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법도

술 마시는 법도

141215_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네 형이 왔을 때 시험삼아 술 한잔을 마시게 했더니 취하지 않더구나. 그래서 동생인 너의 주량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너는 네 형보다 배도 넘는다 하더구나. 어찌 글공부에는 이 아비의 버릇을 이을 줄 모르고 주량만 아비를 훨씬 넘어서는 거냐?

이거야말로 좋지 못한 소식이구나. 네 외할아버지 절도사공은 술 일곱잔을 거뜬히 마셔도 취하지 않으셨지만 평생 동안 술을 입에 가까이하지 않으셨다. 벼슬을 그만두신 후 늘그막에 세월을 보내실 때에야 비로소 수십방울 정도 들어갈 조그만 술잔을 하나 만들어놓고 입술만 적시곤 하셨다.

나는 아직까지 술을 많이 마신 적이 없고 내 주량을 알지도 못한다. 벼슬하기 전에 중희당에서 세번 일등을 했던 덕택으로 소주를 옥필통에 가득 따라서 하사하기에 사양하지 못하고 다 마시면서 혼잣말로 “나는 오늘 죽었구나”라고 했는데 그렇게 심하게 취하지 않았다.

또 춘당대에서 임금을 모시고 공부하던 중 맛난 술을 큰 사발로 하나씩 하사받았는데, 그때 여러 학사들이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정신을 잃고 혹 남쪽을 향해 절을 하고 더러는 자리에 누워 뒹굴고 하였지만,

나는 내가 읽을 책을 다 읽어 내 차례를 마칠 때까지 조금도 착오없게 하였다. 다만 퇴근하였을 때 조금 취기가 있었을 뿐이다. 그랬지만 너희들은 지난날 내가 술을 마실 때 반잔 이상 마시는 걸 본 적이 있느냐?

.
.
.

전 요 부분을 읽을 때마다 혼자 웃습니다.
이 삼부자는 정말 술이 쎈거죠…
그러니까 그 중에 자기가 술 젤 세다고 자랑하는 게 아버지인거에요.
치사한 형은 동생의 주량을 고자질한 게 된거죠.

12월이 되면 술자리가 늘어날텐데요.
꼭 수십방울만 들어가는 술잔에 드세요~~^^
양주 드시라는 이야기겠죠?

그래도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요즘엔 교과서에도 실려있습니다.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입니다.
열 여덟해를 강진의 유배지에서 살면서 자식들에게 꼬박 꼬박 희망을 적어서 보내줬던 책입니다.

슬프고 안타까워야 하는데 전 이 책만 보면 웃깁니다.
세상에서 가장 잔소리가 많은,
그렇지만 근엄한 아버지 이야기거든요.

다산의 잔소리는 만만치 않지만 하나도 버릴 것은 없습니다.

2014년이 한 달 남았을까요?
아님 2015년이 한 달 남았을까요?

자꾸 세보며 확인하고 체크하지 마시고 (맘만 상하니 ㅜㅜ)
내일을 어떻게 살까만 생각해보기로해요~~^^

다산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