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0 1128

20150225_165716_890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이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그림자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그냥 / 이승희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중에서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
책속의 한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