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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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환자, 포커 겜블러,
살인 전과자, 폐암 말기의 가장…노희경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도 등장하지만 그녀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세상 밖의 사람들입니다. 아니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주인공입니다. 이들이 세상안으로 다시 걸어들오는 길은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길입니다.

우리에게 드라마는 힘든 세상을 잊는 방법인데, 그녀는 꼿꼿이 서서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세상을 바보 상자안에 넣어줍니다. 아리 아리하게 가슴을 저미는 그녀의 대사에 마음은 흔들립니다.

한 겨울, 밖에 내놓은 약간 얼린 홍시를 먹는 느낌이랄까요.

한 입 베어 물면 그 안에 차갑지만 부드럽게 씹히는 대사가 있습니다.

‘감기를 앓듯 마음의 병은 수시로 온다.

그걸 인정하고 서로가 아프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서

상처입고 뒤틀리고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항상 의심하며 사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그녀가 살아온 과정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한 켠과 너무 닮았습니다.

노희경, 그녀가 전에 썼던 책이 이번에 개정판이 되어 다시 제 앞에 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읽는 힘은 작가들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일지 모릅니다.

책을 읽으며 알았습니다. 노희경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캐릭터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들의 생명력을 드라마속으로 가져왔다는 것을요. 우리도 노희경의 드라마 중에 배역 하나를 맡았을 것 같습니다.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우리 마음을 꼭꼭 눌러갑니다. 이 ‘마음 마사지’가 끝날 때 마다 밀려 오는 허전함. 제 경우에는 항상 ‘한 회만 더!’를 외치게 만들었습니다.

노희경은 이 책에 대학 시절 가출했을 때 학교 앞으로 찾아온 엄마의 모습과 원망스러웠던 아버지를 떠나 보낼 때의 미안함을 담았습니다. 첫사랑의 애절함도 있고 일주일을 2만원으로 버티며 작가 준비를 하는 연습생의 모습도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하며 만난 사람들과 기억에 남는 드라마 이야기들. 그녀가 봤던 영화 몇 편.

파편적인 이야기들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며 빠진 것 없이 삶의 격정을 보여줍니다. 후회와 한탄과 죄스러움도 묻어 있지만 ‘삶’이라는 이 뜨거운 격정을 담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노희경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입니다.

그녀의 드라마 중에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드라마의 뒷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노희경이 사는 세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몇 몇 페이지에서 밑줄을 그으며 ‘그래~ 그래!’했습니다.

책 사이에 글을 적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빽빽히 감성이 차있어서이겠죠. 그냥 밑줄만 그어도 여러분은 공감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16살이라도, 22살이라도, 38살이라도, 47살이라도, 52살이라도, 65살이라도… 그 보다 더 많아도 말입니다.

우리 모두를 웃고 울게하는 드라마 작가가 쓴 책이라 그럴까요?

P.S. 오늘은 노희경 ‘빠’가 추천합니다.

읽어보기 > http://me2.do/xcbsVA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