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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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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7살 여아를 둔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의 성향은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모범생입니다.
유치원에서는 꼬마 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지요. 그렇다 보니 자기 기준으로 봤을 때 장난을 많이 친다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싫다고 단정 지어버리네요.

저는 세상 사람들 얼굴 생김새가 다 다른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르다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주지만 아이는 받아들이지 않네요.
그리고 그런 친구들을 보는 게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제가 “친구들 신경 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라고 하지만 그래도 받아 들여지지 않나 봅니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 건지…친구 관계가 너무 좁아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기만의 기준에 의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제가 잘못 키운 건가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또래 성향인지 우리 아이만의 성향인지 짧은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A. 이임숙 샘: 너무 빨리 모범생이 되는 아이를 위하여

안녕하세요?
‘7살 딸’, 귀여운 짓을 할 땐 정말 예쁘고, 미운 짓을 할 땐 너무나도 밉기만 한 그런 때인 것 같아요. 그런데 ‘7살짜리 모범생’이라는 말은 앞뒤가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아요. ‘미운 일곱 살’이어야 할 나이에 ‘선생님 같은 모범생’이라니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해집니다. 마치 고지식한 어른 같은 느낌으로 친구들을 평가하고 지적하고 있네요.

사실 뭔가 아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는 아이 마음을 살펴보는 게 맞아요. 아이들은 아이답게 좌충우돌하며 떼도 쓰고 투정도 부리고 변덕도 부리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렇지 않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첫째, 예민한 아이라 본인 자신도 규칙을 어기거나 말썽을 부리는 것이 너무 싫어서 친구들의 그런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자라면서 엄마, 아빠에게서 받은 영향이 또래와의 관계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주신 내용에서는 아이의 기질을 짐작하기가 어려우니 두 번째 경우에 대해서만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1.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끼친 영향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성격도 다 달라. 그런 사람도 인정해 주어야 해.”
“친구들 신경 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라는 ‘엄마의 말’에서 평소 논리적인 설명을 잘하신다는 짐작이 됩니다. 정말 좋은 강점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엄마의 이런 강점이 초등학생 이후의 아이들에게는 무척 좋은 배움이 되겠지만, 유아기의 아이에게는 어려울 수 있어요. 어린아이들은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처음엔 앵무새처럼 말만 배우다 서서히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지요. 정작 배우는 건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엄마의 태도와 표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니 엄마가 생각해 볼 점들은 이런 말씀을 하실 때 아이에게 전달되는 느낌과 그래서 아이가 갖게 되는 생각들에 관한 것입니다. 아마도 누군가 잘못하면 말로 지적해야 한다거나, 싫어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은 아닐까요?

2. 다양성을 인정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다양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공감하는 유쾌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장난을 많이 치는 친구가 싫다고 말한다면 다양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말보다 그냥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라고 무심한 듯 가볍게 넘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이렇게 똑 부러진 말을 할 때마다 어른들의 칭찬을 받았고, 그래서 더 강화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땐 무심한 반응이 그 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아이의 고정관념을 바꾸어 주려면 평소 아이가 장난치고 놀 때 이렇게 말하는 게 좋습니다.

“엄만 네가 장난칠 때 정말 사랑스러워.”
“짓궂은 표정이 완전 매력적이야.”
“어, 심술이가 얼굴에 붙었어!”

아이가 실수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엄만 네가 때로 잘못하고 실수해도 널 사랑해, 진짜 진짜 사랑해 “
이렇게 먼저 말해 주세요. 그리고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 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봐 주세요. 아마 서서히 아이의 고정관념은 어느새 사라지게 될 거예요.
참, 도서관에서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그림책을 검색해 보면. 많은 그림책이 있을 거예요. 수시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친구를 지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엄격한 기준들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 7살은 ‘실수해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다’며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답니다. 자신에게 여유로워질 때 타인에게도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지요. 무엇보다
엄마가 들려주는 ‘괜찮아’라는 말이 아이의 마음을 풀어줄 것 같아요.

3. 기억할 점!

어쩌면 지금 아이가 또박또박 말로 표현하는 내용들은 예전에 엄마가 했던 말일 수 있어요. 결국 아이는 어디선가 배운 말들을 자기 상황에서 응용해서 표현하게 되니까요. 제가 너무 따져 말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이번 상담은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네요.

요즘 많은 관심을 가지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아들러의 말을 통해 우리 모두 한 번 더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 5세를 전후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일관된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자신의 삶의 의미, 평생 추구할 목표,
삶과 사람에 대한 태도와 접근 방식,
정서적 특징 등이 이때 모두 결정된다.

열등감과 우월함에 관한 모든 문제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가정에서 보낸 삶에서 비롯된다. 학교에 가서 나타나는 교우 관계와 선생님과의 관계는, 이전에 형성된 관계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학교에 가서 문제가 생기는 아이는 없다.
다만 이전에 갖고 있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항상나를가로막는나에게
(카시오페아) 중에서

책속의 한줄_고민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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