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내음이 그리운 당신에게] 바빠요 바빠
마루는 산골에 살아요.
마루네 마을에는
가을이 일찍 오지요.
가을이 오면 모두가
바빠요 바빠.
뒤뜰에 알밤이 툭툭 떨어지면
마루는 아침 일찍 밤을 줍느라고
다람쥐랑 청설모는
밤을 나르느라고
바빠요 바빠.
온 들판에 벼 이삭이 출렁이면
마을 사람을은 벼를 베느라고
마루는 벼를 나르느라고
바빠요 바빠.
감나무에 감이 빨갛게 익으면
아빠는 감을 따고,
할아버지는 주워 담고
엄마랑 할머니는
곶감을 만드느라고
바빠요 바빠.
까치도 나무 밑에서
홍시를 쪼느라고
바빠요 바빠.
‘부엉, 부엉’
감나무에 부엉이가
내려왔다 봐요.
할머니는 또르륵또르륵
콩을 고르느라고
마루는 새근새근 자느라고
바빠요 바빠.
: )
아이들 여벌옷부터
기저귀에 물티슈,
응급약에 세면도구까지
큰 가방에 싸느라고
‘엄마는 바빠요 바빠’
남편이 운전할 때
졸음운전 할까봐
얼음물과 박하사탕, 껌,
심심풀이 과자 챙기느라
‘아내는 바빠요 바빠’
시골집에 가서
인사 잘하고 밥 잘먹기로
약속하고 다짐받고
기억시키고 또 약속하느라
‘엄마는 바빠요 바빠’
바쁜 엄마에게
느긋한 목소리가 말해요.
“뭔 짐이 이렇게 많아?”
하루종일 짐 챙기느라
종종거렸지만 정작
내 짐은 못챙겼는데~
느긋한 목소리,
‘나빠요 나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