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강력한 권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다

달력, 강력한 권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다

1235

달은 누구나 큰 비용을 들이거나 힘들이지 않고
그 모양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인 시계다.

하지만 이 시계를 이용해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기는 어렵다.
(하루나 이틀 정도 어긋날 수 있다)

그래도 약속을 준비할 수는 있다.

달이 꽉 찰 때마다 열리는 월례 행사를 위해서는
그 어떤 신문도 필요 없다.

이런 행사는 철기시대의 이탈리아반도와
서아시아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달과 비교했을 때 태양은 요구하는 것들이 더 많다.

즉 태양의 운행과 아침이나 저녁노을 즈음에
뜨고 지는 별들을 관찰하는 데에는
필요한 것이 더 많다는 말이다.

예컨대 제도화된 기억이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갖춰졌다고 해서
그 결과가 그렇게 정확한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낮이 다시 길어진다는 주장은
몇 주일이 지나서야 마침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태양에 따른 역법을 사용하려면
그 결정을 관철시킬 수 있는 권력이 필요하다.

이때 자신을 단순히 시간 번역자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 시간 제작자의 술책이다.

곧, 천문학적인 시간 기호에 대한 지시를 통해
사회적인 시간 표준이 합법화되는 것이다.

외르크 뤼프케의 <시간과 권력의 역사 : 인간 문명 그리고 시간의 문화사> 중에서
.
.
.
오늘은 우리가 ‘달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추석과 설날은 달을 보고 만든 날입니다. 태양력을 권력자의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명절은 서민의 날입니다. 일할 시간과 학교갈 시간은 태양을 보고 정하지만 쉬는 날은 명절을 보고 정합니다.

실제 60분 단위로 잘라서 정하는 24시간은 노동일수와 그것의 댓가인 임금을 주기위해 정해진 시간입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 모두가 시간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높은 시계탑을 설치합니다. 마을이나 도시에 높은 곳에 시계를 설치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모두가 시간 관리를 하라고 손목에 시계를 채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의 족쇄를 찬 것처럼 약속을 지켜야 하고 지각하지 않기위해 아침마다 서둘러야 합니다. 이건 달의 시간도, 태양의 시간도 아닌 인간의 시간입니다.

인간은 이 오차를 줄이기위해 물리학적 지식을 동원합니다. 10억년에 1초의 오차가 나오는 시계를 과학적인 성과라고 부릅니다. 계속 시간을 쪼개나가는 것이 현대 과학의 목표이기도 하지요.

달이 가장 작아지는 날의 다음날을 새로운 ‘월’의 시작으로 삼은 우리의 선조들은 봄으로 바뀌는 때를 잡아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힘든 노동이 계속되는 날을 위해 휴식과 만찬으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4번의 노는 날을 따로 정합니다. 이것이 24절기입니다. 단오에는 뭐를 하고 한식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이렇듯 100가지 종류 이상의 노동이 필요한 벼농사를 지으며 버티기위한 자신만의 의례를 정합니다.

여러가지 의미도 새깁니다. 귀신을 내쫓기도 하고 머리를 감기도 하고 조상을 기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동체의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마을이나 공동체 전체가 먹을 것을 같이해서 나누어먹고 보살피는 시간입니다.

‘세시풍속은 음력의 월별 24절기와 명절로 구분되어 있으며 집단적 또는 공통적으로 집집마다 촌락마다 또는 민족적으로 관행(慣行)에 따라 전승되는 의식, 의례행사와 놀이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세시풍속 [歲時風俗] (두산백과) 중에서

우리 대부분은 인간의 시간에 잡혀 살지요. 태양의 시간에 따라 계획을 세웁니다. 조금 더 자연적인 시간인 달의 시간은 의미가 달력의 휴일로 대체되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달의 시간’을 여러분의 달력에 표시해보시면 어떨까요? 공동체의 시간, 서민의 시간말입니다.