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상상력을 깨우는 아홉 번의 강의

예술적 상상력을 깨우는 아홉 번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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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몹시 보고 싶을 때

여러분은 증명사진처럼 정면에서

포착한 그/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나요.

아니지요.

정지된 사진처럼 고정된 그/그녀를

떠올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그녀의

옆모습도,

다리도,

엉덩이도

떠올립니다.

그/그녀의 손길이 스쳤던

촉감도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그녀가

생동감 있게 그려집니다.

이것이 대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시선입니다.

(…)

피카소의 형상을 보면

그동안 우리는 우리가 지각하는 시선이 아니라

관습적으로 그래야 하는 시선으로

사물을 봐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이처럼 여러 개의 시점(視點)으로

대상을 지각하는 것은 대상의 본모습을

더욱 성숙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종우의 <예술 수업 :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 중에서

.

.

.

신데렐라는 착한 캐릭터,

계모 언니는 나쁜 캐릭터…

신데렐라가

백마탄 왕자를 차고

흑마탄 기사랑 바람이나면?

동화는 가루가 되어버리겠지요.

이렇게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캐릭터를

평면적 캐릭터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한 사람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습니다.

그 모습 하나 하나 모아서 엮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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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위에서 본 왼쪽 눈,

오른쪽에서 본 코,

15도 각도에서 올려본 턱을

하나의 얼굴로 붙여 그립니다.

이런 것을 입체적 캐릭터라고 합니다.

피카소가 입체파인 이유이지요.

인간이 워낙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어

그것들을 합쳐 놓으면

딱 ‘괴물’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낯선 모습을

자기 안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다 억누릅니다.

그리고 바깥에 내놓을 때는

원하는 것만 보여줍니다.

스스로 ‘사진’이 됩니다.

사실은 우리 모습은

괴물도 사진도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일 뿐입니다.

낯선 사람이라고 다 나쁠까요?

친구도, 애인도, 가족도 한 때는

다 낯선 사람이었습니다.

내 안에 불청객이 나타나거든

이렇게 말씀해 주세요.

‘요런 녀석도 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