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경 작가가 전하는 세 번째 이야기,

이애경 작가가 전하는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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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밀라노로 가기위해 기차를 탑니다. 그런데 산사태로 기차길이 막힙니다. 어쩔 수 없이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탑니다. 그렇지않아도 속상한데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어려보이는 스페인 남자가 그녀의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녀에게 낯선 사람과, 그것도 남자와 여행을 한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녀의 얼굴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싫은 표정과 시큰둥한 표정, 짜증섞인 표정. 이 남자는 하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눈치!!’ 이 남자는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드디어 이 남자가 속내를 드러냅니다. ‘남자 친구 있어요?’ 이 남자를 조용하게 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NO!” 그녀는 남자친구도 없지만 앞으로 사귈 생각이 전혀 없다고 분연히 대답합니다. 남자는 평범하게 대답합니다.

“아. 그래요? 저는 남자친구 있는데…”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남자는 바로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전 게이에요. 남자친구는 스위스 사람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 그녀는 친구 한 명이 생깁니다. 밀라노에서 그녀는 그 남자와 함께 두오모Duomo 근처를 구경합니다. 점심도 같이 먹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남자가 그녀에게 밀라노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남자는 그녀에게 인사를 합니다.

‘편견을 갖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그녀의 여행 코스는 바뀝니다. 그가 알려준 코스로 말이죠. 밀라노의 한 때는 여느 여행지와 완전히 다른 기억을 남깁니다. 그녀에게 그는 여행의 이정표같은 사람입니다. 이렇듯 여행은 가끔 불운을 행운으로 바꿔주기도 합니다.

그녀는 가수 조용필 <기다리는 아픔>, <작은 천국>과 윤하<오디션> 등의 노래의 작사가, 이애경입니다. 에세이스트로도 활동하며 <그냥 눈물이 나>,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서른살을 겪는 여성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해왔던 그녀가 이번에는 여행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그녀의 감성은 여행을 하면서 훨씬 더 깊어지고 짙어졌습니다. 그녀는 쿠바의 트리니다드에서 춤을 추고 도쿄의 스미다강 근처의 카페에서 차를 마십니다. 스위스의 로잔과 사막의 도시, 피닉스와 캄보디아의 고아원도 갑니다. 이곳 저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글을 적습니다. 여행이 그녀의 마음을 원고지로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세계 여행에 관한 책이기도 하며 아니기도 합니다. 자신의 다녔던 곳의 이야기보다 마음 속의 풍경을 스케치하는데 더 많은 품을 들인 책입니다. 혼자인 그녀가, 혼자인 상태로 여행을 하며 알게 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마음의 여정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녀는 여행을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 솟아난 나를 위한 작은 움직임. 이제 나를 만나러 갑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이애경이 쓴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입니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갔던 곳을 가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읽어 본 여행 에세이 중 거의 유일하게 ‘여행 세포를 깨우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그녀가 궁금해졌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마음을 여행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녀는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일도 연애도 잘 안풀리고 많이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묶여있던 마음을 여행을 통해서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야근을 하고 땅에 붙을 것같은 몸을 끌고 집에 들어옵니다.

억지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몸을 던졌는데, 잠이 안옵니다.

짜증이 확 올라옵니다. 이럴 때는 스탠드를 켜세요.

그리고 이 책을 보시면

여러분을 비엔나의 작고 예쁜 호텔방의 침대로 데려갈 것입니다.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읽어보기 > http://me2.do/GBRJCAJ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