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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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말했다.

‘네 안에 너를 멸망시킬 태풍이 있는가?’

나를 멸망시킨다는 건
바로 지금까지의 나,
자아 혹은 자의식의 성채를 무너뜨리는
힘의 도래를 의미한다.

그 순간,

‘신체의 역동적인 복합성’이 만개하게 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사랑에 빠지면 우리의 신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쟁과 평화를 경험한다.

혹은 들개처럼 날뛰기도 하고,
혹은 뱀처럼 똬리를 튼 채 독을 내뿜기도 한다.

그야말로 나 자신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

이런 식의 폭풍을 체험할 수 있다면,
가히 운명적 사랑이라고 해도 좋을 터.

사랑을 통한
존재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것도
바로 이 순간이다.

누구나 일생에 한두 번은
이런 심연의 폭풍을 경험한다.

문제는 그 절호의 찬스를
그냥 흘려보낸다는 거다.

사랑이라는 걸
대상의 문제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받아 주는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등등에만 골몰하는 것이다.

요컨대,
오직 최종적 결과,
즉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영원히 소유할 수 있을까, 없을까?
에만 집착한다.

따라서 거기에선 존재의 전이가 일어나기 어렵다.

존재가 뒤바뀌는 체험을 하려면
폭풍 자체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폭풍이 내 몸의 세포조성을
전면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도록 몸을 맡겨야 한다.

고미숙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 혁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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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는 정신의학에서
환자를 상담하던 의사에게
환자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전염처럼
정신적으로도 ‘전이’가 일어나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녀)가 나에게 ‘쾅’하고 부닥쳐 왔을 때
우리의 세포는 하나씩 살아나서
이리 저리로 옮겨다니며
새로운 위치를 잡습니다.

‘전이’를 통해 내가 바뀌어갑니다.

외부의 충격이지만
내 안에 새로운 힘으로 나타나서
나를 마음대로 조정하려고 합니다.

그때 착각이 생깁니다.

내 안에 생긴 폭풍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영역에 생겨나는 힘입니다.

그(녀)가 만들었지만
내 안에 새로이 변형되서 ‘내 것’이 됩니다.

또한,

사랑이라는 심리적인 충격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전까지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거나
두려워서 도망가거나 다시 원래 모습으로 가려고 합니다.

정신도 관성이 있다보니 예전 모습을 지키려고 하지요.

이런 ‘착각’과 ‘관성’을 통해
자신의 변화에 대해 상대방의 탓을 하고(다 너때문이야!)
‘과거의 나’를 있는 그대로 지키려고 노력합니다.(예전에 더 행복했다고!)

내 안에 새로 생긴 힘은 이제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낯선 모습인 ‘나’에게도
적응이 안되는데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면?

결국 사랑은 주인을 잃어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