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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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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풀꽃 / 나태주 (2012 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 방문객 / 정현종(2011 여름)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3 대추 한 알 / 장석주(2009 가을)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4 풍경 달다 / 정호승(2014 여름)

먼 데서 바람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5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2004 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6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2011가을)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 짓지 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7 해는 기울고 / 김규동 (2005 여름)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8 마흔 번째 봄 / 함민복(2015 봄)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9 길 / 고은(2000 봄)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10 휘파람 부는 사람 / 메리 올리버(2015가을)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더 많은 #책속의한줄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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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테마] 2015년, 내 마음을 정리하는 필사의 시간

1.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의 오늘을
행복과 긍정으로 응원해 주는
희망의 메시지 100개가 담겨 있는 책

2.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곁에 두고 반복해 읽을 만할
텍스트란 어떤 것인지를 제시하고 명문장과 그것을
그득 품은 책의 가치에 대해 일깨워주는 필사 책

3. 지금,여기, 당신

톨스토이가 직접 쓴 것은 물론이고,
『성경』 『법구경』 『탈무드』 등 동서양을 막론한 수많은 작품과 선집에서
톨스토이가 직접 선별해 엮은 철학 산문을 발췌·재편집한 책

4. 내가 시가 된다는 것

국내 시인들의 명시와
세계 유명 시인들의 시들을 선정하여 엮은 책

5. 어떤 하루를 쓰다

페이스북 ‘신준모의 성공연구소-마음을 성형하는 사람들’에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글을 모아 만든 에세이
《어떤 하루》를 필사노트로 재구성한 책

연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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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는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 눈 속 침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묵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 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 지리라.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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