로 놓치지 않습니다.

어떤 단락을 드러내어도 시가 되는 소설가,
전성태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그 전의 어떤 소설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는 그의 노력은
바르가스 요사가 후배들에게 부탁한 소설가의 풍모를 유지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있는 그대로의 삶과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성태의 <두 번의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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