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사연 제6화

세상의 모든 사연 제6화 <엄마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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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 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사연입니다.

엄마의 ‘봄’은 바빴다.
농사일로 바쁜 것은 물론이고
틈틈이 산으로 들로 다니며
고사리, 냉이, 달래로 반찬도 챙겨야 했다.

그때마다 싸리 바구니 한구석엔
내가 좋아하는 산딸기며 찔레가 꼭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의 ‘여름’ 또한 바빴다.
곡식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엄마의 손놀림도 그만큼 빨라져야 했고
매일 논과 밭 김매기는 기본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해질 때까지 들에서 일하셨기에
우리 가족은 컴컴한 8시를 훌쩍 넘어서야
겨우 저녁밥을 먹을 수 있었다.

엄마의 ‘가을’은 더 바빴다.
시기에 맞춰 익어가는 곡식들을 거두어
말리고 털어 창고에 가지런히 보관해야 했고,
종가의 맏며느리로서 사대봉사도 섬겨야 했다.

내 기억 속에
엄마와 함께 잠든 기억이나
엄마의 잠자는 모습이 남아있지 않는 건
농사, 맏며느리, 엄마로서의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조금은 한가해지는 계절은, 바로 ‘겨울’.
잎담배 감장이 끝나는 시기이다.

엄마는 날이 조금 쌀쌀해져서야
그제야 동네 분들과 화투도 치고
라면 국수도 끓여 함께 나눠드시곤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란 무쇠솥에 가득했던 라면 국수.
너무 많이 끓인 탓에 다 퍼졌지만
엄마가 해준 그 라면 국수의 맛은
어른이 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내내 바빴던, 힘겨웠던 우리 엄마.

지금 우리 엄마는
어느 계절에도 편히 쉬고 계신다.

엄마 얼굴에 내 얼굴을 가만히 대보았던 어느 날.
마지막으로 엄마의 얼굴을 온전히 느꼈던 그 날.
따뜻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었던 잊지 못한 그 봄날…

난 잠시 마주했던 엄마의 얼굴을 뒤로하고
밖으로 뛰쳐나와 엄마와 함께한 시간만큼 울었다.
그렇게 엄마를 보내드렸다.

엄마와 서럽게 이별을 한 그 날 이후…
그동안 여섯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내 곁에 왔다가, 갔다.

오늘은 오랜만에
푹 퍼진 라면 국수를 먹어봐야겠다.

엄마와의 계절을 생각하며.

여리 님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삼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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