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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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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때 사귀던 여친과 있었던 일입니다.

“그니까. 그 교수가 이야기한 *** 이론은 너무 원칙적이야. 해석이…”

전 족히 5분은 이렇게 혼자 떠들고 있었습니다. 앞에 앉아있던 여친이 한 마디 하더군요.

“그 교수가 좀 귀엽긴 해~~^^”

머리 속에 ‘뎅’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 …

남자가 여자를 알아가는 과정에는 큰 ‘깨달음’이란 것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주로 나무 줄기만 봅니다. 나무를 푸르게 만드는 잎은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잎을 따다가 책장 사이에 끼우는 여자의 마음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여자는 이렇게 이것 저것을 모아 특별하게 만드는 재능이 있습니다. 모을 것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세상을 다양하게 본다는 뜻이겠죠.

오늘은 <허클베리핀의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빨강머리 앤>, <에덴의 동쪽>, <위대한 개츠비> 등 50권의 명작 소설에 나온 요리만 모은 여자 한 명을 소개합니다. 그녀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과일과 쿠키, 차를 비롯한 각종 요리를 재현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습니다. 레시피는 없습니다. 만약 이 책에 레시피가 있었다면 이 책은 요리책이 되었을 것입니다.

남자들은 이 책이 요리책도 아닌데 무엇에 쓰냐고 할 것입니다. 쓸 데가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묻는 남자들의 책이 아닙니다. 그냥 예쁜 책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요.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 특별한 책의 저자가 잘라낸 문학의 한 장면은 있는 그대로 그녀의 사진으로, 작품으로 태어났습니다.

다핀느 뒤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의 한 장면입니다.

‘그 촉촉한 크럼핏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쐐기 모양의 작고 바삭바삭한 토스트. 몹시 뜨겁고 얇게 벗겨지는 스콘.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신비로운 풍미를 지닌 아주 맛있는 샌드위치. 그리고 매우 진기한 그 생강빵. 입에 넣으면 녹아 버리는 엔젤 케이크와 과일 껍질과 건포도로 꽉 차 있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던 또 다른 케이크.’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이 책은 소설에서 골라낸 문장을 ‘느낌’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그 ‘느낌’에 우유와 밀가루와 소금과 이스트를 넣어 오븐에서 굽습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넣어줍니다. 예쁜 맛이 몸을 한 번 휘돌아 나가면
짧은 시간에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책을 다시 책꽂이에 꽂아 두세요. 반지함에 넣듯 말입니다. 드라마에 결정적인 키스신이 나올 때 여주인공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것도 여자의 마음일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다이나 프라이드의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입니다. 다이나 프라이드는 디자이너이고 작가이며, 아마추어 테이블세터입니다. 접시 위에 딸기가 하나 올라만 있는 테이블을 찍어도 멋진 사진이 되게 만드는 것이 취미인 작가입니다. 소설 속 한 단락과 그것을 보고 연출한 멋진 테이블을 감상하세요.

책을 보는 사람은 독자입니다. 가끔 그 책을 다 읽고도 사서 모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분들은 북콜렉터일 것 같습니다. 장서가라가고도 합니다. 이 책은 ‘북콜렉터’를 위해 추천합니다. 이 책이 책꽂이에 꽂히는 순간 당신의 서가는 갤러리가 될 것입니다.

p.s. 식당에서 요리가 나올 때마다 일어나서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 이 책을 보시면 사진을 한 장 더 찍으실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아마츄어 ‘테이블세터’ 되실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나누는 상차림이 있는 식탁의 한 컷을 만들어 보세요~~^^ (참, 여자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시면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남자’가 됩니다.)

문학의 한장면을 맛보고 싶다면.. > http://me2.do/xQsCjZ0R

141216_지평

그들은 자주 나란히 길을 가지만,
각자 다른 시간의 통로를 걷는다.

서로 말을 하고 싶어도
마치 수족관 유리로 가로막힌 것처럼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내가 저 여자를 좇아간들 무슨 소용인가.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같은 시간의 통로를 지날 것이다.

그러면
이 신시가지에서
우리 둘은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지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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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에 있으면서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철학적으로 이야기하면 관념의 속도가 다른 사람들일테죠…

이 상황에는 영혼없는 말들이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고
의미없는 말들이 그냥 나를 통과해 지나가 버립니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정말 ‘대화’하고 계신가요?’

041214_연금술사

그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버린다.

그렇게 되고 나면,
그들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 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으면 불만스러워한다.

사람들에겐 인생에 대한
나름의 분명한 기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현실로 끌어낼 방법이 없는
꿈속의 여인같은 것이니 말이다.

파올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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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들의 삶 속에서 끌어낼 수 있는

‘꿈속의 여인’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처럼

온몸으로 부딪히는 그런 삶의 우연!

파올로 코엘료는
소설에 잠언집을 끌어들이는
연금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스토리를 알더라도
계속
그 소설을 읽게하는 비법이죠.

28_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사랑의 역사는 그 후에나 시작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열이 나는 바람에,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 그랬듯이
그녀를 돌려보낼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자
불현듯 그녀가 바구니에 넣어져 물에 떠내려 와
그에게 보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사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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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그녀가 보인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그는 어린 소녀의 향기를 들이마신다.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숨,
그녀가 내쉬는 따뜻한 숨결을 들어마신다.

그녀의 육체는 점점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는 이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이 육체는,
다른 몸들과 달리,
무한하다.

침실 안에서
그녀의 육체는 점점 확대된다.
정해진 형태도 없다.

육체는 매 순간 생성되어,
그가 보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시야 너머로 퍼져 나가
유희와 죽음을 향해 확장된다.

이 육체는 유연하여,
마치 성숙한 여자의 육체처럼
완전한 쾌락에 빠진다.

그녀의 육체에는 속임수가 없다.
놀라움 감각을 가진 육체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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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화 등에서 에로스에 대한 스토리는
꼭 죽음이라는 것과 같이 합니다.

욕망은 곧 죽음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욕망을 억누르는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욕망의 어법은
죽음의 어법과는 다른 질을 갖습니다.

욕망하든 욕망하지 않든 죽음은 찾아오고
죽지 않고 살아남는 욕망도 언제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도덕과 윤리는
욕망의 끝에 죽음이라는 테두리를 친 다음에야
그 의미를 갖습니다.

그 테두리를 ‘허용’이라고 부릅니다.

항상 궁금한 거지만,
그걸 허락하는 건 누구이며
왜 허용한걸까요?

그리고 사랑은
이 에로스에 대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소설 ‘연인’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소녀는
욕망을 벼려낸 결정체입니다.

육체라고 표현되지만
마음 속에서는 무한히 확장되는 ‘욕망’입니다.

수 많은 문학작품에서
이것을 파멸이라고 부릅니다.

파멸은 곧 죽음을 말합니다.

욕망과 파멸은
육체와 죽음과 맞대응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유한성이라고 부릅니다.

이 유한성이 바로 ‘허용’이지요.

이 ‘경계선’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이것을 친 사람을 찾는 것.
그것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
왜 그런 경계선이 생겼는 지 생각하는 것.

우리가 끊이지 않고 하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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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자신감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된다.

상대가 당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자
당신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떠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그녀)를 유혹하는 동안에는
당신이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그녀)에게 감출 수 있고,

또 그(그녀)도 경험이 부족해서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몇 주일,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난 후
그(그녀)는 결국 그 사실을 깨닫고
당신에게 싫증을 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그녀)가 떠난 지금,
당신도 알고 있었지만
잊거나 상대화하는 데 성공했던
당신의 모든 신체적, 정신적, 지적, 사회적 열등함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약점으로 당신에게 다가온다.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사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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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는 그(그녀)가 사랑할 이유와
헤어져야 할 이유가 같이 있습니다.

두 개를 같이 인정하고 사랑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떠나게 됩니다.

그(그녀)가 떠나게 되면
그(그녀)가 약점이라고 생각한 것이
내 생각과 무관하게 내 약점이 되어버립니다.
심지어 전에는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말입니다.

그렇게 그 약점은 내가 가진 강점까지 염색합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열등감을 자극하고
나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실패자가 됩니다.

실패자들은 그(그녀)를 원망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자책감을 갖습니다.

결국 죄책감까지 들게 되고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내가 죄인이야’

버려진 사람은 심리적인 죄인이 되어버립니다.

찬 사람이 피해자가 되고
차인 사람이 가해자과 되는 역설.

더 큰 문제는 심리적 전과자가 되어버린
내가 다음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졌지만
마음으로는 절대 지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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