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s Posts tagged with "카롤린 라로슈"

카롤린 라로슈

img_l (2)

1863년,
미술가들이 매년 자신의 최근 작품을 알리는
파리 살롱에서는 출품작 5,000점 가운데
3,000점에 가까운 작품들이 심사에서 탈락한다.

이 때문에 항의가 빗발치자
나폴레옹 3세는 자신의 관대함도 과시할 겸
이른바 ‘낙선전’을 허락하는데,

사실 그 목적은 ‘불량한’ 그림들에 대한
심사위원회의 결정이 옳았음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img_l (1)

낙선전은 우스꽝스러운 구경거리가 되었고,
그 가운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당시 제목은 <목욕>이었다)는 단연 큰 관심을 끌었다.

사람들은 정장을 한 두 남자 앞에서
완전히 벌거벗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거나 분노를 표했다.

더구나 이 여인은 관람자를 경멸하듯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이 그림은 조르조네의 1510년작 <전원의 합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었는데,

img_l

대신 마네는 조르조네의 여신과 음악가들을
동시대 인물들로 대체했다.

보수주의적 도덕에
어긋나지 않는 신화적 주제의 누드를
그리는 것만을 허용했던 기준을 깨고,

그림 속 풍경을 ‘섹스 파티’의
현장으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카롤린 라로슈의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 : 명작을 모방한 명작들의 이야기> 중에서

.
.
.

낙선전은 프랑스 인상파의 탄생을
알리는 전시회였습니다.

이들은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고
기록된 신화와 역사를
그리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그림 형식에 들어있던
모습을 강력하게 부정합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풍경을
그림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이때만해도 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을 그렸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화가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 것도 그리고

신화와 성경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나중에는 일상 속에 모든 것을
드러내어 작품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일상에 파묻힌 우리를 비웃습니다.

그림을 보는 우리가 참기 힘든 것은
비웃음이 아니라

탈출할 수 없는 세상의 한계일 것 같습니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상상을 거울로 만들어
우리를 비춰보는 일 아닐까요?

SNS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