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용 아들 용

[현명함을 알려주고픈 내 아이에게] 아빠 용 아들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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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전에 스트로쿠르라는
작은 용 한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험한 산골짜기 동굴에서
아빠 용과 함께 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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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빠 용이 말했어요.
“아들아, 너도 이제 다 컸구나.
내일 날이 밝으면 산 너머
마을에 가서 집을 불태우고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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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스트로쿠르는
인간 마을로 날아갔어요.

스트로쿠르는 공기를
아주 힘껏 들이마셨어요.

“기다려, 어린 용! 그러면 안 돼!”
“왜 안 돼요?”
학교 선생님은 꾀를 내어 대답했어요.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용을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아이들이거든.”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할 일이 있어요.
아빠가 집을 불태우라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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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린
<용 그림>을 선물로 주며 말했어요.
“그럼 강가에 가보지 않을래?
거기에 버려진 오두막이 있어.”

강가에 가보니 오두막이 있었어요.
스트로쿠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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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강가에 있던 할아버지가 말을 건넸어요.
“오, 마침 잘 왔다. 내가 통통한
연어를 잡았는데 불 피우는 걸
도와주면 맛있게 먹게 해주마.”

스트로쿠르는 불을 뿜었어요.
그리고 모두가 강가에서
맛있게 연어를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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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쿠르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은 하나도 못 태웠어요.”
“뭐라고? 도대체 왜?”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어요.
모두들 저한테 얼마나 잘해줬다고요!”

“뭐라고? 인간들의 친구가 됐다고?”
“그럼요, 아빠.
사람들이 제게 준 선물을 보세요.”

“이게 뭐냐?”
“에이, 아빠는 자기 얼굴도 못 알아봐요?
아빠 초상화잖아요!”
스트로쿠르는 꾀를 내어 대답했어요.

“그러면 그렇지!”
뿌듯한 아빠 용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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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연극예술수업을 하며 겪은 일입니다.

그 날은 <변형>에 대한 수업을 했지요.
의자를 컴퓨터로, 연필을 낚시대로,
책상을 자동차로, 지우개를 공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물건을 소품으로 상상해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수업을 마무리를 하며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엄마>를 ‘변형’시키면
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천사요! 요리사요! 만능기계요!
선생님이요! 감시자요! 울타리요!

“그럼, <아빠>를 ‘변형’시켜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장난 지퍼’요.
우리 아빤 화낼 때만 말하거든요.

한 학생의 대답에
화가 났을 때 아이를 외면하고 무시하며
입을 다물었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비행기’요.
우리 아빠는 날 버리고
비행기 타고 떠나셨거든요.

이 학생의 대답에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매우 평범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대신 우리 엄마가
‘개그맨’이거든요. 맨날 웃겨주세요.

아이가 엄마를 개그맨으로
떠올릴 수 있는 건,
그 아이도 엄마를 매일
웃겨줬기 때문이겠지요.

그림책 속 ‘아들용’처럼
현명하고 지혜롭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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