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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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가 그저 노동시간의 나머지로
주어지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가의 ‘품질’ 또한 여가를 즐기는 비용,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가 시간 중에
소비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여가의 품질이 여가의 가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여가의 가격이 여가의 품질을 규정하는
일종의 전도(뒤집힘)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여가의 품질 차이는 여가가 사용되는
공간의 차이로도 나타나게 된다.

나아가 품질이 서로 다른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는
여가의 공간도 분리되기에 이른다.

류동민의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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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일이 끝나고나면,
멍하게 TV를 바라보거나
술을 먹거나
스마트폰 게임에 매달릴까요?

낮에 했던 일에 대한 생각에
계속 매달리기보다는

그냥 머리를 풀어놓고
아무 생각없이 지내거나
다른 데 정신을 쏟고 싶어합니다.

머리를 싹 비우고 싶을 정도로
하고 있는 일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가 봅니다.

여가라는 시간을 갖고 있으면
뭔가 뒤쳐지는 것같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여가를 즐기더라도
그 이후에 해야할 일이나 공부를 생각해보면
여가는 없고 머리 속에 해야할 일과 공부만 쌓입니다.

그리고 여가에 가격이 붙어있으니
이젠 비싼 여가와 값싼 여가로 나뉩니다.

어떤 여가를 즐겼는지는
능력을 보여주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간에
정말 중요한 건
요즘 같은 세상에서 여가는
‘사치’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정말 편하게 쉬려면
시간과 돈과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불필요하겠지요.

여가의 조건은 우리 시대 행복의 조건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가의 가격을 붙이기 전에,
여가의 품질을 논하기 전에,

여가는 ‘이미’ 비싼 것 같습니다.
‘행복’이 이미 희귀해진 것처럼…
P.S.
제 글이 뭐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냥 3분 정도 여러분에게 ‘여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게다가 가격은 ‘0’원입니다.
그렇다고 질낮은 여가가 되지는 않겠지요?

저는 매일 걷는 한 시간이 여가라고 생각합니다.
걷는 내내 머리 속에는 무슨 글을 써야 하나만 가득하지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